거미줄에서 '희생자 뼈' 몸에 붙이는 기괴한 육식성 애벌레

이병구 기자 2025. 4. 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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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구멍이나 바위틈에 있는 거미줄을 배회하며 죽거나 약해진 곤충을 먹는 육식성 애벌레가 발견됐다.

다니엘 루비노프 미국 마노아하와이대 식물 및 환경과학부 곤충학과 교수팀은 거미줄에서 희생자의 몸 일부를 몸에 붙여 뒤덮고 다니는 육식성 애벌레를 처음 발견하고 연구결과를 2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애벌레는 몸에 붙일 곤충 신체 부위를 세심하게 골라 정교하게 배치한다"며 "거미에게 발견되지 않기 위한 위장술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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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 사는 히포스모코마(학명 Hyposmocoma) 속 나방 애벌레들이 거미줄 근처에서 수집한 다양한 곤충의 신체 부위와 거미 탈피 잔해 등을 몸에 붙인 모습. Rubinoff lab/University of Hawaii 제공

나무 구멍이나 바위틈에 있는 거미줄을 배회하며 죽거나 약해진 곤충을 먹는 육식성 애벌레가 발견됐다. 희생자들의 머리, 다리, 날개 등 먹지 못하는 일부 부위를 몸에 붙이고 다니는 기괴한 습성이 있어 '뼈 수집가(bone collector)'라는 별명이 붙었다.

다니엘 루비노프 미국 마노아하와이대 식물 및 환경과학부 곤충학과 교수팀은 거미줄에서 희생자의 몸 일부를 몸에 붙여 뒤덮고 다니는 육식성 애벌레를 처음 발견하고 연구결과를 2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나비나 나방의 유충인 애벌레는 보통 식물의 잎 등을 먹는 초식성이지만 드물게 육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전세계 약 20만종의 나비와 나방 종 중에 육식성 애벌레는 약 0.1%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하와이에 사는 무척추동물을 조사하던 중 기괴한 습성이 있는 히포스모코마(학명 Hyposmocoma) 속 나방 애벌레를 발견했다. 하와이에서만 발견되는 나방이다. 하와이는 지리적으로 고립돼 곤충의 다양하고 독특한 진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된 애벌레는 한 거미줄 주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주로 약해지거나 최근에 죽은 곤충을 먹었다. 거미가 먹으려고 저장해 둔 먹이도 뺏어 먹었다. 연구팀은 이 애벌레를 "기회주의적 청소꾼이자 포식자"라고 표현했다.

특이한 점은 애벌레가 곤충의 신체 부위를 거미줄로 몸에 붙여 '장식'한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 애벌레는 서로 다른 곤충의 잔해를 몸에 붙이고 다녔다. 개미나 딱정벌레의 머리, 파리의 날개와 다리 등 애벌레가 먹을 수 없는 부위거나 거미줄에 사는 거미가 탈피하고 남은 잔해로 확인됐다. 

뼈 수집가 애벌레의 성체 암컷(왼쪽)과 애벌레가 수집한 곤충 잔해를 분석한 사진. 개미 머리, 딱정벌레 머리, 파리의 날개와 다리 등이 관찰된다. 나머지는 거미가 탈피하고 남은 잔해다. Rubinoff et al.(2025)/Science 제공

애벌레는 서로를 잡아먹기도 했다. 연구팀은 "야생에서 한 거미줄 당 하나의 애벌레만 있는 경우가 많다"며 "더 큰 개체가 작은 개체를 잡아먹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애벌레는 몸에 붙일 곤충 신체 부위를 세심하게 골라 정교하게 배치한다"며 "거미에게 발견되지 않기 위한 위장술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데이터 분석 결과 뼈 수집가 애벌레는 하와이에서 약 500만년전 처음 만들어진 섬보다도 전에 분화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종은 하와이 오아후 섬의 15제곱킬로미터 정도의 작은 숲에 살고 있으며 지금까지 단 62개체만 관찰될 정도로 희귀하다.

연구팀은 "발견된 종은 극도로 희귀하고 제한된 지역에 살고 있어 침입종이나 서식지 파괴에 취약하다"며 "보존 노력이 없다면 조용히 멸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ence.ads4243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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