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사 핵심 임무는 ‘쿠데타 방지’…그 막강한 힘의 근원

권혁철 기자 2025. 4. 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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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278f8e;">권혁철의 안보이는 안보</span>
국군방첩사령부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 방첩사 제공

12·3 내란사태에 앞장선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와 정보사령부는 어떻게 다른 부대일까. 대개 아래처럼 설명한다.

‘정보사는 국외에서 대북 공작·정보수집을 하고, 방첩사는 국내에서 북한의 간첩 활동을 막는다. 비유하면 정보사는 공격을 하는 창이고, 방첩사는 방어를 맡은 방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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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정확하진 않다. 방첩사의 본연의 임무가 방첩이라고만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첩사 누리집 첫 화면에는 ‘최정예 군 보안, 방첩부대’라는 소개 문구가 뜬다. 방첩사가 1970~80년대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방첩사의 주된 업무를 방첩과 보안으로 여긴다. 방첩사 누리집에서도 업무를 △군사보안 △신원보안 △방산보안 △보안감사 △대테러 △경호경비 △방첩정보 △방첩수사 △과학수사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방첩사엔 방첩·보안 말고도 대전복(對顚覆) 임무란 아주 중요한 업무가 있다. ‘뒤집어엎다’는 ‘전복’은 쿠데타를 말한다. 즉, 대전복 임무는 쿠데타를 막는 것이다. 군 내부에서는 방첩사를 ‘쿠데타 방지 부대’라고 인식한다. 방첩사의 진짜 이름은 ‘쿠데타방지사령부’라는 것이다. 하지만 1979년 12·12 군사반란, 지난해 12·3 내란사태 때는 쿠데타에 앞장선 ‘쿠데타사령부’ 였다.

방첩사는 이승만 정부 때부터 군 내부 반발세력을 감시하며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대통령 친위부대 구실을 했다. 방첩사가 본격적인 쿠데타 방지 부대가 된 건 1960년대부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1년 5·16 쿠데타로 집권했기 때문에, 자기같은 군인이 다시 쿠데타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을 철저하게 감시했다.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두환과 노태우도 쿠데타를 걱정해 방첩사를 활용해 군을 감시하고 통제했다.

국군방첩사령부 누리집 첫 화면에는 ‘최정예 군 보안, 방첩부대’라는 소개 문구가 뜬다. 방첩사 누리집 갈무리

군 내부에서 방첩사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군인들은 계급이 높아질수록 진급과 보직 때문에 방첩사의 눈치를 심하게 본다. 현재 대령급 이상이 지휘하는 부대에는 방첩사가 상주하고 있다. 대령급 부대는 방첩사 대위 또는 준위, 소장급 부대는 중령, 중장급 이상 부대는 대령, 육해공군 본부는 장군이 상주한다. 방첩사는 상주하는 부대 지휘관과 거의 동급 취급을 받아, 방첩사 중령, 대령이 일반 부대 소장, 중장과 허물없이 지낸다. 철저한 계급사회인 군대에서 계급을 몇단계 뛰어넘는 방첩사의 힘은 ‘인사의 힘’이다.

군사정부 때부터 방첩사의 쿠데타 방지 업무 방식은 ‘쿠데타가 싹을 틔우기 전에 자르기’다. 쿠데타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제거하거나, 쿠데타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을 찾아 이를 관리함으로써 쿠데타 가능성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요 군 지휘관들의 언행,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를 파악한다. 방첩사는 군 지휘관들의 업무상 활동뿐만 아니라 개인 비리, 인간적 약점까지 속속들이 파악한다. 방첩사가 감시한 내용들이 인사자료로 활용돼 고위 장교들의 진급과 보직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대통령에게 직보하고 직접 명령을 받는 친위부대여서 가능한 일이다. 이에 대해 방첩사 관계자는 “2018년 기무사 해편 이후에는 대통령 독대, 직보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 여인형(육사 48기) 방첩사령관은 저녁 술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을 수시로 만난 사실이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났다. 강건작(육사 45기) 예비역 육군 중장은 최근 펴낸 ‘강군의 조건’에서 2024년 중반 여인형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여인형)의 고민은 군 수뇌부 인사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상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에게 제안할 만큼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다. 군 내 반발세력을 견제하고 쿠데타 방지라는 방첩사의 오랜 기능을 생각하면 방첩사령관이 군 인사 전반에 비선으로 관여하는 것은 암묵적인 사실이었다.”

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장관(윤 전 대통령 오른쪽),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윤 전 대통령 왼쪽) 등의 모습. 3명은 서울 충암고 선후배 사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세계 거의 모든 군대에 보안과 방첩을 맡은 부대가 있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확립된 나라 중에 한국처럼 쿠데타 방지를 전담하는 부대를 두는 경우는 없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군 내 쿠데타 조짐이 있으면 군 범죄로 취급해 차단한다.

쿠데타 방지 전문부대를 따로 두는 경우는 북한이나 중국 같은 공산당이 직접 운영하는 ‘정치 군관’, 2차대전 때 아돌프 히틀러의 무장친위대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나라가 군을 믿지 못해 지휘관을 감시하고 장병이 집권자와 공산당에 충성하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방첩사 개혁 방안을 두고 폐지부터 기능 축소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방첩사 개혁의 관건은 새 대통령이 방첩사가 올린 인사자료를 멀리하고 군 정식 지휘·인사계통에서 올라온 의견과 인사정보에 근거해 군 인사를 할 수 있느냐다. 오는 6월 이후 집권한 권력자가 “군을 믿을 수 없으니 감시하는 별도 부대, 내가 시키는 일은 뭐든 다 하는 친위부대가 필요하다”는 유혹을 느끼는 순간 방첩사는 흑역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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