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이 된 배우 매니지먼트,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IZE 진단]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5. 4. 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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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이해할 수 없다" vs. "충분히 납득이 간다."

23일 씨제스엔터테인먼트(씨제스)가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 업계와 대중의 반응은 이같이 엇갈렸다. 배우 중심 매니지먼트로 오랜 기간 텃밭을 다진 씨제스에는 지금도 설경구, 류준열, 라미란, 박성웅 등 내로라하는 주연급 배우들이 포진해있다. 또한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 '폭싹 속았수다'의 문소리 역시 이 회사 소속이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YG엔터테인먼트(YG)가 먼저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 정리 수순을 밟은 것을 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는 중론이다. YG에도 김희애, 차승원, 이수혁, 유승호, 이성경 등 다른 회사에서 탐낼 배우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YG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며 "그동안 본업 집중을 위한 사업 구조 재편에 꾸준히 힘써왔다"면서 "기존 지식재산권(IP)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신규 IP 발굴 및 육성에도 속도감을 더하게 됐다. 우리의 핵심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음악 산업에서의 리더십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회사는 이윤을 추구한다. 돈을 벌지 못하면 존재 이유가 없다. 여기서 매출과 이익을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50억 원의 매출을 내고 10억 원을 남기는 회사와 100억 원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1억 원의 이익을 내는 회사 중 어디가 더 알짜일까? 당연히 전자다. 순이익률이 20%에 이르기 때문이다. 반면  후자는 1%밖에 되지 않는다. 

배우 매니지먼트가 바로 후자에 해당된다. 매니지먼트에는 '스타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스타를 보유하고 있으면 당연히 더 많은 제작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회사의 이름값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스타와 회사의 수익 배분 비율은 압도적으로 스타가 높다. 7:3이나 8:2를 넘어 9:1인 경우도 있다. 스타 A가 1년에 100억 원의 매출을 낸다고 해보자. 이 중 매니저 월급, 차량 운영비, 헤어·메이크업 등 경상비를 제외한 돈을 나눈다고 하면 회사에 돌아가는 몫은 현저히 줄어든다. 

사진출처=싸지스스튜디오 홈페이지 캡처

여기서 "가수는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다르다. YG는 "본업에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당연히 그들의 본업은 음악 사업이다. 빅뱅, 2NE1, 블랙핑크를 앞세워 호황을 누리던 때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다. 그들 역시 회사보다 스타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더 높은 편이다. 하지만 IP가 남는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스타는 회사를 떠난다 하더라도 해당 스타가 발매한 앨범에 대한 IP는 회사 소속이다. 스타와 재계약이 불발되더라도 대중이 과거 발표한 노래를 듣거나 뮤직비디오를 볼 때마다 회사로 수익이 정산된다는 의미다. 그러니 스타가 떠나도 층층이 쌓인 IP를 바탕으로 회사의 가치를 유치한다. 

그러나 배우 매니지먼트는 어떨까? 배우로 인해 소속사로 갖게 되는 IP는 사실상 없다. 배우가 관여한 IP는 출연 드라마나 영화의 판권이다. 그 권리는 모두 투자사나 제작사의 몫이다. 배우는 출연료와 약속된 러닝 개런티 정도만 받는다. 그러니 소속사가 갖는 IP는 없다. 그 이야기인즉, 매년 출연료·CF 등으로 200억∼3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슈퍼스타를 보유했다고 할지라도 계약 기간이 끝나서 이적하면 회사의 가치가 크게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씨제스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씨제스는 "콘텐츠, 음반 등 제작 중심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비용 구조를 정비하는 체질 개선과 구조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이는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조정 과정이며, 건실한 콘텐츠 투자와 제작 역량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그들의 모태였던 배우 사업을 접고, 현재 활동 중인 보이그룹 휘브를 비롯해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씨제스는 영화 '올빼미' 등의 제작을 통해서도 적잖은 수익을 냈다. 이를 종합하면 'IP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씨제스스튜디오 1호 아이돌 휘브, 사진=스타뉴스DB

요즘 신규 K-팝 그룹을 론칭하는데 족히 100억 원 이상 투입된다. 씨제스의 경영 악화의 주된 이유가 휘브의 제작이라는 주장이 적잖다. 하지만 씨제스는 휘브를 선택했고, 배우 매니지먼트를 접기로 했다. 장래성과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투자 상황과도 맞물린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제작 편수가 크게 줄었다. 많은 배우들이 "출연할 작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소속 배우가 작품을 잡지 못하면 소속사 입장에서는 경상비를 계속 부담하면서 적자를 떠안는 구조다. 이 시기를 버티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투자금은 K-팝 시장으로 몰린다. K-팝은 어느덧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다.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K-팝 그룹이더라도 특정 국가에서 인기를 얻으면 충분히 존속 가능하다. 드라마나 영화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앞에 줄을 서야 하는 반면 K-팝 시장은 상대적으로 열려 있다. 반드시 하이브, SM, JYP, YG 등 4대 메이저 기업에 속하지 않더라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K-팝을 기반으로 한 회사는 배우 매니지먼트에 비해 투자 유치도 용이하다. 이런 이유로 점차 배우 매니지먼트를 포기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산업 구조의 변화는 배우들의 몸값 다운사이징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영화나 드라마 산업은 크게 위축됐지만 천정부지 솟은 배우들의 몸값은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이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제작편수 급감이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제는 그 부메랑이 배우들을 직접 향하고 있다. 배우 매니지먼트를 포기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리고 이 위기는 이제 본격적인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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