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관록의 이혜영X패기의 김성철이 빚어낸 세기의 앙상블 [스한:리뷰]

모신정 기자 2025. 4. 2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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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포스터 ⓒNEW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민규동 감독은 60대 여성 노인 킬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파과'를 세상에 내놓게 된 과정에 대해 마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영화 '파과'는 2013년 출간된 구병모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으로 바퀴벌레만도 못한 인간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신성방역이라는 회사에서 40여년간 활약해온 60대 여성 킬러 조각(이혜영)과 평생 그의 뒤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의 필생의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다. 원작 소설은 기존 한국 문학계에서 주요 인물로 다뤄지지 않았던 노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킬러라는 독특한 직업 설정을 부여해 여성 서사를 매력 넘치게 펼쳐간 탓에 지난 10여년동안 여성 독자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왔다. 

문학계와 마찬가지로 한국 영화계에서도 노년의 서사 특히 여성 노년의 서사가 중심이 되어본 적은 전무하다. 민 감독은 '파과'의 영화화 과정에서 60대 여성 킬러가 등장하는 느와르물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세우게 되고 장르적 쾌감과 드라마적 재미를 함께 만족시키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세우게 됐다. 

민규동 감독은 철저히 조각 중심의 서사를 극의 중심에 두고 원작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리되 투우와의 관계성을 강화시켰다. 대형 스크린에 걸맞는 사실적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액션신을 배치하고 강렬한 록부터 정적인 클래식까지 다채로운 오케스트라 음악을 사용해 관객들의 오감 만족을 추구했다. 이혜영과 김성철이라는 대체 불가 배우들이 각각 조각, 투우 역을 연기한 '파과'는 멜로와 액션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영리한 수작으로 탄생됐다. 

10대 소녀 시절 집도 절도 없이 가정부를 전전하며 지내다가 쫓겨나 거리에서 죽을 뻔한 한 소녀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고 일자리까지 준 한 남자에게 연심을 품게 된다. 소녀는 우연한 사건으로 그 남자와 킬러 조직 신성방역의 일원으로 일하게 되고 40여년의 세월 동안 바퀴벌레와 다름 없는 인간 쓰레기들을 방역하는 킬러로 살아가며 어느새 60대 노년의 나이에 이르렀다. 그녀의 이름은 조각(이혜영)이다. 

대모님으로 불리며 킬러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으며 살아왔지만 손은 떨려오고 정신은 흐릿해졌으며 몸도 때때로 말을 듣지 않는다. 조직에서는 그런 그녀를 마치 흠집이 난 과일(파과)처럼 한물간 신세로 대우한다. 또한  한편 킬러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젊고 혈기 왕성한 킬러 투우(김성철)가 신성방역에 스카우트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는 조각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그녀의 주위를 맴돈다. 

조직원 중 규칙을 어긴 한 명을 처단하던 중 조각은 치명적 부상을 입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의사 강선생(연우진)에게 치료를 받고 생전 가져보지 않았던 마음을 품게 된다.한편 과거 조각과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졌던 경험을 지닌 투우는 킬러로서의 평정심을 잃어가는 조각에게 분노와 애증 등 복합적 감정을 지니게 되고 조각과 일대 혈전을 준비한다. 

영화 '파과'는 기존 한국 액션 영화 중 보기 드물었던 드라마와 액션이 쫀쫀하게 합을 이루는 뛰어난 수작으로 완성됐다. '겨울 나그네', '남부군', '피도 눈물도 없이' 등 배우로서 정점에 섰던 시절에도 최고의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자랑했던 이혜영은 '파과'에서 세월의 내공이 느껴지는 깊은 연기력과 영화 전체를 장악하는 파워풀한 에너지를 선보인다. 무심한 표정과 주름진 얼굴로 꼿꼿한 걸음걸이와 때론 송곳처럼 날카롭고 때론 폭주 기관차처럼 포효하는 액션을 펼쳐낸 이혜영은 이 시대 최고의 전설이라 불리우는 이유늘 입증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독자들이 사랑하는 조각을 그대로 구현해냈다. 그녀의 액션은 유려하고 우아하다. 

무대 연기와 매체 연기 가리지 않고 30대 또래 남성 배우 중 연기력으로 가장 선두에 서있다 평가를 받고 있는 김성철은 상처 입고 결핍으로 가득찬 소년을 내면에 간직한 전사 투우 역을 통해 한층 성장한 모습을 선보였다. 등장 장면에서의 속사포처럼 빠르고 파워풀한 액션신과 마약 조직에게 위협받는 조각을 구출해 바이크에 태우고 질주하는 신, 엔딩에서 조각과 마지막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는 피의 액션 장면 등을 통해 강렬한 파워와 비수 같은 속도감 등을 선보이며 액션 배우로서의 장점도 발현시켰다. 특히 애증 관계로 점철된 조각과 투우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에 다양한 서사를 부여하며 영화를 감정적으로 더 풍성하게 보이게 하는 것에는 김성철의 공이 단연 컸다. 

무엇보다 '여고괴담 두번째이야기'와 '허스토리' 등 여성서사를 그린 작품들에서 단연코 장기를 발휘해왔던 민규동 감독은 '파과'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살육과 폭력과 피만이 난무하는 기존 액션물들과 달리 아름답고도 슬픈 액션 영화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민규동 감독이 '파과'를 통해 입증해냈다. 136고에 달하는 시나리오를 다시 써가며 기적을 실행으로 일궈낸 그의 노력이 고마울 따름이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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