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프 지존' 이진주PD의 '식당예능' 복귀 이유, '대결! 팽봉팽봉' [예능 뜯어보기]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5. 4. 25. 09:2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사진제공=JTBC

'작가주의'는 꼭 심오한 영화나 드라마에만 굳이 붙는 단어는 아니다. 예능 장르 역시 작품의 구성이나 정서 그리고 특유의 느낌을 통해 자신의 작품임을 강하게 뿜어내는 연출자들이 있다. 보통 이들에게 '스타PD'의 인장 역시 붙기도 한다. 

김태호PD를 떠올릴 때 나오는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나영석PD를 떠올릴 때 나오는 '일상적인 재미' '캐릭터 특성 발굴' 등의 단어가 대표적이다. '더 지니어스' '대탈출' 정종연PD의 소품과 세계관에 대한 진심, '대환장 기안장' 정효민PD에게서 나오는 '민박 예능'과 청춘에 대한 관심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연출자가 떠오르게 하는 대표적인 요소들이다.

그렇다면 이진주PD의 이름에 따라오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이름이 익숙하지 않다면, 그의 연출 작품을 보면 분위기를 알 수 있다. 2017년 tvN '윤식당'을 나영석PD와 공동 연출한 이PD는 '꽃보다 청춘' '여름방학' 등을 연출했다. 티빙에서 '환승연애'의 시리즈 1, 2를 연출해 출세작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진주PD는 지난 19일 첫 방송 된 JTBC 예능 '대결! 팽봉팽봉'에 도전한다. 그로서는 8년 만에 도전하는 '식당 예능'이자, 거의 5년 만에 시도하는 연예인들과의 예능이다. '대결! 팽봉팽봉'은 19일 1시간 40분에 걸친 긴 첫 회를 방송했다. 장르는 조금씩 바뀌고 출연자 역시 바뀌었지만, '이런 부분을 봤을 때 이진주PD의 작품이다'라는 느낌은 여전했다.

tvN 시절 '윤식당'이나 '꽃보다 청춘' '여름방학'을 연출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부분에서 오는 가치들을 탐구하던 이진주PD의 연출관은 '환승연애'에 들어오면서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그의 기획이 대중에 귀에 들어올 때는 '또 한 편의 자극적인 연애 예능이 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일단 제목이 '환승연애'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전 남자친구와 여자친구 그리고 앞으로 호감을 가질 수도 있는 이성들이 한집에서 지내면 필수적으로, 드라마의 치정극 같은 극한의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연 '환승연애'는 한 편의 로맨스 드라마와 같은 아련함이 있었다.

이러한 소재가 자극적으로 흐르지 않은 것은 기본적인 틀만 줘놓고 자극적인 상황으로 설정을 이끌지 않은 이진주PD의 역할이 컸다. 그는 출연자들에게 긴 호흡으로 다가가 천천히 감정을 쌓는 일을 좋아하는데, '환승연애'가 다른 연애 예능보다 압도적으로 긴 20부 정도의 길이에 1부당 평균 두 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을 가졌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긴 시간 동안 출연자들의 서사를 충분히 들여다봤고, 시청자들 역시 조금씩 출연자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면서 깊고 밀도 있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환승연애'를 한 편의 드라마로 묘사하는 시청자들도 많았고,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정현규와 성해은 커플의 경우에는 여느 드라마의 주인공 못지않은 팬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음에 등장했던 JTBC '연애남매' 역시 비슷했다. 기존 연애 예능에서 알고 보니 남매인 사람들을 출연자로 다수 섭외했는데, 이진주PD는 역시 초반부터 이성 간의 호감보다는 남매간의 서사를 쌓는 일에 주력했다. 두 사람이 어떻게 한 부모 사이에서 낳고 자랐으며, 서로의 유대는 어떤 환경에서 비롯됐는지 세심하게 살폈다. 그래서 '연애남매'는 연애 예능과 맞지 않은 먹먹한 감동을 준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환승연애'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대중적인 지표, 1%대의 시청률은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이진주PD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을 고민했다"는 화두를 던지고, 과거 인기를 줬던 '윤식당' 스타일의 '대결! 팽봉팽봉'을 선택했다. 역시 그의 작법은 여기서도 빛나, 그는 1부 1시간 40분의 대부분을 이봉원·박미선 부부, 팽현숙·최양락 부부가 어떻게 만나고 살아왔는지 인터뷰를 통해 보여줬다.

이진주 PD, 사진제공=JTBC

두 부부의 역사는 자연스럽게 네 사람의 식당을 기대하게 만들었고, 제작진은 여기에 두 부부의 경쟁 코드를 넣어 변주를 줬다. 그리고 요리예능에는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배우 유승호, 곽동연 등 '멀끔한' 두 사람을 영입해 아르바이트생으로 투입했다. 결국 박미선이 건강문제로 태국에 가지 못하게 되자 그와 못지않은 서사를 쌓은 개그우먼 이은지를 투입해 이봉원과 '아버지와 딸'의 서사를 만드는 유연함도 보여준다.

사실 이진주PD의 작법에서 이봉원의 '봉식당', 팽현숙의 '팽식당' 두 식당의 경쟁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두 식당은 매일 매출 경쟁을 해 상을 받고 벌을 받지만, 이진주PD의 작법이 익숙한 시청자라면 출연자들이 어떻게 이역만리 천혜의 환경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성장하는지 더 주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막판에는 결국 긴 고생의 세월을 보상받는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조망받을 확률이 크다.

이진주PD의 작품에는 요리도 있고 여행도 있고 연애도 있었지만, 사람에 대한 궁금증과 깊은 서사를 깔아놓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대결! 팽봉팽봉' 첫 회에는 긴 호흡으로 그 전사를 잘 깔아놓았다. 과연 그가 과거처럼 감동과 재미도 잡고, 시청률도 잡을 수 있을지. 그의 새로운 도전에 많은 이들의 눈길이 쏠린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