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날] "사법부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존중…신뢰 훼손 자제"

박계교 기자 2025. 4.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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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강재규, 고충순, 정훈진, 최진영 변호사(가나다 순). 

지난해 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탄핵과 조기대선이 이어져 우리 사회는 최근 몇 달 사이 법 이슈가 컸다. 하지만 '어느 정당을, 누구를 지지하느냐'의 진영 논리에 따라 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도 나뉘고 있다. 특히 행정수도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다시금 쟁점으로 급부상하면서 각 지역의 입장도 달라졌다. 25일 '법의 날'을 맞아 대전 변호사들과 사법의 정치화와 법률 시장의 구조 등 법 관련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조기 대선 국면에 행정수도가 관심을 받고 있다. 행정수도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으로 보나

△최진영 변호사
"당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는 수도를 옮기기 위해서는 단순 법률 제정이 아니라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헌법기관을 옮기려면 헌법상 근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 법률이나 행정조치로 수도 이전을 진행하면 다시 헌법소원 등이 제기될 위험성이 있다. 개헌을 통해 위와 같은 명시적 규정을 두는 것이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정훈진 변호사
" 세종시가 행정수도 역할을 하는 도시임은 국민의 인식에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관행과 관습은 시간을 두고 국민의 의식에 자리잡은 상태를 이르는 것으로 행정수도에 대한 인식이 2004년도와는 같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개헌이 아니더라도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국민투표 또는 국민의 의지를 확인하는 절차는 필요할 것이다."

-선거법 6·3·3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국민들의 불만이 많다.

△고충순 변호사
"소위 6-3-3 원칙 자체도, 현재의 재판 제도와 법원의 업무량, 심리의 난이도 등에 비추어 다소 무리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충실한 심리, 올바른 판결 역시 신속한 판결 이상으로 중요하므로, 6-3-3 원칙을 준수하려면 현재의 재판 제도, 법원의 업무량 조정, 특별재판부의 운영 등 체계적 보완이 선행되어야 한다"

△강재규 변호사
"국민 주권과 직결되므로 신속한 판결이 필수적이지만 신속한 재판만큼이나 공평·적정한 재판도 경시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문제는 6·3·3 원칙이 강행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 현행 법제에서는 집중 심리 절차를 활용해서 심리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방안이 있고, 전담 재판부 확대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사법 정치화에 우려가 많다

△최진영 변호사
"우리 법원은 법관의 양심에 따라 판단하지 정치적 영향을 받는다거나 정치적 목적의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다른 판단이 내려졌다는 이유만으로 법관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내려졌다고 호도하는 것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분쟁의 최종적인 해결기관으로서 지켜져야 할 사법부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으로서 자제되어야 한다."

△고충순 변호사
"법관은 자신의 양심과 가치관으로 재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옹호하고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현재의 시스템은 대통령과 국회가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시스템이 문제다. 법관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압력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로펌'의 문제점은

△강재규 변호사
" 자본주의 사회에서 변호사들과 소비자들이 자본의 논리에 지배당하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소비자의 선택에 착오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 네트워크 로펌이 대부분이 화려한 이력의 전관 변호사들이 개개인의 모든 사건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것처럼 홍보하거나,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렇게 오인하도록 광고한다는 점에서 규제가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다."

△정훈진 변호사
"네트워크 로펌은 특정지역에 본사를 두고 다수의 지방에 분사무소를 운영하는 로펌을 이르는 것으로 다양하게 정의된다. 주로 과대광고, 허위광고, 무책임한 변론 등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거론된다. 사법서비스는 공정하고, 정직하게 형성된 신뢰를 기초로 하는 것인데 수요자의 약점을 이용하여 과다한 수임료, 과장광고, 과대광고 등이 문제점이라 생각된다."

-대형로펌의 등장으로 서민들은 법 기술 앞에 무기력함을 호소한다

△고충순 변호사
"다른 영역과 달리 법률 영역에서는 대형로펌에 대항하는 작은 로펌 또는 개인 변호사들, 대의가 있는 사건에서 적은 비용으로도 대형로펌에 맞서는 소신과 의기가 있는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격차로 인한 병폐와 부조리를 최소화하는 것이 법제도의 존재 이유와 변호사들의 역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권리나 의무는 빈부에 관계 없이 존중받고 이행되어야 한다."

△강재규 변호사
"근본적으로는 사법부의 신뢰회복이 우선이겠으나 법원은 대부분의 사건에서 법과 증거에 기반하여 공정하게 판결한다고 생각한다. 청년 변호사들이 대형 로펌과 다투어서 승소하는 사례가 결코 적지 않다. 대한변호사협회나 각 지방변호사협회에서 소규모 로펌이나 청년 변호사들의 우수 변론 사례와 활동 사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방안이 될 것 같다."

-변호사업계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최진영 변호사
"현재와 같이 1년에 1500명 이상의 변호사가 배출되는 것이 유지될 경우 과도한 수임 경쟁으로 공공성을 가진 법률 시장이 상업적으로 변질되고, 종국적으로는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며 사법의 불신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적정한 변호사 수는 외국의 사례, 로스쿨 정원 등 구조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고, 단순한 밥그릇 싸움, 기득권의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이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훈진 변호사
"변호사시험제도를 도입할 당시 정부는 국민에 대하여 '전문화된 법조인 양성제도를 통하여 국민의 법률서비스 질과 양을 개혁하겠다'는 것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유사직역(변리사, 법무사, 노무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이 그대로 유지됨으로 인해 전문화된 변호사 양성제도는 기억조차 하기 어렵게됐다. 법조유사직역을 흡수하여 전문화된 법조인을 양성하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고충순 변호사
"변호사의 수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변호사 업계의 복지는 물론, 국민 전체가 적정한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을 가능성을 높여 공공복리를 제고하는 일이다. 현재 로스쿨 제도는 지나치게 많은 변호사를 양산하여 그에 역행하고 있으므로 적정 수준의 변호사 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강재규 변호사
"2025년 6월 9일부터 시행되는 형사 전자소송 제도가 도입되면 그간 개업변호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요소 중 하나였던 인건비와 업무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또 다른 현안 중 법률 AI의 발달은 양날의 검으로 여겨진다. 변호사는 AI의 발달을 응원하는 공공성과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영리성을 동시에 요구받는 독특한 직업이다. 변호사들 스스로가 세상의 변화에 주목하면서 적응하고 연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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