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뛰’ 강원, 창단 첫 ACL 홈경기 춘천서 연다
구단이 비용 부담·K리그 일부 경기 개최 추진
시는 AFC 기준에 충족한 경기장 시설 개선


강원FC와 춘천시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홈경기 개최 문제로 빚어진 갈등을 해소했다. 양측은 23일 춘천시청에서 열린 세 번째 실무회의에서 춘천에서 ACL 홈경기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강원FC는 다음 달 2일까지 AFC에 춘천을 홈구장으로 통보할 예정이며, 최종 결정은 AFC의 시설 실사 후 확정된다. 시설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번 합의의 가장 큰 특징은 강원FC가 춘천시의 2025년 ACL 홈경기 개최 지원금 없이 대회를 치르기로 했다는 점이다. 춘천시는 회의에 앞서 개최 의사를 담은 공문을 강원FC에 전달했고, 구단은 이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드라마틱한 준우승으로 이룬 창단 첫 ACL 진출
강원FC의 ACL2 진출은 2024시즌 극적인 K리그1 준우승 성적에서 비롯됐다. 2008년 창단 이후 줄곧 1부와 2부를 오가며 중하위권에 머물렀던 강원FC는 지난 시즌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으로 리그 상위권에 안착했다.
시즌 내내 상위권 경쟁을 펼친 강원FC는 울산 현대와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였다. 리그 최종전까지 이어진 순위 싸움에서 강원은 2위 자리를 확보했다. 창단 이래 가장 높은 성적이었다.
K리그1 상위 팀들에게는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또는 ACL2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강원FC는 이 중 ACL2에 출전하게 됐다. 리그 우승팀 울산은 ACLE 출전권을 확보했고, 강원FC는 준우승으로 ACLE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다. 여기서 지더라도 최소 ACL2에 진출하고, 현재 진행 중인 ACL 대회 결과에 따라 ACLE에 나설 수 있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ACL에 진출한 강원FC는 애초 강릉에서 홈경기를 치르고자 했다. 그러나 AFC는 ‘국제공항과의 직선거리 200km 이내, 경기장까지 150분 내 접근성, 하루 4편 이상의 국내선 운항’ 등의 조건을 이유로 강릉 개최를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양양국제공항은 현재 운영이 불안정해 AFC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에 강원FC는 춘천에 ACL 홈경기 개최를 요청했으나, 춘천시는 시설 여건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했다. 춘천시는 개최 조건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ACL 홈경기 개최에 따른 비용을 구단이 부담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K리그 홈경기 중 일부를 2026년 시즌 후반기에 춘천으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춘천시는 축구 경기장 환경 개선을 위해 이미 상당한 투자를 진행한 상태였다.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 14억원을 들여 관중석을 확충하는 가변석을 설치했다. 춘천시는 이러한 시설 투자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ACL 개최를 계기로 K리그 경기에 대한 지역 팬들의 관심도 높이고자 한다. 현재 홈 경기는 춘천에서 9경기, 강릉에서 10경기가 치러지며 사전에 구단과 두 시가 협의한 내용에 따라 정했다.
갈등은 김병지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ACL 개최 의사가 없다면 내년 K리그 개최 의지도 의문”이라며 강릉과 춘천을 비교하는 발언을 하면서 격화됐다. 춘천 시민단체와 공무원노조는 김 대표에게 공개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상호 존중과 신뢰로 미래를 위한 동반자로”
악화일로에 있던 양측 관계는 21일 두 번째 실무협의를 통해 우호적인 분위기로 전환되었고, 23일 세 번째 회의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향후 K리그 홈경기 개최 및 협약에 대해서도 강원FC는 구단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춘천시가 요구했던 K리그 홈경기 일부 개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춘천시는 강원도민과 축구인들의 염원에 부응하기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번 합의로 춘천에서 ACL 홈경기가 열리면 춘천과 강원을 아시아에 알리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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