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 동네가 사랑하는 카페…인천 ‘디벨로핑룸’ | 전원생활

신시내 기자 2025. 4.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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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 신고 가도 좋은 우리 동네 카페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4월호 기사입니다.

맛있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집 근처에 있다는 사실은 요즘 젊은 세대에게 하나의 자랑거리이자 복지다. 인천 연수구 연수동에 있는 ‘디벨로핑룸’은 슬리퍼를 신고 찾아와도 될 만큼 편하면서도,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지향하며 시작했다. 오픈 후 9년이 지난 지금, 디벨로핑룸은 이들의 바람처럼 주민들이 더 많이 찾는 동네 카페로 자리 잡았다.
언제, 누가 찾아도 만족하는 카페
카페 유목민들에게 ‘디벨로핑룸’은 구원에 가깝다. 카페이자 도서관, 식당의 역할을 완벽하게 충족하면서 맛까지 있는 매력적인 카페이기 때문이다. 카페를 찾은 고객들의 후기 내용도 대부분 긍정적이다. ‘공부하기 좋았어요’ ‘케이크가 맛있었어요’ ‘분위기가 좋아요’ ‘드립커피가 최고예요’ 등이다. 심지어 커피 마니아들은 이곳을 인천의 3대 스페셜티 카페로 꼽으며 지방에서 카페 투어를 오기도 한다.

이런 매력 넘치는 카페가 된 원동력은 박기범 대표(36)의 다양한 경험이다. 박 대표는 프랜차이즈 매장 바리스타, 개인 매장 매니저, 대기업 로스터리 담당자, 생두 수입 회사 직원 등 커피와 관련된 다채로운 경력을 쌓아왔다. 바에서 커피를 내리는 일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업계 경력을 쌓은 덕분에 카페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것이다.

박 대표는 2017년, 서른이 되기 전에 나만의 매장을 열고 싶다는 생각에 조금 이른 나이지만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에 ‘디벨로핑룸’ 매장을 열었다. 장사는 본래 ‘목’, 자리가 8할이라고 했다. 그런데 디벨로핑룸은 이런 진리를 뒤로 하고 인천에서도 가장 구석진 연수구 연수동을 선택했다.

“매장을 열 때 저희 브랜드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었고, 큰 도시에서 처음부터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사실 조금은 두려웠어요. 그래서 제가 오랫동안 살아 익숙한 동네에서 제가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고객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안일하게 ‘정’이나 ‘동네 장사’라는 달콤함에 안주하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고 남는 잔향에까지 기분 좋은 여운이 남도록 신경 써서 원두를 볶았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싶겠지만, 자신의 전공인 분자생물학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론과 데이터를 만들어 맛을 컨트롤했다.

가좌점 1층에서는 각종 원두와 MD를 비롯해 지역 작가의 작품, 지역 매거진 등을 판매하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맛있는 베이커리 메뉴와 함께 자리마다 콘센트도 넉넉히 마련해 동네 사람들이 이 카페를 자꾸 생각나게 했다. 이런 전략 덕분에 디벨로핑룸은 연수동을 넘어서 연수구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카페로 입소문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로컬브랜드’로 규정 지을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처음부터 ‘로컬브랜드’라는 자각은 있었지만, 이를 강하게 인식하거나 마케팅 포인트로 삼지는 않았었는데, 2020년 출입 고객의 명부를 적던 코로나 시절을 겪으며 확실히 알게 됐어요. 명부를 보니 방문한 고객들의 주소가 대부분 매장 인근인 연수구 연수동, 동춘동이더라고요. 수십 페이지 중 겨우 한두 분이 타지에서 오셨을 정도였죠. 그때 깨달았어요. ‘디벨로핑룸은 연수구 분들이 채워주시는 거구나. 우리도 로컬브랜드로서 지역 활성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자’라고요.”

그 후로 지역 브랜드들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각종 플리 마켓이나 지역 이벤트에 두 발 벗고 참가하고 있다. 올해도 여러 행사에서 디벨로핑룸의 출점이 예정되어 있다니 벌써 기대가 된다.

맛의 비결은 ‘정성’
현재 디벨로핑룸은 연수점과 가좌점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가좌점은 7년 만에 생긴 2호점으로 오랜 기간 고민 끝에 문을 열게 된 곳이다.

“천천히 스며드는 느낌으로 우리 브랜드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3년 고민하던 중 현재 가좌점 자리에 입점을 제안받게 되었죠. 좋은 자리에 적당한 타이밍으로 들어온 제안에 바로 2호점을 열게 됐습니다.”

3층으로 구분된 공간이 40평(132m²) 단층인 연수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편안한 분위기와 변함없는 커피맛, 고객을 배려하는 공간 구성 덕분에 개점 9개월 만에 가좌동 주민들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다. 디벨로핑룸의 근간은 역시 커피 맛에 있다. 어떤 메뉴를 먹어도 맛있는 커피의 비밀은 그저 노력과 정성에 있다.

디벨로핑룸 박기범 대표(가운데)와 지점 매니저들. 두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지만, 직원들 간 긴밀한 교류로 메뉴의 퀄리티나 운영 방침은 똑같이 유지되고 있다.

커피에 사용하는 부재료도 대부분 직접 만들고 있을 정도다. 커피 메뉴는 모두 ‘스탠다드 룸’ 블렌드를 사용하고 있다. 브라질과 과테말라 원두를 50:50으로 섞어 만든 이 블렌드는 고소하면서도 살짝 단맛이 감도는 균형 잡힌 맛이 특징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고객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고심해서 만든 블렌드라 누구에게도 호불호 없이 다가간다. 브루잉 커피는 현재 8가지를 제공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3~5가지를 제공하는 여타 카페와 비교하면 가짓수가 많은 편이다.

“아직도 맛있는 커피를 찾기 위해 샘플 로스팅을 한 달에 40~50번 하고 있어요. 업체에서 제공하는 소량의 샘플 생두 외에도 1kg 용량의 생두를 사서 다양하게 테스트해보죠. 고객들에게 다양한 커피를 선보이고 싶어요.”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하는 메뉴가 커피 말고 또 있다. 바로 ‘바스크 치즈케이크(이하 치즈케이크)다. 박 대표가 직접 개발한 레시피인 이 치즈케이크는 커피 애호가가 아닌 고객들에게 카페 이름을 알려준 일등 공신이다. 이곳의 치즈케이크는 진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산뜻한 맛이 특징이다. 제철 인기를 반영해서 몇 년 전부터는 계절 한정 메뉴도 내고 있다. 가을과 겨울에는 보늬 밤, 봄에는 라즈베리, 여름에는 바나나를 활용한다. 가능하면 메뉴에 국내산 로컬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지역 상생에도 신경 쓰고 있다.

디벨로핑룸 시그니처 메뉴

카페 시트론

재료 우유, 크림, 에스프레소, 유자 원액 등

음료 형태 라떼

커피에 진심인 디벨로핑룸은 시그니처 메뉴도 범상치 않다. 박 대표가 바리스타 대회 출전 등을 염두하고 개발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커피와 티 메뉴판에 3가지씩 올라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카페에서 흔하게 만나는 시그니처 메뉴가 아메리카노 위에 크림을 올린 아인슈페너와 비슷한 형태의 것들이라면, 이곳은 그런 형태에서 좀 더 나아간 맛과 모습을 띠고 있다.

박 대표가 자신 있게 디벨로핑룸의 대표 메뉴로 추천한 음료는 ‘카페 시트론’이다. 전남 고흥산 유자 100% 원액에 우유와 아가베 시럽을 섞고, 그 위에 크림과 섞은 에스프레소를 올렸다. 이 메뉴가 라떼인지, 아인슈페너인지 선뜻 구분할 수는 없지만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그런 구분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바로 든다. 층이 나뉘어 있지만 일단 기울여 마시면 우유와 크림이 입안에 가득 차면서 상큼한 유자 향과 고소한 커피가 단숨에 기분을 끌어 올린다.

박 대표는 “유자를 꼭 쓰고 싶어서 연구를 많이 한 메뉴예요. 우유에 아가베 시럽과 유자 원액을 넣으면 요거트처럼 묵직하게 질감이 풍부해져요. 에스프레소는 그냥 넣으면 맛이 조화롭지 않아서 고민 끝에 크림과 섞어서 올렸는데 잘 어울리더라고요.”

시원한 음료인데 얼음이 없다는 점이 신선하다. 그 비결은 음료 베이스를 미리 만들어 시원하게 보관해둔 데 있다. 음료 잔은 작았지만, 얼음이 없어서 양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만족감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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