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인기 수직상승"...꺼졌던 '낙화축제' 다시 불타오른다

정민승 2025. 4. 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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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앞두고 세종 함안서 낙화축제
예상 인원 10배 모은 세종 영평사 낙화법회
사전예약 1분만 완판한 함안 "6회 추가개최"
세종시 무형유산 지정 이어 문체부도 '관심'
연등회 결합 문화유산 등재 본격 연구될 듯
경남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 무진정을 배경으로 이수정 위에서 열리고 있는 지난해 함안 낙화 놀이 장면. 함안 낙화놀이는 흩날리는 불꽃이 수면에 반사돼 장관을 연출한다. 함안군 제공

꺼졌던 낙화법(落火法)이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 낙화법을 매개로 세종과 경남 함안에서 열리는 낙화축제가 폭발적 인기를 끌자, 각 지자체는 행사 규모 확대에 나섰다. 정부는 연등회 수준의 전통문화유산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지켜보고 있다. 연등회는 2012년 국가무형유산에,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 불교의 대표적 문화유산이다.

24일 세종시·낙화법보존회와 경남 함안군에 따르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세종 중앙공원(26일)과 함안 무진정(5월 5일)에서 낙화축제(낙화놀이)가 개최된다. 낙화법은 과거 불교 연등회(燃燈會) 때 열리던 정화의식으로, 부정한 기운을 제거하고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숯가루를 한지에 싸서 만든 낙화봉을 소나무 가지에 매달아 태울 때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불씨가 바람에 날리면서 연출하는 몽환적 모습 덕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놀이와 축제로 거듭났다.

낙화법보존회 관계자는 “올해 세종낙화축제에는 작년(5,000개)보다 배로 많은 1만 개의 낙화봉을 태운다”며 "세종을 대표하는 축제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를 확대한 배경엔 지난 2월 세종 영평사에서 재확인한 낙화의 인기가 있다. 정월낙화법회가 있던 당시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가 몰려 영평사 일대 도로가 마비됐다. 영평사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 3,000~5,000명 정도 방문을 예상했는데, 3만 명이 몰렸다”며 “경찰은 비상이 걸렸고, 세종시는 긴급재난메시지를 발송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낙화법보존회는 안전 사고를 우려해 영평사 행사에 대해 사전 예약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2023년 5월 20일 세종중앙공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세종낙화축제 장면. 산사에서 열리던 낙화축제(낙화법회)가 인기를 끌자 2022년 10월 세종축제를 계기로 산에서 도심 공원으로 내려와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됐다. 2023년부터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세종중앙공원에서 '세종낙화축제'라는 이름으로 추가로 열리고 있다. 올해 축제는 26일 오후 7시에 열린다. 세종에서는 이 축제 외에도 영평사에서 열리는 가을 산사음악회를 겸한 낙화축제와 정월대보름에 맞춰 열리는 정월낙화에서도 낙화를 볼 수 있다. 세종시는 올해 낙화축제가 열리는 날을 포함한 2박 3일 동안 다양한 야간문화행사를 곁들인 '밤마실 주간'을 운영한다. 낙화축제가 세종을 대표하는 전국구 축제로 성장하자 이를 활용한 사업이다. 세종=정민승 기자

세종에선 영평사에서 주로 2월과 10월에 열리는 낙화법회, 중앙공원에서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세종시 공동 주최로 열리는 세종낙화축제에서 낙화를 구경할 수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2시간 이상, 최대 6시간까지 타는 낙화봉 덕분에, 또 신도시 복판의 드넓은 중앙공원에서 열리는 덕분에 세종낙화축제는 10만 명 이상도 관람할 수 있다. 세종시는 지난해 행사에 약 7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했다.

사찰이 아닌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전승되는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 낙화놀이 인기도 수직상승 중이다. 2023년 행사 당시 6만 명이 몰리면서 일대 통신이 마비되는 등 극심한 혼란을 빚자 일찌감치 사전예약제를 도입했다. 함안군 관계자는 “한 번의 행사로는 감당이 안돼 지난해에는 유료행사를 추가로 시범 개최했다”며 “내국인은 물론 일본 대만 등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함안군은 지난해 시범행사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올해 10월까지 총 여섯 차례의 낙화놀이를 유료로 개최하기로 했다. 관광교육과 김미화 주무관은 “올해 행사 사전예약 사이트가 열린 지 1분 만에 6,500석 모두 나갔다”며 “지금 같은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후 진행될 유료 행사도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경제에 더 큰 도움이 되는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인바운드 여행사를 통해 모객한다.

함안낙화놀이 한 장면. 이 놀이는 조선 선조때인 함안군수 정구가 액운을 없애고 백성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조선 고종때 부임한 오횡목 함안군수의 에는 1890년 함안읍성 전체에서 열린 낙화놀이를 보고 쓴 시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일제 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중단되었고 1960년대 부활됐지만 1980년대 청년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다시 중단됐다. 2000년대 함안면과 마을주민들이 ‘함안낙화놀이보존회’를 설립 복원행사를 했고 2008년 우리나라 불꽃놀이 중 최초로 무형문화재(경남도 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됐다. 함안군 제공

불교 의식에 맞춰 진행한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 낙화놀이와 구별되는 세종낙화축제는 지난해 세종시가 시 무형유산으로 지정했다. 온전한 연등회를 위해 낙화법도 문화유산으로 격상시켜, 연등회와 결합해야 한다는 불교계 주장에 따른 것이었다. 광제사 원행 스님은 “연등회가 등을 밝히는 것과 태우는 행사(낙화법)가 결합해 열리던 행사였지만,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으로 연등회에서 낙화법이 사라졌고, 그 과정에서 국가무형유산 등재 당시 낙화법이 누락됐다”며 “완전한 연등회를 위해서도 낙화법 복원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공연예술축제육성 등 새로운 문화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 관계자는 “문화재 등재 차원에서 관련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예산 지원 등을 검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2025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반영했지만 국회가 전액 삭감한 바 있다.

2012년 국가무형유산에 오른 연등회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연등행렬 장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흥인지문에서 조계사까이 이어진다.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연등회는 한국 불교의 대표적 문화유산이다. 정부는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수단으로 연등회와 같은 세계적 공연예술축제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일제강점기 초기 개성 인근 화장사(華藏寺)로 추정되는 사찰에서 이뤄진 부처님오신날(석가여래경축회) 행사 장면. 경내 곳곳에 걸린 연등 밑에 가래떡처럼 하얗게 걸린 게 숯을 한지에 싸서 만든 낙화봉이다. 불을 붙이면 안에 있는 숯이 타면서 불꽃이 날린다. 한번 불이 붙으면 웬만한 비에도 꺼지지 않고 탄다. 중국과 일본 등 다른 불교 문화에는 없는 한국 불교만의 정화의식이다. 낙화법보존회 제공

※ 2023년 제7회 영평사 낙화축제 '불꽃멍 영상'(클릭)

세종=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함안=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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