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링컨 대통령의 암살과 거대한 음모

워싱턴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역사박물관엔 미국 대통령 전시실이 있다. 이곳엔 900여점의 전시물로 조성된 11개 전시섹션이 있다. 섹션의 주제는 취임식, 대통령의 역할, 대통령 권력의 한계, 암살과 애도, 미디어의 영향, 임기 이후의 삶 등 다양하다.
첫 전시실은 역대 대통령의 이름과 임기 등을 정리한 연표다. 이어지는 공간에는 역대 대통령 인기투표 코너가 있다. 1위는 조지 워싱턴, 2위는 에이브러햄 링컨. 워싱턴의 업적은 미국 독립전쟁 승리, 헌법 초안 제정, 초대 대통령으로서 국가 기반 확립이다. 링컨은 남북전쟁 승리, 노예해방, 미국연방 보존이다. 그런데 이 전시실 중 마음이 숙연해지는 곳이 있다. 대통령 암살 섹션이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 45명 중 4명이 암살자의 총탄에 사망했다. 16대 링컨, 20대 제임스 A 가필드, 25대 윌리엄 매킨리, 35대 존 F 케네디다.
링컨 대통령은 1865년 4월14일 암살당했다. 그날 밤 그는 워싱턴DC 포드극장에서 연극을 보다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숨을 거뒀다. 범인은 남부 출신의 유명배우 존 윌크스 부스였다. 그런데 그날 공격 대상은 링컨 대통령만이 아니었다. 같은 시각, 국무장관 윌리엄 수어드도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9일 전 그는 마차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다. 마차가 전복되며 멀리 튕겨져나가 턱이 골절되고 뇌진탕에다 오른쪽 어깨와 팔에 중상을 입었다. 금속과 가죽보호대를 대서 턱과 목 주위를 고정하고 집에서 치료 중이었다. 밤 10시쯤 낯선 사람이 약배달을 왔다며 그의 집에 들어왔다. 암살자 루이스 파월이었다. 그는 수어드의 침실로 쳐들어가 침대에 누워 있던 그를 잔인하게 공격했다. 얼굴과 목을 반복해서 칼로 찔렀다. 그러나 수어드는 기적같이 살아났다. 목보호대 덕분이었다. 하지만 뺨에 남은 깊은 칼자국은 평생 지워지지 않았다. 범인과 격투를 벌인 아들과 딸, 비서도 많이 다쳤다.
다른 공범 조지 애체롯은 앤드루 존슨 부통령을 죽이기로 했다. 그는 존슨 부통령이 묵는 커크우드하우스 호텔 방의 바로 위층 방을 예약했다. 그러나 두려움에 술을 마시고 복도를 돌아다니며 직원들에게 부통령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더니 칼을 버리고 도망쳤다. 그 바람에 부통령은 무사했다. 부스는 그날 북군 총사령관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도 암살하려고 했다. 그랜트는 링컨 부부와 함께 포드극장의 대통령박스석에서 공연을 볼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내의 반대로 일정을 바꿔 기차로 뉴저지 자택으로 갔다. 덕분에 살아남았다. 그는 다음 선거에서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부스는 연방정부의 최고 지도자들을 일시에 제거해 정부를 전복하는 게 목표였다. 대통령과 서열 2위 부통령, 서열 3위 국무장관, 그리고 군 총사령관이자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까지 모두 한날한시에 암살한다는 거대한 음모였다.
링컨은 암살당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었다. 수백만 명이 그의 장례행렬에 찾아왔다. 비록 그는 갔어도 위대한 그의 정신은 미국인의 가슴 속에 뚜렷이 살아 있다. 1909년 미국 정부는 링컨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1센트 동전에 링컨의 초상을 넣었다. 1914년엔 5달러 지폐에도 들어갔다. 1922년엔 링컨기념관이 지어졌다. 기념관 메인홀 중앙엔 링컨의 거대한 석상이 있다. 왼쪽에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로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문이, 오른쪽에는 남북 화해를 선언한 그의 두 번째 대통령 취임사가 새겨져 있다.
한편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은 2009년 링컨 탄생 200주년 기념 전시를 열었다. 제목은 '에이브러햄 링컨-비범한 삶'. 여기에 표현된 그의 삶은 이렇다. 그의 이야기는 미국인들에게 여느 동화만큼이나 친숙하다. '그는 통나무집에서 태어났다. 그는 16대 대통령이 됐다. 그는 노예를 해방하고 연방을 구했다. 그는 포드극장에서 암살당했다.'

권기균 과학관과문화 대표·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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