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비상계엄 영향...벌써부터 5·18묘지전국서 추모객 줄이어
서울·경남 등서도 5월 광주 주목
"민주주의의 가치·소중함 되새겨"

"45년 뒤에도 광주의 오월 정신에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한 달 남짓 앞둔 24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오월 영령을 추모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광주의 오월정신이 지난해 일어난 12·3 비상계엄 사태 해소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으면서, 5월이 아님에도 이날 묘역 곳곳에서 고개 숙여 참배하는 방문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한 추모객들은 최근 5·18민주유공자유족회가 차린 민주의 문 앞 부스에서 추모의 마음을 담은 글귀를 리본에 눌러 담으며 오월 영령들의 넋을 위로했다.
민주의 문에 마련된 방명록에도 '5·18 민주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은 영원한 별이십니다', '사랑합니다. 편히 쉬세요' 등의 글귀를 남기며 숭고한 오월정신 계승을 약속했다.
광주시민 김동호(20대) 씨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피땀 흘린 열사들의 희생 덕에 오늘날 우리가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계엄군의 무자비한 군화발 앞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날의 광주시민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은 특히 광주시민 이외에도 서울과 경남 지역을 비롯해 전국에서 광주를 찾은 많은 추모객들이 눈에 띄었다. 5·18을 배경으로 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와 지난해 비상계엄으로 5·18민주화운동이 재차 조명됨에 따라 여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듯한 분위기였다.
이들 역시 광주시민들과 마찬가지로 1980년 당시 광주의 희생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민주주의의 토대를 잘 가꿔나갈 것을 다짐했다.
경남 진주에서 건너 온 박종천(65)·정향자(65·여) 씨 부부는 묘비석에 새겨진 오월 열사들에 얽힌 메시지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들은 "국가의 잘못으로 너무도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돼 가슴이 아프다"며 "국가 폭력에 맞서 당당히 목소리를 냈던 이들은 죽고, 겁쟁이로 살아온 우리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한없이 부끄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광주에 와보니 경남과는 5·18을 대하는 지역 정서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타당한 이유 없이 계엄을 일으킨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 오월정신이 자주 회자되면서 국민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5·18을 맞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진희(49) 씨 또한 민주묘지를 둘러보며 오월정신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겼다고 전했다. 가장 먼저 소설의 모티브가 된 문재학 열사를 찾아간 그는 한 달간 홀로 여행을 계획하며 5·18 사적지들을 둘러보기 위해 열흘간 광주 금남로에 숙소를 예약했다고 한다.
그는 민주묘지를 방문하기에 앞서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과 전일빌딩 245 등을 둘러봤다며 평소 5·18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표현했다. 스스로 이번 여정을 '민주주의 순례'라고 이름 붙이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씨는 "비상계엄에서 비롯된 대통령 탄핵 사태를 지켜보며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린다'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고 생각했다"며 "5·18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서울에서 열린 집회 등을 통해 광주시민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5·18을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학습하고 민주 의식이 고취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미소 지었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