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헌법이 보장하는데 국회의원은 소신 투표도 못 해요?

윤선영 2025. 4. 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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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속력·정책 일관성 위한 내규
위반시 탈당·공천 불이익 거론
국힘, 김상욱 의원 '좌천성 인사'
민주, 금태섭 전 의원 징계처분
정당이 독립성 존중 환경 만들고
의원은 책임·균형있는 결정해야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사당. [연합뉴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이재명(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박동욱기자 fufus@
안철수 의원이 지난해 12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중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정당별 투표 규정 어떻게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헌법 제46조2항)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국회법 제114조의2항)

자유투표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46조2항과 국회법 제114조의2항은 국회의원의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중요한 법적 근거다.

국회의원의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뒷받침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국회의원은 지역구 주민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국민의 대표로서 대체로 소속된 정당의 당론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지역구 주민들의 상황과 의견이 항상 정당의 입장과 일치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때로는 지역구 주민들의 상황과 의견이 정당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국회의원은 단순히 정당의 방침을 따르기보다는 지역구 주민들의 목소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국회의원은 정당과 지역구 주민들의 의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독립적으로 판단할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정당별 당헌·당규 당론 투표 규정은=헌법은 대한민국 법체계의 정점에 서 있는 최고법으로서 모든 법률과 규칙의 근간이 되는 절대적 기준이다. 그렇다면 헌법이, 아울러 국회법이 국가이익을 우선한 양심에 따른 자유투표를 규정하고 있는데 국회의원이 소신에 기반해 투표를 한 게 왜 문제라는 걸까. 왜 정치권에서는 당론을 위반했다고 탈당, 공천 불이익을 거론하는 걸까.

일반적으로 당론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회의원의 독립성과 충돌한다면 헌법의 정신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당헌·당규는 정당의 내부 규칙으로 당의 결속력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만든 규율이다. 정당은 조직적 결속력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당론을 강조하는데, 이러한 당론이 국회의원 개개인의 독립적 판단과 지역구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과 충돌할 때는 정치적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당헌·당규에서 당론 투표를 당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원이 강령이나 당론을 위반하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당론 위반으로 인한 징계 경력자나 당론을 현저하게 위반한 자를 공직 선거 후보자의 부적격 사유로 명시한다. 국민의힘 역시 당론과 당명에 따를 의무를 당원의 의무 중 하나로 당헌 제6조에서 규정 중이다. 이때 당론은 의원총회 의결로 결정한다. 다만 국회 본회의 표결에 회부되는 모든 법안에 당론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욱 의원에 탈당 권유?=당론을 위반할 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하거나 탈당을 요구한 사례, 이로 인한 파장은 보수·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여러 정치적 상황에서 발생해 왔다. 이는 정당의 내부 결속을 유지하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지만 동시에 국회의원들의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국민의힘의 경우 권성동 원내대표가 올해 1월 '쌍특검'(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당론에 반해 찬성표를 던진 김상욱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한 적이 있었다. 당시 국민의힘은 쌍특검법의 위헌적 요소를 이유로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김 의원은 "탈당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론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지도부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당론을 정하는 의원총회 등에서 본인의 입장을 먼저 밝혔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경태 의원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며 "당헌과 국회법에 의원은 양심에 따라 투표하게 돼 있는데 그러면 이것을 부정한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탈당은 하지 않았지만 이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이 당론을 따르지 않은 게 국회 상임위원회 조정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무엇보다 김 의원의 지역구인 울산 남구갑이 농해수위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좌천성' 인사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민주당, 당론 거부 때 공천 불이익 준다고?=민주당도 지난해 당헌·당규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이 당론을 위반하면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퍼진 바 있다.

특히 관련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장악력은 커지는 반면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하는 당내 민주주의는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당시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론을 어기면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일각의 보도를 부인했지만 이를 바로잡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는 그만큼 당론을 위반하는 게 정당의 결속력과 정치적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또 2020년에는 금태섭 전 의원이 전년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행사하자 찬성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고 징계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검사 출신인 금 전 의원은 공수처 설치에 꾸준히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다. 그는 "나쁜 정권이 들어서면 충성 경쟁으로 이어져 (공수처가)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고위공직자만을 대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 두 가지를 모두 가진 기관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이후에도 "공수처는 착한 권력기관이고 검찰은 나쁜 권력기관인가"라며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이유로 검수완박을 하려면 공수처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당론과 소신 사이, 우선 순위는?=당론 투표는 정당의 결속력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당은 특정 정책을 추진하거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일된 입장을 보여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당론 투표가 지나치게 강제적으로 이뤄질 경우 국회의원 개개인의 독립적 판단과 지역구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소신 투표 역시 국회의원이 헌법과 국회법에서 보장하는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하지만 정당 내부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거나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결국 종합적으로 보면 당론 투표와 소신 투표는 무조건적으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다. 정당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국회의원 개개인의 독립성을 존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국회의원은 자신의 양심과 지역구 주민들의 의견을 고려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균형에 따른 결정을 토대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킬 때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제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반대 의사는 불참이 아닌 반대 또는 기권 투표로 표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진영 국회 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정치의회팀 팀장은 지난 15일 발간한 '국회의원의 자유투표, 당론투표, 그리고 투표 불참' 보고서에서 "여야 정당이 교체돼도 반복되고 있는 표결 불참 당론은 헌법에 의해서 부여된 국회의원의 표결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반대 의사는 불참이 아닌 반대 또는 기권 투표로 표출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 가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국회의원이나 소속 정당의 선호대로 본회의 표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없더라도 국회법이 정한 의사절차에 참여하는 것은 국회 의사결정의 민주성과 대표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라고 강조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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