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吹毛求疵 <취모구자>

강현철 2025. 4. 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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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취, 털 모, 구할 구, 허물 자. '털을 불어 헤집고 감춰진 허물을 찾다'는 뜻으로, 악착같이 남의 결점이나 사소한 실수를 폭로해 따지는 행위를 뜻한다. 유사한 성어로 '취모멱자'(吹毛覓疵), '취모검부'(吹毛檢膚), '취모색자'(吹毛索疵)가 있다. 한비자(韓非子) 대체편(大體篇)의 '취모이구소자'(吹毛而求小疵)에서 비롯됐다. 비슷한 우리 속담에 '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가 있다.

법가(法家) 사상으로 잘 알려진 '한비자'에 '寄治亂於法術 託是非於賞罰 屬輕重於權衡 不逆天理 不傷情性 不吹毛而求小疵 不洗垢而察難知(기치란어법술 탁시비어상벌 속경중어권형 불역천리 불상정성 불취모이구소자 불세구이찰난지)'이란 구절이 나온다. "(현명한 군주는) 혼탁한 세상을 다스리는 건 법에 맡기고, 옳고 그름은 상벌에 의지하며, 가볍고 무거움은 저울로 나눈다. 하늘의 도리를 거스르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해치지 않으며, 터럭을 불어 작은 흠집을 찾지 않고, 알기 어려운 것을 때를 씻어내면서까지 살피려 하지 않다"는 구절이 원문이다. 정치의 핵심(대체·大體)을 체득한 군주들은 사소한 허물을 억지로 찾는 행동을 절대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채 남의 흠집만 잡아내려는 사람은 내 협소한 시야만 드러낼 따름이다. '취모구자'와 반대의 성어는 상대방의 허물은 숨겨주고 좋은 점은 드러내는 '은악양선'(隱惡揚善)이다. 공자는 '중용'에서 "순 임금은 크게 지혜로운 사람이다. 묻기를 좋아하고 사소한 말이라도 잘살펴 남의 허물은 덮어주고, 좋은 점은 널리 알렸다. 이 양쪽을 잘 조절하여 백성들에 적절한 방법을 썼다. 이런 점이 순 임금이 순 임금이 된 까닭이다"(舜其大知也歟 舜好問而好察邇言 隱惡而揚善 執其兩端 用其中於民 其所以爲舜乎·순기대지야여 순호문이호찰이언 은악이양선 집기양단 용기중어민 기소이위순호)고 했다. 순 임금이 '은악양선'으로 백성을 다스려 태평성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조선 성종실록에도 "영사 한명회가 말하기를, 만약 풍문을 거론하여 탄핵하는 것을 허락한다면 대신들이 반드시 서로 평안하지 못할 것이며 그 조짐이 또한 장차 사사로운 원한을 가지고 취모구자하여 남의 숨겨진 허물을 논하게 될 것이니, 이렇게 된다면 그 폐단을 장차 어찌 하겠습니까?" 라는 말이 나온다.

조기 대선을 코앞에 둔 정치의 계절, 터럭을 불어 경쟁 후보의 허물을 침소봉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누굴 믿고 누굴 믿지 않을 것인가.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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