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애향정신으로 시작… 30년째 수원시민의 책 친구 '선경도서관'
시에 기부채납… 당시 최고 수준 시설 대기줄 늘어서 첫해만 25만명 방문
개관 30주년인 올해 새 도약 준비 AI 기반 책 추천 시스템 등 마련

"아이가 둘인데, 형편이 어려워 책 사줄 돈도 아쉬웠어요. 그래서 선경도서관 어린이실에서 매주 그림책을 빌려 읽어주곤 했어요."
24일 만난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주민 고영자(61·여) 씨는 30년 전인 1995년 4월을 떠올렸다. 당시 선경도서관이 생기면서 도서 구입비 부담을 덜었다. 방학이면 비싼 학원 대신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독서 교실 프로그램에 자녀를 보내기도 했다. 어린 자녀가 어엿한 직장인이 되기까지, 30년의 시간 동안 고 씨가 선경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무려 3천600여 권에 이른다.

고 씨를 비롯한 수원 인근 지역 주민들은 선경도서관과 30년을 함께 하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오는 27일 개관 30주년을 맞이하는 선경도서관 이야기의 첫 장은 고(故) 최종건 선경그룹(현 SK그룹) 창업회장으로 시작한다.

선경도서관 10년사·20년사 등을 보면 고 최 회장은 수원에서 나고 자라 전쟁을 겪은 뒤, 폭격으로 잿더미가 된 터에 직물 공장을 세웠다. 공장에서 생산한 튼튼한 직물이 입소문을 타며 사업이 번창했고, 지역 경제에도 활기가 돌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 인재를 육성하겠단 일념으로 도서관을 건립하는 데 거금 250억 원을 투자했다.

이 같이 민간기업의 기부채납으로 지어진 경기도 내 주요 공공도서관은 용인 남사도서관, 고양 별꿈도서관, 수원 망포글빛도서관 등이 있다.
이중 선경도서관은 도서관법에 명시된 도내 '대표도서관'을 맡아, 지역사회 지식과 문화를 공유하는 데 앞장서왔다. 1995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선경도서관 총 이용자 수는 2천113만3천830명에 달한다.
선경도서관은 고 최 회장의 지역 공헌 정신을 이어 개관 30주년인 올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인조 잔디를 깐 도서관 앞마당에 책 수백 권을 비치해 자유롭게 꺼내보는 프로그램,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책을 추천하는 시스템 등을 마련해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혀가겠단 구상이다.
강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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