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애향정신으로 시작… 30년째 수원시민의 책 친구 '선경도서관'

강현수 2025. 4. 24. 18:1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원 향토기업 '선경그룹' 선대회장 지역인재 육성 뜻 기려 1995년 건립
시에 기부채납… 당시 최고 수준 시설 대기줄 늘어서 첫해만 25만명 방문
개관 30주년인 올해 새 도약 준비 AI 기반 책 추천 시스템 등 마련
오는 27일 선경도서관 개관 30주년을 앞두고 24일 오후 도서관 관계자들이 도서관을 기부채납한 선경그룹(현 SK그룹)의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 동상을 살펴보고 있다. 김경민기자

"아이가 둘인데, 형편이 어려워 책 사줄 돈도 아쉬웠어요. 그래서 선경도서관 어린이실에서 매주 그림책을 빌려 읽어주곤 했어요."

24일 만난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주민 고영자(61·여) 씨는 30년 전인 1995년 4월을 떠올렸다. 당시 선경도서관이 생기면서 도서 구입비 부담을 덜었다. 방학이면 비싼 학원 대신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독서 교실 프로그램에 자녀를 보내기도 했다. 어린 자녀가 어엿한 직장인이 되기까지, 30년의 시간 동안 고 씨가 선경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무려 3천600여 권에 이른다.

고 씨는 "그때 읽었던 책이 자양분이 돼 지금 아이가 직장 생활도 잘하는 것 같다"면서 "아이에게 읽어준 책을 바자회에서 판매한 뒤 수익을 어린이 복지 시설에 기부하고,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활동도 시작했다. 도서관과의 인연으로 선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1995년 개관한 선경도서관이 오는 27일 개관 30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24일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선경도서관 전경. 김경민기자

고 씨를 비롯한 수원 인근 지역 주민들은 선경도서관과 30년을 함께 하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오는 27일 개관 30주년을 맞이하는 선경도서관 이야기의 첫 장은 고(故) 최종건 선경그룹(현 SK그룹) 창업회장으로 시작한다.

1970년 문을 연 경기도립수원도서관과 1980년 개관한 수원시립중앙도서관 두 곳만이 75만 수원 시민의 도서관 수요를 감당하던 때였다. 그러던 중 수원 향토기업인 선경그룹이 고 최 회장의 애향과 인재 육성의 뜻을 기려 선경도서관을 건립, 시에 기증했다.
수원 향토기업인 선경그룹이 고 최 회장의 애향과 인재 육성의 뜻을 기려 1995년 개관한 선경도서관이 곧 개관 30주년을 맞는 가운데 24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선경도서관 종합자료실에서 관계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경민기자

선경도서관 10년사·20년사 등을 보면 고 최 회장은 수원에서 나고 자라 전쟁을 겪은 뒤, 폭격으로 잿더미가 된 터에 직물 공장을 세웠다. 공장에서 생산한 튼튼한 직물이 입소문을 타며 사업이 번창했고, 지역 경제에도 활기가 돌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 인재를 육성하겠단 일념으로 도서관을 건립하는 데 거금 250억 원을 투자했다.

윤경아 선경도서관 팀장은 "선경그룹의 기부채납으로 1995년 4월 27일 선경도서관이 문을 열었다"면서 "당시 서울에도 이만한 규모에 음향, 영상, 시정 등의 자료까지 다양하게 갖춘 도서관이 없었다. 도서관 언덕 아래까지 대기 줄이 쭉 늘어섰을 정도였고, 개관 첫해에만 25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고 회상했다.
수원 향토기업인 선경그룹이 고 최 회장의 애향과 인재 육성의 뜻을 기려 1995년 개관한 선경도서관이 곧 개관 30주년을 맞는 가운데 24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선경도서관 종합자료실에서 관계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경민기자

이 같이 민간기업의 기부채납으로 지어진 경기도 내 주요 공공도서관은 용인 남사도서관, 고양 별꿈도서관, 수원 망포글빛도서관 등이 있다.

이중 선경도서관은 도서관법에 명시된 도내 '대표도서관'을 맡아, 지역사회 지식과 문화를 공유하는 데 앞장서왔다. 1995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선경도서관 총 이용자 수는 2천113만3천830명에 달한다.

선경도서관은 고 최 회장의 지역 공헌 정신을 이어 개관 30주년인 올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인조 잔디를 깐 도서관 앞마당에 책 수백 권을 비치해 자유롭게 꺼내보는 프로그램,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책을 추천하는 시스템 등을 마련해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혀가겠단 구상이다.

강현수기자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