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PC'에 이준석 카톡...고비 때마다 명태균에게 '읍소'
뉴스타파가 입수한 명태균PC에서 이준석 대선 예비후보(이하 후보)가 명 씨에게 자신의 성접대 경찰 수사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하거나, 명 씨를 통해 윤석열 부부를 상대로 한 구명 활동을 펼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 352개가 나왔다. 지난해 검찰이 수사보고서에 담은 이준석-명태균 카카오톡 메시지 206개보다 많은 양이다.
추가 카톡 대화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명태균 씨를 '메신저' 삼아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했다. 즉, 겉과 속이 다른 행보를 지속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지난 8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21대 대통령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날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무단통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힌 이후 성상납 운운하며 학력위조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로 저를 공격했던 분들 이제라도 부끄러움을 느끼고 대한민국 정치의 품격을 얼마나 훼손했는지 돌아보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일련의 의혹들은 자신이 윤석열을 비판한 대가였다고 주장했지만, 이들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명태균PC'에서 '명-이' 카카오톡 대화 352개 추가 복원
지난해 검찰은 이준석과 명태균의 카톡 메시지 206개를 복원해, ‘명태균이 이준석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내용’이라는 제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대화 기간은 2022년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뿐이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디지털포렌식한 ‘명태균PC’에서 이준석과 명태균의 카카오톡 메시지 352개가 추가로 나왔다. 이들의 카톡 대화 기간은 2021년 5월 15일부터 6월 7일까지, 그리고 2022년 8월 22일부터 23년 10월 21일까지로 약 15개월 치 대화가 추가로 복원된 것이다.

앞서 뉴스타파는 이준석 의원이 자신의 성접대 증거인멸 의혹에 따른 당의 징계를 막기 위해 명 씨와 대화한 카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준석의 '구명 로비'...명태균을 '메신저'로 이용한 정황
당시 이양희는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위원장이었는데, 명 씨를 통해 징계 결정권자에게 구명 메시지를 보내려 했던 정황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준석과 명태균은 이후에도 성상납과 학력위조 관련 대화를 계속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취임 두 달 후인 2022년 7월,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 의원이 자신의 성상납 의혹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이 터졌고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준석 당대표에게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와 동시에 경찰 수사까지 시작됐는데, 명 씨는 함성득 교수와 유상범 의원을 거론하면서 이 의원에게 "함 교수가 전화가 와서 무고죄와 7억 부분으로는 절대 경찰에 출석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당부했다.

함성득 경기대 교수는 윤석열의 측근이자 아크로비스타 이웃 주민으로, 대선 기간 막후에서 활동한 비선 중 한 명이다.
사흘 뒤, 함 교수가 명 씨에게 ‘경찰, 성 접대 얽힌 이준석 '무고·증거인멸 교사' 수사도 난관’이라는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이준석에게 “보내주세요”라고 말했다. 명 씨는 곧바로 이준석 대표와 보좌진인 박 모 비서관에게 기사 링크를 보낸 뒤, 함 교수에게 “네 형님 보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명태균 "대통령 직접 만나보고 오겠습니다"→ 이준석 "넵"
당시 이준석은 자신의 성상납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들을 고소했는데, 유튜버 측이 이준석을 다시 무고죄로 고발했다. 무고 혐의로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이준석은 명 씨에게 또 다시 구명을 요청했다. 명 씨가 대통령을 직접 만나보겠다고 말하자, 이 의원은 “넵”이라고 답했다.

10여 일이 흐른 2022년 10월 5일, 이 의원이 명 씨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이 의원은 "내일 이양희가 난리 친다 하니 어차피 이제 전면전일 것"이라고 말하자, 명 씨는 "대표님이 이긴다"며 "파악하고 내일 전화드리겠다"고 답했다. 다음 날, 국민의힘은 이준석에 대한 추가 징계를 논의하기로 한 상태였다.

1차 징계를 당한 뒤에도 이 의원은 계속해서 명 씨와 소통하며, 명 씨가 나서 사태를 해결해주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어제 경찰 조사를 받고 왔다"며 "경찰 조사 받은 건 기밀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에도 명 씨는 “무조건 막아볼테니 확인하고 전화하겠다”고 답했다.


명태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윤석열 OR 김건희 '구명' 기다린 이준석
아무런 답이 없자 이틀 뒤, 이 의원이 명 씨에게 경찰의 수사 브리핑을 공유한다.
이에 명 씨는 "아직 답이 없다. 그래서 경찰은 그대로 밀고 나가고 있는 것 같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답한다.
경찰의 사건 송치를 앞두고, 두 사람은 누군가의 대답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두 사람이 애타게 답을 기다린 사람은 윤석열 부부로 보인다. 성상납 의혹 초기에도 명 씨는 이 사건을 김건희와 윤석열을 통해서 해결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

이들의 대화를 종합하면, 이준석 후보는 당시 명 씨를 통해 윤석열과 김건희에게 자신의 '구명 로비'를 펼쳤다고 볼 수 있다. 명 씨도 함성득 교수 등과 의논하며 적극적으로 '이준석 살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학력 위조' 주장한 유튜버 처리도 명태균에게
이듬해인 2023년 5월, 이번엔 이 후보의 학력위조 의혹이 유튜버들 사이에 확산됐다. 이 후보는 이번에도 명 씨를 찾았다.

현재는 삭제된 이 영상의 제목은 ‘하버드에서 받은 졸업장의 정체’다. 당시 조회수는 43만 회에 달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후보는 이날 "여사 물고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데,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배후에 '김건희'가 있고, 이를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이준석 후보는 대통령 부부와 나눈 통화 녹음파일을 다수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일종의 '폭로'를 암시한 발언으로 볼 수도 있다. 이날 대화 또한 이 후보가 자신의 의중을 명 씨를 메신저 삼아 김건희에게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명태균 카카오톡 대화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고비 때마다 명태균을 찾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날 자신이 윤석열을 비판한 대가로 여러 곤욕을 치른 것처럼 말했지만, 실제로는 명 씨를 통해 대통령 부부와 소통을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구명 활동을 펼쳤다.
대통령 후보자가 '앞과 뒤', '겉과 속'이 다른 거짓말을 일삼는 건 중요한 결격 사유다. 이 후보의 거짓말 의혹에 대해 뉴스타파는 반론 및 해명을 받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