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주상복합, 세대공존형 아파트...어디서 본 듯한 ‘중고’ 공약들
서울 택지 확보할 묘수 없어
과거 정부 정책들과 유사

대선 공약의 ‘올드 보이’들이 돌아왔다. 여야 대권 주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하나둘 발표하는데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이 많다. 이름만 새롭지 실상은 등장한 지 오래된 정책인 탓이다. 실현 가능성이 비교적 높지만 주거난 해소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유종일 전 성장과통합 상임공동대표가 꺼낸 주민센터 주상복합 개발이다. 서울 400여 주민복지센터를 주상복합 형태로 고밀 개발해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는 발상이다. 성장과통합이 해체 수순을 밟고 있지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정책자문기구나 마찬가지였던 만큼, 정책 논의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24일 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 복합개발은 이미 결과물이 나온 정책이다. 당장 서울 강동구 한 곳에만 유사한 사례가 2곳 있다. 강동천호 행복주택은 옛 주민복지센터 부지(강동구 천호동 555번지)를 개축해 주민센터와 함께 건설됐다. 강동구 명일1동 주민센터도 복합개발이 추진 중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파출소 위 여성안심주택을 추진한 바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발표한 세대공존형 주택도 시장에 등장한 지 오래됐다. 출산 가구와 양가 부모가 독립된 공간에서 거주하는 주택으로 사실상 출입문이 2개 이상 달린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동작구 흑석한강센트레빌2차 아파트 등 2010년대 초반 흑석동 재개발 당시 화제가 됐던 세대분리형 아파트가 비근한 사례다. 서울시는 지난해 이른바 ‘삼대(三代) 특공’ 청약을 도입했고 평면까지 개발했다.
대선 때마다 이름만 바뀐 중고 신상품이 등장하는 이유는 서울에 신규 택지를 마련하기 힘든 탓이다. 남다른 주택 공급 정책을 짜낼 묘수가 없으니 기존 정책을 재활용한다. 세부 사항을 조금 바꾸고 튀는 이름을 붙여 대중의 관심을 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철도부지 위 행복주택을 짓겠다며 인기몰이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서울지하철 신정차량사업소 위에 대단지 공공임대아파트가 들어서고 17년이 흘렀을 때였다.
정책 개선은 미덕이지만 효과를 과신하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당장 모든 주민센터가 복합개발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좌초되기도 한다. 강동천호 행복주택은 2020년 사업을 시작해 2023년 입주할 예정이었지만 사업기간이 두 차례 연장돼 올해까지 입주가 미뤄졌다. 파출소 위 여성안심주택은 경찰과 서울시가 비용 등 현실적 문제에 이견을 보여 결국 무산됐다.
무엇보다 지역별 주택 공급량이 동네에 작은 규모의 나홀로 아파트 한 동을 짓는 수준에 불과하다. 강동구 주민센터 행복주택 규모는 각각 100호 정도다. 참신한 발상으로 주목을 받았던 철도 위 행복주택은 현재 전국 9곳, 전체 공급량은 3,236호에 그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선에 맞춰 다양한 아이디어를 꺼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만 이러한 공약들이 집값이나 주택 공급량에 크게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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