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측 “사위 취업 사전에 알지도 못했다”···뇌물죄 성립 여부 두고 법정 공방 예상

정대연·유선희 기자 2025. 4. 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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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제공

검찰이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상직 전 의원으로부터 약 2억17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다. 문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반발했다. 재판에선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전 의원이 본인이 지배하는 타이이스타젯에 문 전 대통령 전 사위를 채용해 지급한 급여 등을 문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볼 수 있을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전주지검은 애초 문 전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 적용을 검토했으나 이날 ‘뇌물죄’로 기소했다. 법조계에선 제3자 뇌물죄를 입증하는 것이 뇌물죄보다 어렵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따라야 하는데 제3자 뇌물죄는 여기에 추가로 ‘부정한 청탁’까지 입증해야 한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인사 등을 청탁했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찰이 이날 배포한 A4 10쪽 분량의 수사 결과 보도자료엔 문 전 대통령이 이 전 의원으로부터 청탁을 받았다는 내용이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검찰은 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딸 부부를 뇌물죄 공범으로 의율하면서 그 근거로 ‘딸과 전 사위가 단순한 뇌물 수혜자를 넘어 능동적 행위를 하면서 뇌물수수 범행 완성에 필요한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들었다. 딸 부부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이 전 의원이 준비한 태국 현지 정보 등을 전달받아 태국 이주를 직접 결정하는 등 범죄 성립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제3자가 사전에 일치된 의사로 범행을 계획하고, 그 계획에 따라 제3자가 뇌물을 수수한 경우 모두에게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내세웠다. 문 전 대통령과 딸 부부의 공모 사실이 입증돼야 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가 인정될 수 있어 재판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사건 판례를 들어 대통령 뇌물 사건에서 직무관련성이 폭넓게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광범위한 직무권한의 특성에 비춰 이익제공자와 대통령 사이의 구체적 현안을 요구하지 않는 포괄적 대가관계가 인정”되기에 이번 사건의 본질은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포괄적 권한 행사를 통한 정치적·경제적 혜택을 기대한 이 전 의원으로부터 문 전 대통령 자녀 부부의 태국 이주를 지원하는 특혜를 받은 것’이란 주장이다. 이른바 ‘포괄적 뇌물죄’란 논리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검찰은 지금까지 수년 동안 사위의 봉급 등을 제3자 뇌물죄로 의율했지만,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할 만한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했다”며 “그러자 기소 단계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딸, 사위와 함께 사위의 급여를 뇌물로 받기 위해 외국 기업 취업을 공모했다는 허위의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문 전 대통령은 사위의 취업을 사전에 알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취업을 부탁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며 이 전 의원의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과 문 전 대통령 사위의 2018년 8월 타이이스타젯 취업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직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면서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반론권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검찰은 지난 2월부터 두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문 전 대통령 측이 응하지 않았고, 이후 문 전 대통령 측이 서면조사를 요청해 질의서를 보냈지만 한 달 이상 답변을 보내오지 않아 “사실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문 전 대통령 측은 “이달 말까지 답변서를 제출하겠다고 검찰에 알렸고 실제 작성 중이었다”면서 “최소한 사실관계 확인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들이 짜 맞춰 놓은 가공의 사실에 기반을 둔 위법한 ‘벼락 기소‘를 했다”고 맞섰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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