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 전쟁 해결에 도움 안 된다"…속으로 웃는 푸틴

손성원 2025. 4. 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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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크림반도, 논의 대상조차 안 돼"
런던 회담, 루비오 불참에 실무급으로 축소
"더 큰 조건 끌어 내려던 러시아 측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미국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영토 합병 구상을 거부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압박에도 일방적인 영토 양보안 수용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휴전 논의가 공전을 거듭해도 당장 손해 볼 게 없는 러시아만 속으로 웃고 있는 형국이다.


우크라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 반발

존 힐리(왼쪽부터) 영국 국방장관,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23일 영국 런던에서 회담 중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크림반도를 원한다면, 11년 전 러시아에 넘겨졌을 때 왜 싸우지 않았는가"라며 "크림반도는 수년 전 버락 후세인 오바마 대통령(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쓰는 표현)의 보호 아래 상실됐고,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의 선동적인 태도때문에 전쟁을 해결하기 매우 어렵다.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얻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나라 전체를 잃기 전에 3년 더 싸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것은 우리의 이해와 우리가 오랫동안 해온 말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미국·우크라이나·유럽 3자 간 연대도 사실상 불발됐다. 당초 각 측은 이날 영국 런던에 모여 휴전 논의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가 불참했다. 실무급 회의로 대체됐지만 실질적 논의는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에 의해 소외됐다고 느낀 유럽 관계자들은 런던 회의를 통해 종전 협상 테이블에서 입지를 확보하려 했지만 미국의 불참으로 타격을 입게 됐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우크라이나는 재차 크림반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이날 엑스(X)에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만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을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영국·프랑스·독일도 러시아가 완전한 휴전에 합의하기 전까진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냈다.


"미국이 손 떼도 러시아는 크게 걱정 안 해"

우크라이나 구급대원들이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공격으로 무너진 잔해를 둘러보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 전선에서 침공을 멈추고,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등 4개 지역 중 미점령 영토에 대한 관할권 주장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 대가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공인받고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의 지배도 인정할 것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 이는 결국 자국의 입장을 완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더 포괄적인 조건을 이끌어내려는 러시아 측의 전략이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휴전 협상이 결렬을 거듭하며 러시아만 점점 유리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정치 분석가인 알렉산더 바우노프는 FT에 "미국이 평화 중재에서 손을 떼더라도 러시아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그럴 경우 최근 수개월과 유사하게 러시아에 유리한 정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전선 곳곳에서 승기를 잡고 있는 러시아로선 '휴전 논의 공백'을 우크라이나를 더욱 몰아붙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란 뜻이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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