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공소장] 검찰 출신 대통령실 직원들의 내란 연루 의혹
12.3 비상계엄으로 헌법을 파괴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다시는 한국 현대사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날의 진상을 역사에 낱낱이 기록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계엄 관련자들에게 제대로 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때다. 12.3 비상계엄의 실체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계엄에 동조한 세력 중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뉴스타파는 내란 수사기록 등 방대한 사건 기록을 통해 12.3 내란의 심층부 속, 아직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장면들을 포착했다. 뉴스타파가 새롭게 써내려가는 그날의 범죄 기록. [편집자주]
검찰 출신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정환 수행실장이 평소 윤석열의 안보폰을 관리하며, 12.3 내란 직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통화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김 실장은 12.3 내란 당일에도 정부 주요 인사들과 최소 10여차례 이상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검찰총장 비서실 출신 ‘2급 공무원’… 내란 수사 기록 곳곳에 등장
대통령실 부속실 소속인 김정환 실장은 지난 2019년부터 윤석열을 보좌했다. 윤석열과는 검찰총장 비서실에서 총장과 직원으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는 특수활동비 보관 등 ‘내밀한 업무’를 맡아 윤석열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엔 대통령실에 취업해 3급 행정관이 됐고, 곧 윤석열의 일정을 챙기는 수행실장(2급)으로 승진했다. 강의구 부속실장과 함께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내란 수사 기록에는 ‘김정환’이라는 이름이 여러 군데 등장한다. 내란 다음날인 12월 4일 오후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과 통화한 내역도 있다. 이날 오후 1시 36분경, 이 전 장관은 김 실장과 약 22초간 통화를 나눴고, 이로부터 약 9분 뒤인 1시 45분엔 윤석열과도 통화했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윤석열로부터 비상계엄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그런데 약 40분 전인 1시 6분경, 이미 이 전 장관은 윤석열과 1차례 통화했다. 이때도 이 전 장관은 김 실장의 전화를 확인하고 윤석열에게 연락했다. 불과 40분 사이, 윤석열과 이 전 장관이 2차례 통화한 것인데 이 전 장관은 “격려 전화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정환 수행실장 1번, 대통령님 1번 총 2건 부재중 전화가 있어 13:06경 콜백을 드렸고, ‘괜찮으십니까’ 여쭈어보았고, ‘국회해제건의는 즉석에서 정말 잘 받아들이셨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대통령께서 ‘오전에 경찰청장, 서울청장 통화했는데 의원들을 국회에 출입시켜 계엄해제가 빨리 해결되는 바람에 유혈충돌 없이 잘 끝난거고 잘했다고 격려해주셨다’고 말했습니다.
-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24.12.16, 경찰 피의자 신문)
이때 김 실장은 윤석열과 함께 공관에서 점심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 2인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12월 4일 오후 12시 30분~2시까지 대통령 공관에서 국수를 먹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국수 오찬에는 총 5명이 참석했는데, 참석자는 윤석열과 김용현, 경호처장, 의전비서관, 그리고 김 실장이었다.
문: 언제 어디에서 대통령과 점심식사를 하였나요?
답: 계엄해제된 다음 날 잠을 못 잔 상태였기 때문에 밤샌 후였는데 (대통령이) 식사를 했냐고 하셔서 안 했다 하니 '국수라도 한 그릇 먹자' 하셔서 대통령 공관에서 국수 한 그릇 먹고 왔습니다.
문: 당시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
답: 대통령님과 혼자 식사한 것이 아니라 여러 명과 같이 먹었습니다.
문: 식사 당시 배석자가 누구였나요?
답: 경호처장을 비롯하여 의전비서관, 수행실장 등 약 5명 정도였습니다.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24.12.8, 검찰 피의자 신문)
김용현과 ‘국수 오찬’ 중 이상민에게 전화… 후속 대책 논의 의심
당시 오찬에 대해 김용현은 “일반적인 대화가 이뤄졌고, 특별히 기억나는 내용이 없다. 단순한 격려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이 자리에서 윤석열을 중심으로 ‘후속 대책’이 논의된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문: 비상계엄 사태가 종료된 직후에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와 관련된 논의도 없이 국수를 먹으면서 일상대화를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든데 피의자는 사실대로 진술하는 것인가요.
답: 예, 제가 만약에 그 내용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면, 거기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대통령님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친구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계엄에 대한 후속조치를 이야기할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24.12.8, 검찰 피의자 신문)
김용현의 이 같은 답변은 김 실장과 이 전 장관, 윤석열의 ‘삼각 통화 내역’에 비춰 그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김용현이 국수 오찬을 하고 있던 시각인 오후 12시 30분~2시 사이, 김 실장은 이 전 장관에게 최소 2차례 연락을 시도했고, 윤석열 또한 이 전 장관과 최소 2차례 통화했다. (1시 6분, 1시 45분)
국수 오찬 도중, 김용현을 앞에 두고 김 실장과 윤석열이 행안부 장관에게 번갈아 연락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기 어렵다. 검찰이 의심한 것처럼 내란 후속 대책이 논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 김용현은 국수 오찬 바로 다음날인 12월 5일, 자신의 휴대전화를 파기한 뒤 아이폰16을 새로 개통했다.
그러나 충암고 선후배 관계인 윤석열·김용현·이상민의 ‘증거 인멸 공모’ 의혹은 수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 전 장관은 김 실장과의 통화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화가 오고간 것 같으나 대화한 기억이 없습니다.
-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24.12.16, 경찰 피의자 신문)
이런 상황에서 김 실장의 행적은 12.3 내란의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김 실장은 윤석열을 대신해 전용 비화폰(보안폰)을 들고 다니며, 윤석열을 지근 거리에서 수행했다. 윤석열이 내란 과정에서 누굴 만났고, 누구와 통화했는지 아는 몇 안 되는 인물이 바로 김 실장이다.
문: 대통령이 새벽 1시 17분경 합참 O층 OO실로 이동하였는데, 당시 대통령이 사령관들에게도 직접 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됩니다. 대통령이 사용하는 전화기는 몇 대인가요?
답: 총 2대입니다. 하나는 일반폰이고, 다른 하나는 보안폰입니다.
문: 대통령의 전화기는 누가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가요.
답: 김정환 수행실장이 챙기고 다닙니다. 이동 때는 수행실장이 들고 다녔고, 관저나 집무실에 있을 때는 대통령께 사용하시라고 드려 대통령이 직접 갖고 계십니다.
- 강의구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24.12.30, 검찰 참고인 조사)
내란 당일에도 김 실장은 윤석열의 동선을 따라 다니며, 윤석열을 밀착 수행했다. 윤석열이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을 만났을 때부터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대통령 집무실로 복귀한 시점까지 모든 일정을 함께했다. 또 국회의 계엄 해제 이후, 합동참모본부 벙커로 간 윤석열을 수행한 직원도 김 실장이었다. 이날 김 실장은 윤석열이 벙커를 나와 집무실을 거쳐 자신의 관저로 돌아갈 때까지 곁을 지켰다. 12월 4일 새벽 5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문: 대통령이 관저로 돌아간다고 한 시각이 언제였나요.
답: 12. 4. 새벽 5시쯤입니다.
문: 진술인(강의구)도 함께 대통령과 관저로 이동한 것인가요.
답: 아닙니다. 보통 관저로 모시고 가는 것은 김정환 수행실장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날도 수행실장이 동행하였습니다.
- 강의구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24.12.30, 검찰 참고인 조사)
김정환·강의구, 계엄 국무위원 모임에도 관여
특히 김 실장은 자신의 상사인 강의구 부속실장과 함께 계엄 당일 밤 국무위원 모임에도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12.3 비상계엄을 앞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경, 김 실장은 강의구 실장에게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저녁 8시 무렵 김정환 수행실장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와 제게 대통령이 총리, 법무부장관,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국정원장, 행안부장관을 부르라고 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곧바로 행안부장관에게 연락했고, 김정환 실장은 나머지 분들에게 연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강의구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24.12.30, 검찰 참고인 조사)
이날 오후 7시 55분경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시작으로 김영호 통일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김 실장의 연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김 실장은 윤석열의 지시를 받고 국무위원들을 대통령실로 불러내는 역할을 수행했다.
대통령께서 대통령비서실 수행실장의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내주었고, 위 수행실장에게 연락했더니 용산 전쟁기념관 정문을 통해 대통령실로 오라고 하여, 관용차량을 타고 대통령실까지 이동하였습니다.
- 김영호 통일부 장관 (24.12.14, 검찰 참고인 조사)
비상계엄 선포를 약 1시간 정도 앞둔 오후 9시경에는 대통령실에 부를 국무위원 명단도 김 실장이 작성했다. 명단에 적힌 국무위원은 ‘최상목, 송미령, 조규홍, 오영주, 박상우, 안덕근’ 등 6명이었다. 이들 국무위원은 각각 부속실의 연락을 받고 오후 9시 14분부터 대통령실로 향했다. 이때 김 실장과 부속실은 윤석열이 국무회의 개최를 위해 국무위원 정족수를 채우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정작 국무위원들에겐 이 같은 상황을 숨긴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환 실장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통령께서 불러주는 명단을 적어 왔었습니다. 그 명단에는 최상목, 송미령, 조규홍, 오영주, 박상우, 안덕근이 있었습니다. (중략) 정족수도 있고 대통령께서 하명한 것이니 그에 따라 한 것입니다. 김 실장이 집무실에서 듣기로는 총리가 “국무회의를 열어야 한다. 정족수를 맞춰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 강의구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24.12.30, 검찰 참고인 조사)
21:41경 연락을 받았습니다. (중략) 이름은 모르고 대통령실 부속실 수행실장으로 연락받았습니다. 수행실장이 '대통령님이 찾으니 대통령실로 와주십쇼. 얼마나 걸리나요'라고 물어보길래 제가 '40분 정도 걸린다. 무슨일인가요'라고 했더니 대답은 하지 않고 대통령이 찾으니 빨리 와달라고만 했습니다.
-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24.12.16, 경찰 참고인 조사)
부속실의 도움으로 국무회의 개최 정족수를 채운 윤석열은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경 브리핑 룸으로 이동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에 앞서 김 실장은 대통령이 발표할 대국민담화문을 미리 준비해 브리핑 룸에 올려놨고, 강의구 실장은 국무위원들에게 나눠줄 ‘비상계엄 선포문’을 미리 출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속실의 국무회의록 서명 시도와 거짓 진술 의혹
나아가 부속실 직원들은 실무 과정에서 윤석열에게 유리한 증거를 남기기 위해 국무회의 회의록을 꾸미거나 수사기관에 허위 진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먼저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오후 10시 30분~11시 사이 대통령실에선 국무위원들의 서명을 받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국무회의가 열렸음을 확인하는 과정인데, 만약 실제 서명이 이뤄졌다면 윤석열에게 유리한 기록으로 악용됐을 소지가 크다. 그러나 부속실은 당시 서명을 요구한 직원의 이름을 숨기고 있다.
답: 저는 대국민 담화가 끝나고 나서 바로 일어나서 회의장을 나오려고 했습니다. 그때 용산 대통령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제게 참석자 서명을 해 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저와 경제부총리는 “서명을 하지 못하겠다”라고 말을 하고 나왔습니다.
문: 서명해 달라는 말을 무슨 의미로 이해했나요
답: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는 형식 요건을 갖추려는 것으로 보여서, 저는 동의할 수 없어서 그냥 서명하지 않고 나왔습니다.
- 조태열 외교부 장관 (24.12.19, 검찰 참고인 조사)
문: 국무회의 참석자 명부를 들고 국무위원들에게 서명을 받으려고 한 부속실 직원이 누군인지 모르나요?
답: 모르겠습니다.
문: 제1부속실의 행정관이 누구인지 진술하지 못하는 것인가요.
답: 보안 사항입니다.
- 강의구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24.12.30, 검찰 참고인 조사)
당시 서명과 함께 회의록 작성을 주도한 곳은 부속실이다. 강 실장은 계엄 당일,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을 특정해 ‘회의록 형태’의 문건을 작성했다. 부속실은 해당 문건을 근거로 “계엄 안건을 심의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다수 국무위원들은 “심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탄핵 심판에서 “심의가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문: 당시 참석했던 국무위원들은 사실상 국무회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비서실에서 국무회의가 있었다고 행정안전부에 회신한 공문에는 국무회의가 있었다는 내용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진술인이 이렇게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라고 기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웃으며) 국무회의를 하니 정족수를 채워야 한다고 총리께서 말을 했기에 국무회의라고 생각해서 적은 것이고 정족수를 채웠고 심의를 거쳤기 때문에 국무회의라고 기재했습니다.
- 강의구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24.12.30, 검찰 참고인 조사)
검찰 중수부 출신인 강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의 동선을 비틀어 진술하는 방식으로 수사에 일부 혼선을 초래했다. 자신이 12월 3일 오후 6시 30분 “대통령에게 저녁 식사를 챙겨주었다”는 진술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그날 오후 7시 삼청동 안가에서 김용현, 경찰청장 등을 만났으므로 “대통령이 6시 30분 저녁 식사를 했다”는 강 실장의 진술은 윤석열의 동선과 충돌한다.
또 그는 자신의 검찰 후배이자 부속실 직원인 최소영 행정관의 ‘보고’라며 “저녁 8시 무렵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을 뵈러 왔다는 보고를 받았다”고도 진술했다. 그런데 이 역시 김용현이 오후 7시 무렵부터 윤석열과 함께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므로 사실상 허위 보고에 기반한 거짓 진술에 가깝다.
이밖에 강 실장은 계엄 해제 이후, 한덕수 총리에게 연락해 한 총리가 직접 서명한 ‘비상계엄 선포문’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 실장이 왜 한 총리를 지목해 ‘비상계엄 선포문’을 확보한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한 총리는 지난 2월 경찰 조사에서 자료 요청을 받게 된 경위에 대해 “모르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렇듯 부속실이 연루된 의혹들은 현재로서 규명되지 않았고, 관련자들의 사법 처벌 여부도 미지수다. 대통령 윤석열은 지난 4일 파면됐지만, 부속실 직원들은 여전히 대통령실에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21일 “대통령실 내 내란 세력이 그대로 있는 것”이라며 강 실장 등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뉴스타파 강현석 khs@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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