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바다에…전 세계 산호 84%가 하얗게 죽어가고 있다

옥기원 기자 2025. 4. 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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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온실가스
세계 최대 산호 군락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지역에 백화 피해가 커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지난 2년여간 전 세계 산호초 80% 이상에서 대규모 ‘백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바닷속 열대우림’으로 불리는 산호의 백화 피해는 바다생물 서식지 파괴 등 해양 생태계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어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한 행동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해양대기청과 국제 산호초 이니셔티브는 전 세계 바다에서 네 번째 백화 현상이 본격화한 2023년 1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전체 산호초 84%가 백화 수준의 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산호의 백화는 바다 온도가 뜨거워져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내부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조류(미세해조류)를 방출하면서 점점 색을 잃게 되는 현상이다. 백화 현상은 여태까지 네 차례 관측됐는데, 1998년 첫 백화 현상 당시엔 전 세계 산호의 21%가, 2010년 두 번째엔 37%, 2014~2017년 세 번째엔 68%가 피해를 입었다.

국제 산호초 이니셔티브는 이번 네 번째 백화 현상이 “전례 없는 규모”라고 평가했다. 이번 피해를 계기로 기존에는 1~2단계만 있던 ‘백화 경보’ 척도에 3~5단계가 추가됐다. 이전 최고 단계였던 2단계가 “열에 민감한 산호의 폐사 위험”을 알리는 척도였다면, 5단계는 “장기 피해로 인해 산호 80% 이상이 폐사할 위험”을 뜻한다.

미국 해양대기청의 산호 경보 프로그램. 누리집 갈무리

역대급 산호 피해의 원인으로 해양 온도 상승이 꼽힌다. 2024년은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한 첫 번째 해로, 최근 10년(2014~2023년) 사이 해수면 온도는 최대 1.2도 상승했다. 바닷물 온도가 평소보다 1~2도 높아진 상태가 4주 이상 유지되면 일부 산호가 백화하고, 8주 이상 지속하면 대규모 백화가 발생할 수 있다.

산호 백화는 해양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산호초와 공존하는 전체 해양 생물종 약 25%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호가 파괴되면 어획량이 급감하고, 산호초 관광으로 수익을 얻는 나라들의 막대한 피해도 예상된다. 국제 산호초 이니셔티브는 “산호의 파괴는 2100년까지 매년 5천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고 추산했다.

피터 톰슨 유엔 해양특사는 “산호를 살리고 싶다면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고,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전보다 1.5도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산호초 이니셔티브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국제적 대응뿐 아니라 잘 계획된 산호 복원과 선택적 산호 교배 등을 잘 시행해 미래 세대에 생명력 넘치는 바다를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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