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외국인 맞춤인력 고민에…울산시 지자체 첫 해외훈련소 응답
투자땐 인허가 전문공무원 파견
기업용지 확보 위해 법도 바꿔
"울산 배우자" 他 시·도 방문 잇따라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에 있는 '울산 글로벌 인력양성센터'가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서 '울산형 고용허가제' 사업이 닻을 올렸다. 이 사업은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울산광역시와 HD현대중공업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조선업 맞춤형 인력을 양성해 국내 조선 업계에 공급하는 제도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협력해 해외 현지에서 지역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울산이 처음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한국어와 기술 중심으로 훈련생을 교육한다. 특히 유학생 수준의 한국어 구사 능력과 조선소 현장 용어를 익히는 데 중점을 둔다. 울산시는 훈련 장비와 운영 전반을 지원한다. 교육과정을 수료한 훈련생은 평가를 통해 취업비자(E-9)를 받는다. 고용노동부는 이들이 울산 지역 중소 조선업체에 취업할 수 있도록 알선하는 역할을 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훈련생 280명을 선발해 현장에 배치할 계획"이라며 "기업이 해외에서 필요한 인력을 직접 선발하고 교육함으로써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외국인 고용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울산형 고용허가제 사업은 울산시 역점 시책인 기업 지원 정책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울산시는 조선 업계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외국 인력 수급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사업을 추진했다.
그동안 E-9 비자로 입국한 비숙련 외국인은 지역별 배정 인원에 따라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조선소 현장에 배정됐다. 일자리 정보가 없다 보니 작업 용어를 몰라 허둥대고,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울 수밖에 없어 업무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일자리에 대한 실망감과 생각보다 높은 노동 강도 때문에 직장을 이탈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조선 업계는 발판·도장·사상 등 일부 고강도 저임금 직종은 외국인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며 안정적인 인력 수급을 위해서는 외국 인력의 일자리 미스매칭과 민간 비자 발급 업체의 과도한 수수료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HD현대중공업과 협력해 울산형 고용허가제를 설계하고, 고용부 등 정부를 설득한 결과 본격 사업 추진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고용부는 울산시 모델을 주조·금형 등 뿌리산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민선 8기 울산시는 출범 이후 파격적이고 다양한 기업 지원 정책을 펼쳐 주목받았다. 현대자동차와 에쓰오일 등 울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에 인허가 전문 공무원을 파견해 인허가 업무를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2022년 9월 울산시는 29년 만에 국내 공장(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 현대차에 인허가 전문 공무원을 파견했다. 담당 공무원들이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면서 통상 3년 이상 걸리는 공장 건축허가 업무를 10개월 만에 처리할 수 있었다.
9조원대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에쓰오일은 울산시 도움으로 용지난을 해결했다. 올해 초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공사 현장과 자동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15만2000㎡(4만6000평) 규모의 여유 용지를 확보했다.
에쓰오일은 이 용지를 야적장과 주차장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주차장은 승용차 7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했다. 에쓰오일은 이번에 여유 용지를 확보함에 따라 공사 현장에 설비를 빠르게 공급하고, 산단 내 주차난이 다소나마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산집법' 개정 전에는 산단 내 빈 땅을 임대하려면 공장을 지어야만 가능했다. 울산시는 이러한 규제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관련 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 결과 대규모 투자 사업을 할 때는 공장을 짓지 않아도 빈 땅을 한시적으로 임대할 수 있게 법이 바뀌었다.
울산의 기업 지원 정책을 보고 배우려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10일 여수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여수국가산단 입주 기업 관계자들이 울산을 방문했다. 전라남도는 올해 2월부터 도청 서기관이 목포 HD현대삼호에 출근해 현장 근무를 하고 있다. 대구, 부산, 대전, 제주 등도 울산을 방문해 벤치마킹한 정책을 자체 기업 지원 정책에 접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기업 지원 정책으로 민선 8기 출범 이후 24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한 울산시는 올해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5조원 이상 기업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부적으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해 신규 산업단지를 조성해 산업 용지를 적기에 공급하고, 분산에너지 특화 지역에 선정돼 기업에 값싼 전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투자가 끝날 때까지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는 정책도 발굴해 추진할 방침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기업이 인허가 문제로 투자를 지연하거나 철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에 공무원을 파견하는 파격적인 행정 지원을 펼쳤고, 투자를 막는 규제 개선에 나섰다. 이런 기업 지원 정책이 울산의 지속성장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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