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굴착공사 부실 설계, 땅 꺼짐 원인…싱크홀 예보제 도입해야”

김유진 기자 2025. 4. 2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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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연이은 지반침하 사고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
설계 시 지반조사 부족…시공 과정도 부실
무분별한 지하수 배출로 싱크홀 위험 높여
시공사, 불공정 공법 변경 시 처벌 강화해야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연이은 지반침하 사고 ,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개최되고 있다. /김유진 기자

최근 잇달아 발생한 대규모 땅 꺼짐(싱크홀) 사고의 원인으로 지하 굴착공사의 전반적인 부실이 지목됐다. 도심 지하 공간을 개발할 때 설계에 반영되는 지반 조사부터 부실한 데다 시공사가 예산과 공기를 이유로 지반 보강과 차수공법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부실 시공에 대한 현장 감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싱크홀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박용갑 의원실 주최로 ‘연이은 지반침하 사고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긴급 토론회가 개최됐다.

◇지질 조사부터 미흡…대랑 지하수 배출도 원인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 회장은 이날 ‘지반침하 사고의 원인과 근본적 해결방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대표적인 싱크홀 사고의 공통점은 인근 주변에 굴착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라며 “이를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회장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만 해도 지하 70~80m에서 공사가 이뤄지는데 지하공간 개발의 규모와 (사고 발생의 빈도가) 비례하는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하 건설 공사 과정의 전반적인 부실이 싱크홀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설계에 반영되는 지질 조사부터 미흡하다는 상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지반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국가건설 기준을 보면 지반 조사에 투입하는 돈이 극히 적다”며 “예를 들어 기본설계에 반영하는 시추 조사를 1공(孔)을 뚫어놓고 (이에 대한) 지반 조사를 한다. 2~3개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도심지 같은 경우 주민이 반대하면 지반조사가 안 돼 인근 자료를 활용하는 부분이 있다”며 “건설 공사 중 지질 취약대가 나타나면 추가 지반 조사하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보강하고 굴착하는 게 많다”고 꼬집었다.

25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싱크홀(땅 꺼짐) 사고 발생으로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뉴스1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땅 꺼짐 발생 시 노후 상하수도관이 원인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많지만 굴착 공사 과정에서 지반보강, 차수공법 부실에 따른 부실공사의 책임 소재 회피 차원에서 이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라며 “원가 절감 차원에서 지반보강 공사에 대한 서류 작성과 사진만 촬영하고 실제는 미흡하게 부실시공하는 경우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굴착 공사나 지하 건설구조물에서 발생하는 지하수 유출 또한 싱크홀의 원인으로 꼽혔다. 조복래 지하공간연구소 소장은 “공사 시 지하수를 강제로 배출하면 물과 함께 흙입자도 함께 유실되며 그 물이 있던 공간이 비게 되고 전체적인 지반 내 공극과 연약화를 초래한다”며 “이런 조건에서 지하공사를 수행하며 과다한 지하수의 배출과 부실한 시공 관리로 인해 수차례의 붕괴징후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부재로 대형 사회적 재난에 노출되고 있다”고 했다.

◇임의 공법 변경 처벌 강화해야…싱크홀 예보제 도입도 필요

전문가들은 싱크홀 사고를 막기 위해 지하안전법의 이행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지하안전법이 시행된 지 7년이 됐지만 연속적인 지반침하 사고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법에 대한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굴착공사 착공 후 안전조사, 현장 조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 회장은 “불공정 공법 변경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다한 지하수 배출이 싱크홀 위험을 올리는 만큼 지하수 배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 교수는 “지하 굴착 공사장, 기존 건물 지하에 대해서 지하수 배출 허용값 상한을 정하고 일정량 밑으로 배출하도록 지하수 배출을 규제해야 한다”며 “영구 배수를 계속해서 허용하면 땅 꺼짐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붕괴 현장. /뉴스1

싱크홀 예방을 위해 예측·예방 중심의 지하안전관리체계를 수립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는 싱크홀 사고가 나면 대응의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예측·예방을 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며 “공사 현장에서 사용하는 계측기 검·교정을 의무화하고 예측 결과를 분석하는 첨단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회장은 “지표투과레이더(GPR) 기술을 현실화 해야 한다”며 “장비에 대한 성능기준 정립이나 전문가 양성, 전문 장비업체 등록 기준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싱크홀 예보제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최 교수는 “공동 현황, 지질 상태, 공사 현황 등을 빅데이터,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땅 꺼짐을 예보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시민들이 미리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싱크홀과 관련한) 시민의 신고가 있을 시 이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컨트럴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 규명에 대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의 경우 싱크홀이 발생하면 사고조사위원회가 꾸려지고 원인을 규명하는데 약 2개월 안팎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 회장은 “일본에서는 최근 대규모 싱크홀이 발생했는데 90일 가까이 사고 현장을 유지하면서 원인 규명 등 감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반 침하 사고 나고 감식 절차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은 “우리나라는 언론에 부각되는 지반침하 사고를 중심으로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리는데 원인 규명, 감식 체계에 대한 정례화 필요하다”며 “감식할 수 있는 별도 기구가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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