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찰나의 순간 기억하며”…이일구 개인전 ‘예술은 멈춘 적이 없다’
방송 타이틀 디자인·수묵화 등 총 5부 전시

“나는 산이고 바람이고 흘러가는 물이고 싶었다. 자연 속에 펼쳐지는 찰나의 순간들을 기억하고 느끼며, 하얀 화선지 위로 붓을 옮겼다.”
방송 타이틀 디자인부터 수묵 산수화까지, 시대를 뛰어넘는 예술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이일구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書畵同源(서화동원)–예술은 멈춘 적이 없다’라는 주제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30일부터 5월13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관 전관(3층)에서 진행된다.
전시에서는 ‘글씨와 그림이 근원을 같이한다’는 ‘서화동원’의 주제에 걸맞게 방송 타이틀 디자인부터 동적 문인화풍의 대나무 그림, 반추상적 자연 수묵화, 한글서예와 캘리그라피(손글씨)까지 작가의 미술 인생 전반을 집대성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부 ‘방송 타이틀 디자인’을 통해서는 KBS 공채 11기 그래픽디자이너로 입사해 35년간 방송 타이틀 디자인의 선두 주자로 활약한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시청자에게 익숙한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과 ‘아침마당’ 타이틀을 제작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인간극장’, ‘열린음악회’, ‘이소라의 프러포즈’, ‘개그콘서트’, ‘역사스페셜’ 등 국민 프로그램의 타이틀이 그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전시에서는 해당 방송 타이틀 디자인 원본을 볼 수 있다.
2부에서는 날카로운 댓잎들이 바람 부는 대로 휘날리는 형상을 담은 ‘문인화풍의 대나무 그림’이 전시된다. 작가는 세찬 비바람의 풍파를 이겨 내고 견뎌 온 대나무의 모습을 통해 인간사의 굴곡과 강인함을 담아내고 있다.

3부에서는 자연 속에 펼쳐진 산·강·나무·달 등을 소재로 한 ‘반추상적 자연 수묵화’가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치유한다. 특히 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우직한 자태와 철 따라 갈아입는 형형색색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또 동양화의 전통 재료인 먹과 서양화의 아크릴 물감을 접목해 단조로움을 피하고 작품에 입체성을 더했다.
4부에서는 ‘서화동원’의 정신을 기반으로 그림과 문자가 어우러진 한글 서예와 캘리그라피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5부에서는 방송 현장에서 작업한 기록을 담은 저서 ‘이일구의 캘리그라피’ 관련 자료가 전시된다.
김대열 동국대 교수는 이 작가의 작품 세계와 관련 “그의 대나무는 과거 문인들이 추구한 청풍고절(맑은 바람과 높은 절개)를 표현한 것이 아닌 풍파 속을 살아낸 현대인의 자화상”이라며 “고담(枯淡)한 화면 속에도 끈질긴 생명력이 녹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 작가는 “예술은 시대를 뛰어넘어 계속 이어진다”며 “이번 전시가 글과 그림, 자연과 인간을 잇는 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작가는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의 묵죽화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KBS 공채 11기 그래픽디자이너로 입사해 KBS 방송 미술 업무를 총괄하는 아트비전에서 경영기획국장과 미술제작국장을 거쳐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추사김정희선생기념사업회장으로 재임 중이며, 국립현대미술관 한국근현대서예전과 대만 타오위엔미술관 특별전에 초대 출품하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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