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된 면역항암제의 "회춘"…간암 치료 새 판 짠다

박정렬 기자 2025. 4. 2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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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국내 도입 10주년 맞은 '옵디보'
총 10개 암종, 23개 적응증 획득
이달 FDA서 간암 1차 치료 승인
국내 허가 '초읽기' 의사도 기대

지난 10년간 위암, 신세포암(신장암) 등에서 쓰여 온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가 국내 암 사망원인 2위인 '간암'으로 치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절제 불가능 또는 진행성 간암에 1차 치료로 옵디보와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 병용요법을 승인하면서 국내 허가 역시 올해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간암은 2022년 기준 국내 연간 발생 건수 1만4913명으로 전체 암종 중 7번째로 발생률이 높다. 연간 1만여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질병 부담이 높은 암으로 손꼽힌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처럼 암이 생겨도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 시점에 수술이 어렵거나 진행성 단계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0~50대 생산활동인구의 사망률이 높아 사회경제적인 손실도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지난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와 올해 1월 미국소화기암심포지엄(ASCO GI 2025)을 통해 발표된 글로벌 임상 연구(CheckMate-9DW)를 통해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연구에 따르면, 옵디보 병용요법은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표적항암제 소라페닙 또는 렌바티닙보다 사망 위험을 21% 낮췄으며 치료받은 환자의 절반 이상이 약 2년 간 생존했다. 종양이 실제로 줄어든 환자의 비율을 뜻하는 객관적 반응률(ORR)은 36%로 소라페닙/렌바티닙(13%) 대비 약 3배 높았다. 치료에 반응한 환자에서 유지된 기간의 중앙값은 30.4개월로, 옵디보 병용요법을 투여받은 환자의 7%는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 관해(CR) 효과를 보였다.

한국오노약품공업-한국BMS제약의 면역항암제 '옵디보' 제품 사진. 옵디보는 20㎎, 100㎎, 240㎎이 국내 허가돼 있다./사진=한국BMS제약


진행성 간암의 1차 치료 전략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면역항암제의 발전 덕분이다. 기존에는 소라페닙과 렌바티닙 등 표적치료제가 주로 사용됐지만, 현재는 면역항암제 기반의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 병용요법, 더발루맙과 트레멜리무맙 병용요법이 권고된다. 여기에 니볼루맙과 이필리무맙 병용요법이 더해지면서 '이중 면역항암제 사용'은 환자 장기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다.

2015년 국내 처음 도입된 옵디보는 지난 10년간 총 10개 암종, 23개의 적응증을 획득하며 수많은 환자에게 사용됐다. 특히, 위암과 신세포암에서는 면역항암제 중 유일하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경제적 부담도 적은 편이다. 진행성·전이성 위암에서는 항암화학요법 이후 생존 기간 개선을 입증한 첫 면역항암제로 5년 전체생존율 데이터까지 확보하며 표준 치료로서의 근거를 더하고 있다. 관련 연구(CheckMate-649) 결과, PD-L1 발현 비율 CPS 5 이상인 HER2 음성 진행성·전이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확인한 5년 시점 생존율은 옵디보 병용군에서 16%, 화학요법군에서 6%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진행성 신세포암에서는 8년 추적 결과를 확보했다. 'CheckMate-214'이란 제목의 연구에서 옵디보와 여보이의 병용요법은 기존 치료제 대비 생존 기간을 약 21개월 연장했다(46.7개월 대 26개월). 치료에 반응한 환자들의 경우, 반응이 지속된 기간도 82.8개월로 기존 치료군(19.8개월)보다 5년 이상 길었다. 이 밖에 방광암과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등 비뇨기암 분야에서도 치료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강병욱 칠곡경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옵디보는 PD-1 억제제라는 새로운 면역 기반 항암 기전으로 국내 항암 치료 성과 향상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낸 약물"이라며 "특히 HER2 음성 위암, 고위험 신세포암처럼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암종에서 보험이 적용되면서 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이고 생존율 향상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해 왔다. 여보이와의 병용요법으로 간세포암, 대장암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며 향후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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