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셰프 에드워드 리 "요리는 예술…제주도 해녀 보며 큰 영감 얻어"

이세영 2025. 4. 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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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미국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언 셰프 아메리카' 우승(2010년), 백악관 국빈 만찬 요리사(2023년),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준우승(2024년)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요리사 에드워드 리는 세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앞서 '스모크&피클스(Smoke&Pickles)', '버터밀크 그래피티(Buttermilk Graffiti)', '버번 랜드(Bourbon Land)'를 차례로 출간했으며, 이번에 '버터밀크 그래피티'의 한국어 번역본(위즈덤하우스)을 국내 발간했다. 이 책은 미국 요식업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우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수상작(2019년)이다.

'버터밀크 그래피티'라는 제목은, 미국 남부를 상징하는 식재료이자 그가 애용하는 '버터밀크'와 10대 시절에 몰두한 '그래피티'를 결합한 것으로, 미국 이민자의 요리와 에드워드 리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책에는 학창 시절 피자나 햄버거, 샌드위치를 먹고 집에서는 게장과 김치찌개를 먹으며 혼란스러워했던 경험, 재미 교포 2세인 에드워드 리가 2세 때 부모를 따라 이민 간 후 미국을 대표하는 요리사가 된 스토리가 상세히 소개된다. 그는 여러 방송에서 자신을 '비빔 인간'으로 소개하며, 한식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20일 서울시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출간 기념 북토크는 셰프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박찬일 요리사가 진행을 맡았다.

제작진은 북토크 현장을 찾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 박찬일 셰프(이하 찬일) : '버터밀크 그래피티'라는 제목은 어떻게 지었는지.

▲ 에드워드 리(이하 에드워드) : 뉴욕에서 자랐는데 어렸을 땐 그래피티 미술가를 꿈꾸기도 했다. 뉴욕의 거리에는 그래피티가 여기저기 있었다. 버터밀크는 미국 남부의 인기 식재료로 나도 요리할 때 자주 쓴다. 이 책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자전적인 회고록이기도 하다. 그래서 두 단어가 서로 어우러지진 않지만 합쳤을 때 내가 누구인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찬일 : 마이너리티로서 고난의 시기를 겪은 한 인간의 고백이라 잘 와닿았다. 할머니의 손맛, 방황하는 청년과 본인의 음식에 수많은 영감을 준 기록도 여기 많이 있는데.

▲ 에드워드 : 새로운 도시로 여행할 때면 항상 두 끼의 식사를 하려고 한다. 한 끼는 고급스럽고 또 유행을 좇는 트렌디한 셰프의 식당, 그리고 한 끼는 수수하고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 간다. 미국에서는 유명 셰프의 식당, 미쉐린 고급 식당에 대해서는 종종 기사가 나오는데, 작고 소박한 식당은 그렇지 않다. 내가 생각할 때는 이 소박한 식당들도 미쉐린 식당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맛있다. 이 책에서 그것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이 요리를 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왜 이런 요리를 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삶은 어떤지에 대해서 말이다. 왜냐하면 이런 요리를 하는 많은 사람은 전 세계 곳곳에서 미국으로 온 이민자인 경우가 많다.

▲ 찬일 : 세 권의 책을 냈는데 이번 책을 내게 된 핵심적인 과정과 미국 사회의 반응이 궁금하다.

▲ 에드워드 : 내 인생에는 두 개의 열정이 있다. 음식과 글쓰기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젊을 때 방 안에서 혼자 외롭게 글을 쓰면 굉장히 외로웠다. 근데 셰프가 되면 재미있는 사람들과 둘러싸여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셰프를 택했다. 미국의 요리 에세이는 보통 대필 작가가 쓴다. 셰프가 이야기를 들려주면 누군가 그걸 대신 써준다. 그런데 나는 작업할 때 출판사에 대필 작가를 쓰지 않고 직접 쓰겠다고 말했다. 출판사는 반대했다. "셰프들은 머리가 좋지 않아서 직접 쓸 수 없다"고 말하더라. (웃음) 그래서 나는 내 책을 직접 쓰기 위해 싸워야만 했다. 첫 책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아주 성공적이었다. 출판사도 깜짝 놀랐다.

▲ 찬일 : 미국 남부로 가면서 자기 요리에 대해 눈을 뜨고 사람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고 책에 썼다.

▲ 에드워드 : 남부로 이사한 것이 한국 음식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남부에는 한국 식당이 한 군데도 없었다. 한식을 직접 만들 수밖에 없었다. 한식을 직접 만들고 그에 대해서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됐다. 남부 사람들의 밥을 먹는 방식은 굉장히 다르다. 바비큐라고 하면 접시 가득 고기가 있다. 여기에 옥수수빵을 곁들이고 피클과 콜라드 그린 같은 야채와 함께 먹는다. 그걸 남부에서는 '사이드'라고 한다. 한국에서 갈비에 반찬, 옥수수빵 대신 밥을 먹는 방식과 비슷하다. 매우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 찬일 : 어떤 점이 특별히 흥미로웠는지.

▲ 에드워드 : '만약에 남부 사람이 이걸 좋아한다면 한식도 좋아할까' 하고 생각했다. 재료가 달라도 식사하는 느낌이 비슷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한식과 남부 음식을 합치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예를 들면 콜라드 그린은 양배추와 비슷하다. 이걸 햄과 같이 오래 끓이는데 나는 여기에 매콤한 맛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김치를 넣었다. 나는 무엇이든 김치를 곁들이면 더 맛있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요리했더니 약간 콜라드 그린과 김치찌개의 맛이 우러나는데 모든 사람이 좋아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어 계속 남부 음식과 한식을 조화롭게 만드는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 찬일 : 미국의 탑 셰프인데, 흑백요리사에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

▲ 에드워드 : 넷플릭스에서 이메일을 보내왔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 있는데 혹시 한국말을 할 줄 아시냐, 심사위원으로 모시고 싶다고 했다. 프로듀서들과 줌 미팅을 했는데 2분 후에 '한국말이 안 되시네요'라고 말해왔다. (웃음) 그러고 2주 후에 연락이 와서 심사위원은 안 되시지만 혹시 참가자로 참여하실 의향이 있냐고 물어왔다. 처음에는 나이가 있어 거절했다. 그런데 생각해보고 나니 나는 한국인이고 한식을 매우 사랑하는데 죽기 전에 한국에서 중요한 거 한 가지는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래서 경연에 참여할 때 스스로 약속했다. 나는 여기서 한식 식재료만 사용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프랑스 또는 미국 요리에서 배웠던 그런 요리는 하지 않고 한식 식재료를 사용한 새로운 요리만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렇게 인기가 많아질지 몰랐다. 그저 감사한 일이다.

▲ 찬일 : 에드워드 셰프가 어록을 많이 남겼는데, 그중 하나가 '비빔 인간'이다. 본인이 가진 정체성 이야기를 들으며 짠했다.

▲ 에드워드 : 나는 음식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감정 반응이 일어난다. 또는 미술 작품을 보면 뭔가를 느끼게 된다. 요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단지 배를 채우려고 먹는 게 아니라 요리를 먹었을 때 슬픔과 행복, 질투,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마음 이런 것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 그것이 요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식당에 가서 맛있는 요리 한 끼 먹고 그걸로 끝날 수도 있지만 셰프는 손님들에게 정서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음식을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찬일 : 요리의 기술을 넘어선 철학의 개념으로 보는지.

▲ 에드워드 : 요리를 통해 뭔가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 음식은 예술인 것이다. 쉽지 않다. 나도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계속 그런 요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 딸은 11살인데 딸을 보면서 나의 문화에 대해서 계속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 먹었고 또 딸에게 전해주고 싶은 음식, 또 그 애가 자라서 기억하고 그리워하게 될 음식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 찬일 : 한국에 왔고 방송 촬영하면서 지역에 가서 또 많은 것을 봤다. 서울은 굉장히 상업적인 음식이 팔리기 위해서 모인 곳이고 음식의 원재료 역시 지방에 있다. 어쩔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지역을 다니면서 '버터밀크 그래피티' 같은 책의 방식으로 쓰고 싶은 주방이나 음식이 있었나?

▲ 에드워드 : 지역에 방문했을 때 본 모든 것이 영감을 줬지만, 제주에서 해녀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늘 할머니를 항상 그리워하기 때문에 일단 할머니 또래의 노인을 만나면 항상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그런데 이 해녀들은 정말 아름답고 강인했다. 물론 그들의 삶은 참 어렵다. 돈도 많이 못 버시고 참 쉽지 않다. 나와 함께 촬영했던 날은 추운 날이었는데 그런 날에 매일 바다에 나가셔서 2시간 이상 물질을 하셨다. 이분들은 노년에도 계속 일을 하는데 에너지가 넘쳤다. 삶도 어렵지만 즐겁고 생기가 가득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그래서 해녀에게 영감을 가장 많이 받았다.

▲ 찬일 : 일을 멈추고 싶지 않다는 에너지가 존경스럽다. 이 책에서 한국 독자가 알았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 에드워드 : 내 삶을 돌아보면 인생에서 먹은 다양한 음식으로 이뤄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음식 때문에 만난 사람들로 내 삶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걸 먹으면 항상 그 뒤에는 그 요리를 만든 사람이 있다. 어머니일 수도 있고 친척이 될 수도 있고 또 셰프일 수도 있지만 요리를 만드는 데에는 '인간'이 항상 있다. 음식은 단지 그냥 상 위에 올려진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많은 수고가 들어간다. 나는 사람들이 자기 삶에서 중요한 음식들을 떠올려봤으면 한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역사나 소중한 사람들, 음식 때문에 생긴 이야기들도 생각나게 된다. 이렇게 하면 독자 여러분도 자기만의 책을 쓸 수 있다. 왜냐하면 누구나 음식에 대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 찬일 : 어떤 책을 볼 때 그 사람이 전력을 다해서 진심으로 자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내게는 바로 '버터밀크 그래피티'가 그런 책이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무심한 듯하지만 따뜻하고 호들갑스럽지 않은 인간의 면모를 보여줬다. 많은 독자가 그런 점에 더 감동받을 수 있는 아주 독특한 책이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내레이션 : 유세진, 구성 : 신성헌, 영상 : 박소라 PD, 촬영협조 : 위즈덤하우스>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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