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강국' 되려면…"규제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AI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기술이 번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윤혜선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5 키플랫폼'(K.E.Y. PLATFORM 2025) 총회1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교수는 다수의 정부 AI 위원회 및 학회에 참여하고 있는 AI 거버넌스 및 규제 전문가다.
이날 윤 교수의 발표는 'Key AI Platform Korea: 제도로 만드는 AI 강국'을 주제로 진행됐다. AI가 일상으로 점점 침투하면서,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이 AI 강국으로 서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윤 교수는 우선 AI 패권 경쟁의 핵심은 기술이 아닌 'AI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는 "AI 공간은 연구·개발에서 상용화, 활용, 그리고 다시 새로운 연구로 이어지는 선순환 과정을 지원하는 정책, 법과 규제, 제도로 형성된다"며 "아무리 혁신적인 AI 기술도 성장하고 번영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그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따르면 전 세계의 AI 사용률은 78%인데, 그중 산업계가 주도하는 AI 모델 개발이 90%에 달한다. 윤 교수는 "21세기는 '기술의 지배' 시대이지만 한국 사회의 제도는 '법의 지배'를 받던 20세기의 방식에 관성적으로 머물러 있다"며 "정부 주도의 통제 중심 패러다임에서 민간 주도 성과 중심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이미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규제를 오히려 혁신을 촉진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한국은 명확한 규제와 강력한 정책 실행력으로 산업화에 성공했지만 AI 시대에는 혁신의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라며 "규제의 형식, 내용, 그리고 이행 방식 모두를 유연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주도의 통제에서 산업계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공동 규제로 나아가면 기업과 시민에게 AI 공간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윤 교수는 한국이 과거 원자력 사례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AI 분야에서는 종합적인 규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과거 원자력이 보유국과 비보유국 사이에 기술 종속 관계를 만들었듯이, 이제는 AI 기술이 선도국과 후발국 사이에 새로운 종속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본다.
AI는 원자력처럼 민간과 군사 영역에서 쓰이는 이중용도 기술로, 경제·의료·교육·문화·환경 등 우리 삶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에 그 규제도 종합적인 관점에서 설계돼야 한다는 의미다. 윤 교수는 "개별 분야의 파편화된 규제로는 AI 강대국의 기술적 영향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개별 기술이나 산업, 또는 각 정부 부처가 따로 관리하는 분절된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K-팝, K-드라마, K-영화를 통해 문화적 개방성과 창의성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며 "문화적 소프트파워를 AI 분야로 확장해 미국의 시장 주도형, 중국의 국가 통제형, EU의 규제 중심형과는 차별화된 한국만의 독특한 AI 공간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라며 "반도체, 스마트폰부터 K-팝, K-드라마까지 세계를 매료시켜 왔고 AI 시대를 맞아 또 한 번의 역사적 도약 기회가 우리 앞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와 혁신의 공간은 기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우리가 함께 설계하고 구축하는 건강한 규제 생태계를 통해 형성되기에 기술 개발을 넘어, 제도로 만드는 AI 강국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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