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크게 안 하냐”부터 시작된 프로젝트… SSG 차세대 안방마님은 그렇게 달라졌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가까이 와서 인사 크게 안 하니?”
이숭용 SSG 감독은 지난 2월 플로리다 캠프 당시 유독 한 선수의 인사에 신경을 썼다. 감독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모두 예의 바르고 공손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이 선수의 인사는 그런 예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여겼다. 어쩌면 감독을 놀려주고, 때로는 장난도 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아예 캠프 첫 지시로 “나를 볼 때마다 항상 가까이 와서 인사를 크게 하라”고 엄포(?)를 놨다.
선수를 괴롭히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라도 하루에 못해도 한 번은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이 감독의 시선이 향한 선수는 팀의 차세대 안방마님으로 낙점한 조형우(23·SSG)였다. 이 감독은 달라진 인사법에 대해 “조형우의 성향을 조금 달라지게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가진 것도 많고, 앞으로 팀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하는 선수인데 너무 움츠려들어 있다고 봤다.
포수는 경기의 리더다. 더그아웃에서는 선·후배 사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그라운드에서는 포수가 많은 것을 결정해야 한다. 투수도 이끌어야 하고, 야수의 포메이션도 때로는 스스로 지시를 내려야 한다. 그라운드의 야전 사령관이라는 별칭이 괜히 붙는 게 아니다. 그런데 조형우는 조금은 내성적이었다. 파이팅이 넘치는 스타일인 신인 이율예가 들어오자 그런 차이점은 더 도드라졌을지 모른다. 이 감독은 조형우가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밝게 경기를 이끌어가 주길 바랐다. 그래서 인사부터 크게 시켰다. 조형우의 인사는 갈수록 목소리가 커지고, 얼굴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이 감독도 흐뭇하게 인사를 받았다.
인사만 시킨 게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 당시부터 조형우에 신경을 많이 썼다. 타격폼도 레그킥에서 토탭으로 바꾸고, 타구에 힘을 싣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콘택트 능력은 있는 선수인데 공에 힘이 실리지 않아 흔히 말하는 ‘비거리 80m 뜬공’이 많은 선수였다. 건장한 체격과 어울리지 않는 타구질이었다. 상체와 하체가 따로 노는 성향이 있었는데 이것을 잘 잡아주면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었다. 강훈련을 하며 블로킹도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즌 초반에는 생각보다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 조형우를 중용하겠다고 공언했다가 베테랑 이지영의 출전 비중이 너무 컸던 것을 반성했던 이 감독이다. 올해는 초반에는 4대2 정도로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비중을 절반으로 맞추겠다는 계획을 짰으나 팀의 연패가 길어지는 와중에 이 플랜도 꼬여갔다. 이 감독은 23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내가 또 잘못했다”고 반성했다. 그런데 상황에서 이지영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고, 조형우에게 주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 감독은 “연패만 끊으면 조형우를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지영이 다친 것도 내 잘못”이라고 반성하면서 이제는 조형우의 비중을 높여가겠다고 했다. 조형우도 풀타임 경험이 없는 만큼 신범수와 번갈아가며 쓰고, 이율예의 1군 적응이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했을 때 세 선수의 출전 시간을 안배하며 포수진의 미래도 그려보겠다는 심산이다. 그 핵심에 조형우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조형우는 실질적인 주전 포수로 올라선 뒤 공교롭게도 공격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22일 수원 kt전에서는 1안타 1볼넷 1타점, 그리고 23일 kt전에서는 4타수 4안타(1홈런) 2타점 대활약을 펼쳤다. 개인 첫 1군 4안타 경기였다. 조형우는 “어제(22일) 비록 1안타를 기록했지만 타석에서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첫 타석부터 자신감이 있었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이후 타석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사실 이 감독이 지금까지 조형우의 적극적인 기용을 망설였던 것은 타격 문제였다. 지난해 19경기에서 타율은 0.242, 장타는 하나도 없었다. 아무래도 팀 성적이 급했던 상황에서 잘 맞고 있던 이지영의 출전 비중이 늘어났다. 마무리캠프에서 조형우의 공격력 강화에 큰 공을 들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조형우는 한결 좋아진 타구질을 보여주면서 그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어쩌면 조금 조용한 성격 쪽에 가까웠던 조형우도 달라졌다. 23일 경기를 앞두고, 조형우는 “기회가 왔을지 모른다”는 말에 “반드시 이 기회를 잡겠습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예전에는 “잡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을 법한 선수지만, 그간 여러 마음고생에서 달라져 있었다. 조형우는 23일 경기 후 “항상 꾸준하게 응원해주시는데 보답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금이나마 조금 보답드릴 수 있어서 행복하고, 앞으로 많은 보답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방송사 인터뷰를 마치자 팬들의 큰 환호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SSG의 포수 세대교체가 달라진 성향의 조형우와 함께 이제 막을 올렸음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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