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한통에도 만나준 교황… “세례 내리던 손의 온기 아직도 생생”
‘교황님에게 세례 받고 싶다’
막연했던 꿈 현실로 이뤄줘
방한 당시 만났던 신도에겐
“고맙다”며 ‘묵주’ 건네기도
“미사 들었을땐 축복받는 느낌”

"지난해 부활절 바티칸에서 교황님께 세례를 받으며 입교했는데, 한 해 만에 돌아가시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24일 최영은(23)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최 씨에겐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나눈 특별한 기억이 있다. 지난해 3월 30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최 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받았다. 무작정 쓴 한 통의 편지가 이어준 인연이었다.
무교였던 최 씨는 대학 동기 임지혜(23) 씨를 따라 교내 가톨릭 동아리 활동을 하며 신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고 한다. 지도 교수를 따라 부활절 기간에 로마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최 씨는 ‘교황님께 세례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막연한 소망을 안고 교황청에 편지를 보냈다. 한 달 반쯤 뒤, 최 씨 일행이 9000㎞를 비행해 바티칸에 도착한 날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소망은 현실이 됐다.
“세례 본식 때 떨려서 라틴어 대신 한국어로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아멘’이란 말을 할 때 나도 모르게 마음에 울림이 퍼졌다”는 최 씨는 “미사가 끝나고 교황님께서 손을 잡아 주셨는데 그 온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최 씨의 어깨에 손을 얹고 세례를 도운 대모 임 씨는 “2014년 교황님이 대전에 오셨을 때 먼발치에서 보며 신기해했는데, 이번엔 가까이에서 뵙게 돼 너무 떨렸다”며 “세례를 받는 친구와 세례를 주시는 교황님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돌이켰다.
2014년 교황 방한 때 미사 반주팀 악기 렌털 업체로 참여했던 강곤수(54) 씨는 행사가 진행되는 며칠 동안 무대 뒤에서 교황의 미사를 들었다고 한다. 강 씨는 “멀기만 했던 교황님을 가까이서 보니 축복받는 느낌이었다”며 “교황님은 미디어에서 비쳐지는 것과 같이 정말 인자하신 분이셨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 폐막 미사에서는 한 경호원이 강 씨에게 “열심히 일하는 당신에게 드린다”며 교황이 직접 축성한 묵주를 건넸다고 한다. 강 씨는 “가보로 남기겠다”고 다짐했다.
정사라(79) 씨는 2013년 3월 19일 바티칸 성 베드로 성전에서 거행된 교황 취임식에 참석했다. 당시 한국에선 염수정, 정진석 추기경 등 일부 사제와 함께 평신도 30명이 추첨을 통해 성전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정 씨에게 그 행운이 따랐다고 한다. 정 씨는 “한복을 곱게 갖춰 입고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다가, 교황님이 지나가실 때 열심히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교황님께서 신도든 비신도든 상관없이 서로 소통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그 말씀을 아직도 가슴에 품고 산다”며 회상에 젖었다.
황옥연(75) 씨는 프란치스코 교황 강복장과 교황 자서전을 들고 22일 오전 명동성당 기도 예식을 찾았다. 황 씨는 지난해 6월 로마 성지순례를 갔다가 교황의 축복을 담는다는 내용이 인쇄된 교황청 기념품인 ‘교황 강복장’을 받았다. 교인 20명과 함께 성지순례에 오른 황 씨는 수요일 일반 알현에서 교황을 직접 봤다고 한다. 황 씨는 “신앙은 힘들었던 삶의 버팀목”이라며 “교황님께서 세상 사람들에게 축복을 주고 가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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