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에 리스크 확대…상장사 인수금융 기피 확산
고려아연 분쟁 장기화에 브릿지론 공급한 NH증권 노심초사

사모펀드(PEF)의 상장기업 인수합병(M&A)에 자금을 지원했던 금융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수금융을 대주면서 설정했던 주식 담보 가치가 급락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담보 가치가 대출 원금을 밑도는 경우까지 발생하면서 금융사의 익스포저(위험 노출)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지분 인수에 대출을 지원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 대출 중 300억원에 대해 충당금을 설정하고 회계상 손실로 처리했다.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500억원 규모로 후순위 대출에 들어간 삼성증권도 300억원의 충담금을 쌓았다.
담보로 잡은 자동차 부품업체 한온시스템의 주가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한온시스템 시가총액은 전기차 부품 공급 호재로 2021년 9조원대까지 불었다가 최근엔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불확실성 속에 2조3000억원대까지 급락했다. 한앤코는 2015년 한온시스템의 지분 약 50%를 2조7500억원에 인수했다가 2024년 한국타이어에 일부 지분을 매각해 현재 2대 주주(21.63%)로 남아있다. 한앤코는 그간 수차례 인수금융을 차환했지만, 일부 대출금은 여전히 남아있다.
NH투자증권은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 인수 과정에서 제공했던 브릿지론에서도 고초를 겪고 있다. 지난해 MBK는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장내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8.1%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 총 1조5657억원을 투입하면서 전체 자금의 약 75%인 1조1775억원을 NH투자증권에서 빌려 마련했다. .
NH증권은 지난해 고려아연 주식 161만8327주를 담보로 잡고 1조1775억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고려아연 주가가 하락하면서 '빨간불'이 들어왔다. 22일 종가(71만 2000원) 기준 담보물의 가치는 1조1500억원대로 대출금을 밑돈다. 오는 6월 만기가 도래하고 있지만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데다 MBK가 경영권을 가져오지 못하면서 NH투자증권 입장에선 대환을 해주는 결정을 내리기가 만만치 않다.
PEF는 회사를 인수할 때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인수금융을 받는 경우가 많다. 상장사일 경우 주로 담보를 주식으로 잡는 데 주가는 회사의 경영 상태뿐 아니라 대내외적 변수에 취약하다보니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익스포저 관리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다. 실적과 상관없이 대외환경에 의해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급락하기 때문이다.
인수금융의 담보유지비율을 지키지 못하면 기한이익상실(EOD) 요건이 발동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즉시 대출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으며 상환이 불가능할 경우 대주단이 담보권을 실행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선포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실질적으로 얻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EOD 조치로 주가가 더 하락할 경우 회수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 사이에 인수금융 경쟁이 치열한데다 PEF가 주요 고객이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도 애매하다"면서 "상장사 주가 하락이 잦아지자 상장사라도 주가보단 EBITDA로 EOD 기준을 만드는 일이 많아지고, 아예 상장사 인수금융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곳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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