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신 옮길 것이냐, 9시간 바닥에 방치"…17세 소녀 사망 후 벌어진 일, 왜?
뇌전증을 앓던 17세 소녀가 발작으로 사망한 뒤, 시신이 무려 9시간 반 동안 방 안 바닥에 방치된 사건이 발생했다. 죽음 이후 인간 존엄이 지켜질 수 있도록 의료 및 응급 대응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미러 보도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존스톤에서 루시 그랜트는 1년 전 뇌전증 진단을 받은 이후 경련 증상을 관리해오던 중, 지난 4월 15일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졌다. 당시 가족은 딸이 방 안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 줄 알았지만, 아버지가 저녁을 부르기 위해 방에 들어갔을 때 이미 딸은 의식이 없었다. 부모는 즉시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했고, 이후 도착한 응급구조대원이 대응을 이어갔지만 루시는 회복되지 않았다.
더 큰 충격은 그다음부터였다. 경찰과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한 후, "누가 시신을 수습해야 하는지"를 두고 서로 책임을 미루며 갈등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루시의 시신은 9시간 넘게 방치됐다.
루시의 어머니 리넷 앤더슨은 현장 상황을 전하며 "딸이 방 안에 누워 있는 동안, 거리에서는 구조대원과 경찰이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인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분노를 토했다. 시신은 현장에 도착한 고위 형사가 민간 장례차를 호출한 뒤에야 수습됐으며, 이 모든 과정이 약 9시간 반이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유족은 딸의 얼굴을 닦는 것조차 허용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망 원인은 '발작(epileptic seizure)'으로 인한 자연사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범죄 혐의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사건의 대응 절차에 대한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망 후가 더 참혹"…대응 매뉴얼 재정비 시급 "누가 옮길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 아냐
루시의 죽음은 단순히 발작으로 인한 비극에 그치지 않는다. 응급 의료체계의 분절성, 사망 후 현장 대응 매뉴얼의 부재가 고인의 존엄을 훼손하고 유족에게 2차적 트라우마를 안긴 사건으로 인식됐다.
의학적으로 뇌전증은 반복적 발작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신경계 질환이며, 환자에 따라 사망 위험이 존재한다. 사망 이후 대응 체계가 미흡하면 남겨진 가족은 심각한 정서적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이번처럼 긴 시간 동안 시신이 방치되고, 유족이 접근조차 허용받지 못한 상황은 공공 시스템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NHS 그레이터 글래스고 앤 클라이드 보건국은 성명을 통해 "청소년이 가정에서 사망했을 때의 절차 전반을 재검토 중이며, 유족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 구급서비스와 경찰 역시 공동 대응 체계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이 단순한 매뉴얼 부재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기관 간 협조 체계의 붕괴, 그리고 생명 이후에도 존엄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루시 그랜트의 죽음은 '불행한 발작사'가 아닌, 의료와 응급 체계의 공동 책임을 묻는 사회적 메시지로서 죽음 이후에도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는 시스템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한 해에 약 15만 명이 뇌전증 진료...사회적 낙인, 인식 개선 필요
뇌전증은 뇌의 전기적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흥분하면서 일어나는 증상이 특징이다. 발작은 순간적인 의식 소실, 근육 경련, 감각 이상, 행동 변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발작의 유형과 지속 시간은 환자에 따라 다르다.
유아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뇌 손상, 유전적 요인, 뇌종양, 뇌감염, 외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상당수는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기도 한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5200만 명이 뇌전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의 국제 연구 컨소시엄 '세계질병부담(GBD)'이 세계 204개 국가 등의 보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환자 약 5200만명 가운데 원인이 불분명하거나 유전적인 환자(특발성 뇌전증 환자)는 약 2400만 명, 뇌의 구조나 화학물질의 이상으로 발병한 환자(이차성 뇌전증 환자) 약 2800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
대한뇌전증학회에 따르면 뇌전증의 평생 유병률은 인구 1000명 당 7.6명이다. 국내에서는 한 해에 약 15만 명이 뇌전증 진료를 받는다. 수명 연장과 함께 뇌전증을 일으킬 수 있는 뇌졸중, 머리 손상, 퇴행성 뇌질환 등 환자가 늘어나면서 최근엔 75세 이상 노인의 뇌전증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
발작 자체는 생명을 위협하지 않을 수 있지만, 넘어지거나 운전 중 의식을 잃는 등 2차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 생활 관리가 중요하다. 치료는 주로 항경련제를 사용하며, 약물로 발작을 조절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는 수술이나 뇌신경 자극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뇌전증은 조절 가능한 질환이지만, 사회적 낙인과 오해로 인해 환자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아 의료적 치료뿐 아니라 인식 개선 역시 함께 필요하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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