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속에서 62마리 살리고도 울었다
'절단기'로 끊어내며 살린 위액트, 17일간 경북 산불 뚫으며 62마리 구조
"그런 환경에서 키우지 못하게 해야 해요" 그게 가장 중요한 과제

산불은 모든 걸 삼킬 듯 덮쳐왔고 개들은 마당에, 밭에 묶여 있었다. 지키라고 묶어둔 거였다.
얇은 줄은 끊어져 도망갈까 염려했을까. 목에 채워진 건 무척 두껍기까지 했다. 동물구조단체 위액트 서나경 구조팀장이 당시를 회상했다.
"심지어 버클이 빠질까 봐, 거기 철사까지 꽁꽁 묶었더라고요. 저희가 1번으로 차에 챙기고 다닌 게 뭔지 아세요? 이걸 자를 절단기였어요."
그 정도로 꽉 묶여 있었단 거였다. 어떤 개들은 이미 잘린 목줄을 질질 끌고 동네를 다니기도 했다. 소방대원들이 끊어준 것 같았다. 그러다 차에 치여 죽는 개도 많았다.

2022년, 울진에 큰 산불이 났을 때 다들 그랬었다. 불에 타 죽은 개들을 애도하며 그랬다. 달아날 수나 있게 부디 목줄만이라도 풀어주라고.
절단기를 손에 쥔 채, 함형선 위액트 대표는 깊은 상념에 잠겼다.
'70살, 80살이고 걷는 것도 힘든 노인들인데, 그 상황에서 이런 쇠줄을 풀 수나 있었을까.'

현장에서 맞닥뜨린 처참한 광경. 누굴 쉬이 욕하거나 탓하기도 어려워 속이 들끓었던 시간. 그의 고민이 새로운 지점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게 3월 22일 저녁 7시였다. 일단 다들 준비하자.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누가 또 말했다. 불길이 안 잡힌대요. 그날 밤 10시에 바로 출발했다. 함형선 위액트 대표와 서나경 구조팀장이 불이 난 곳으로 향했다.

의성, 산청, 청송, 영덕까지. 불이 번지는 곳을 따라 이들도 계속 구했다. 매캐한 연기를 뚫고 달리다 창문을 여는데 열기가 엄습해왔다. 두려웠다. 이건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게 아녔으므로.
17일을 겪어내는 동안 집에 돌아온 건 단 두 번이었다. 함형선 대표는 "발길이 안 떨어졌다"고 했다. 동분서주하며 구조한 동물은 62마리. 그 아이들이나마 살아서 다행이라 하자, 함형선 대표가 이리 말했다.
"어제도 자정 넘어 돌아왔어요. 잘 준비하다 시계를 보니 12시 40분이었어요. 원래는 오전에 오려 했었거든요. 근데 청송에서 전소된 마을을 또 본 거예요. 딱 봐도 3~4일은 굶었겠다 싶은 개들이 있고요. 밥을 주기 시작하니까 발길이 또 안 떨어지고…."

살린 개들조차 이리 처참한데, 남겨진 녀석들은 어떻겠냐며. 함형선 대표는 늦은 점심으로 주문한 김치볶음밥을 뜰 생각조차 안 하고 또 울었다. 아픔과 절망 한가운데에서 생을 구한 이가, 절대 개운한 느낌이 안 든다며 다 구조하지 못함을, 그 한계를 자책하고 있었다.

"싸우고 고발할 거라고 하다가 맞기도 하고. 근데 이번엔 그게 안 된 거예요. 늘 동물 권리와 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했었는데, 이번엔 그 사람들이 느낄 고통과 아픔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되게 맘이 아팠어요."

피해견 대부분은 뜬장 아니면 1.5m도 안 되는 목줄에 묶여 있었다. 마당, 공장, 밭에서 '지킴이'로 묶여 사는 개들이었다.
이를 키우는 이들은 개를 안 좋아하는 거라 여겼단다. 그런 생각의 외연도 확장됐다고 했다.
"되게 이상한 게 뭐였냐면, 미워서 거기 둔 게 아니더라고요. 몇 분은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 개가 죽었으면 나도 죽었어요'라고요. 그러면서 밭에서, 논에서 키우고 최선을 다해 짬(음식물 쓰레기)를 주고. 그 사람에겐 나름의 사랑하는 방식일 수 있겠다, 처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그였어도, 산불 구조 현장 통틀어서 주인에게 따끔히 말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산불 피해견이 있었어요. 현장에서 처치를 했는데, 데려가서 치료하겠다고 하니 못 하게 하더라고요. 주인을 계속 설득했거든요. 호흡기가 너무 안 좋다고."
주인이 안 된다고 한 이유가 이랬단다.
"내가 얘를 15년인가 키웠어. 데리고 가면 안 돼. 외로워."

함형선 대표가 그에게 이리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이 느끼는 외로움은 마음의 감정이지만, 얘가 느끼는 고통은 육체적인 거예요. 지금 하루하루 죽어가는 거고요. 그 외로움과 허함을 달래기 위해서, 이 개가 선생님 옆에서 죽어도 된다는 건 이기적인 거라고요."
또 다른 주인은, 불타는 집으로 개를 살리기 위해 뛰어 들어갔다고 했다. 개는 불타는 나무에 입을 맞아 이틀간 아무것도 못 먹고 있었다.
그런데도 쓰러져 누워 있는 그 개를, 병원에 데려갈 생각은 못 하는 거였다.

"괴사 조직이 잘 정리가 안 되면서 더 심해졌어요. 지금까지는 은을 넣었는데 2주가 넘으면 중독되니까. 죽은 조직을 다 긁어줘야 하는데 얘는 좀 더 기다려 보고요. 얘가 깊으면서 넓어서 제일 위험했던 애고, 염증 수치도 막 올라가고 있고."
흡사 전장과도 같은 치료 현장. 개들은 초점 나간 눈으로, 화상 입은 몸을 수의사들에게 맡긴 채 고통을 참고 있었다. 모두에게 사투 같았다. 여기저기서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옥 같은 산불에서 살아 남았어도 그랬다.

함형선 대표가 혼잣말하듯 이리 말했다.
"이렇게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는 건데, 그 사람이 그 개 한 마리만 안 키웠으면 되는 건데, 그냥 아무나 키우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그리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물보호법을 더 강화해 '목줄 사육'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그래야 마당개, 공장개, 밭 지키는 개가 없어지고.

그렇게 돼야만 재난이 닥쳤을 때, 절단기로 목줄을 끊어줘야 할 개들도 줄어든단 거였다.
농장 개, 번식견, 식용견까지. 진짜 개를 이리 키우는 건, 거의 전 세계적으로 한국밖에 없는 것 같다며.

짧은 목줄은 긴 와이어줄로, 낡은 집은 새 걸로 바꿔준다. 개집 옆에 쌓인 쓰레기를 치워준다.

이와 함께 행하는 건 '중성화'다. 바깥에서 사는 이른바 '마당개'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태어난 개들이 배회하거나 방치되고, 이는 연간 10만 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이 생기는 주요 원인이 되어서다.
이는 동물 복지가 단지 '학대'만을 금지하는 게 아닌, '좋은 삶'을 살도록 하는 거란 전제에서 시작되는 노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질병이나 상해가 발생하는 것'만 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어웨어가 2021년 발간한 '동물 방임 및 최소 사육 관리 의무에 대한 해외 입법례와 정책 과제'에선, 해외 주요 국가가 이를 어떻게 규제하는지 상세히 나와 있다. 독일, 스위스, 미국, 호주 등 국가들은 영구적으로 동물을 묶어 키우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보고서에선 적정한 사육과 관리를 의무화하고, 동물 방임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동물의 종, 품종, 나이,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적절한 물과 음식의 공급, 혹한, 혹서 등 위험으로부터 몸을 피할 수 있는 쉴 곳과 불편함 없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 제공, 질병과 부상에 대한 수의학적 관리,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를 지키게 하기 위해, 진정 필요한 게 이랬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를 동물 방임으로 정의, 금지하고 과태료 등을 부과해 실효성 있는 수준으로 동물보호법 제 7조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에필로그(epilogue).
구조해 온 산불 피해견이 머무는 병원 입원실에 갔을 때였다.
몸에서 진드기가 떨어지는 걸 본 함형선 대표가 이를 잡았다. 녀석도 바깥에 꽁꽁 묶여 살던 개. 수의사에게 약 달라고 해야겠다고 그가 말했다.
입원실 바닥은 꽤 넓었는데 개가 앉아 있는 곳은 깨끗한 패드 위였다. 그걸 바라본 함 대표가 이리 말했다.
"밖에서 살던 녀석인데, 지금 바닥에 이거 깔아주니까 여기 앉잖아요. 이런 게 되게 마음 아픈 것 같아요."
깨끗한 곳이 당연히 좋은 거라고. 그리 평생 속박된 채 살아도 좋은 개는 없는 거라고. 온몸으로 알려준 메시지가 그랬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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