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라벤스브뤼크 수용소의 나치 생체실험

2차대전 일본 히로시마 원폭 피해 여성들(Hiroshima Maidens)의 사연을 소개하며 언급한 미국인 저널리스트 노먼 커즌스는 나치 독일의 생체실험에 희생된 유럽의 생존자들, 특히 폴란드 여성 정치범들이 주로 수용됐던 독일 북부 라벤스브뤼크(Ravensbrück) 집중수용소 생존자들도 도왔다. 일본인 목사 다니모토 기요시가 그에게 히로시마의 여성들을 소개했다면, 그에게 폴란드 여성 생존자들을 알게 한 건 미국의 박애주의자 캐럴린 페러데이(1902.7.3~1990.4.24)였다.
라벤스브뤼크 수용소는 아우슈비츠나 다하우 수용소만큼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다. 멸절 수용소가 아닌 군수물자 생산을 위한 노동 수용소였다가 종전 직전에야 가스실을 건설·운영한 까닭도 있겠고, 유대인(만)이 아닌 정치범 수용소여서 홀로코스트 추모 기념 사업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탓도 있을 것이다.
나치는 거기서 1942년 8월부터 종전 직전까지, 알려진 바 10, 20대 건강한 여성 86명을 대상으로 항생제 설폰아미드의 약성 등을 실험했다. 고의로 뼈를 부러뜨리고 근육을 끊어 독성 박테리아에 감염시킨 뒤 농도를 달리 한 약물을 주입하는 실험. 뼈를 제거한 뒤 다른 사람의 뼈를 이식하는 실험도 이뤄졌다. 실험 대상 여성들은 ‘라핀스(Lappins, 토끼)’라 불렸다. 피실험자 중 74명이 폴란드인이었다. 5명이 실험 도중 숨졌고, 6명은 처형됐다. 나머지 생존자는 끔찍한 정신적 외상과 더불어 반영구적인 신체적 손상을 입었다.
페러데이는 히로시마 처녀들에 대한 커즌스의 의료 봉사 소식을 듣자마자 그를 만나 ‘폴란드에도 피해자가 있다'며 보도를 요청했고, 1958년 시민 기부를 받아 피해자 중 35명을 미국으로 초청해 성형수술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전후 폴란드는 사회주의 국가였고, 당시는 냉전기였다.(계속)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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