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 없어도 질량을 잰다…천문학 관측력의 비밀 [천문학자와 함께하는 우주 여행 ]
편집자주
오늘날 우주는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감상의 대상이다. 우주는 인간이 창조한 예술작품과 자연이 보여주는 놀라운 모습보다 더욱 아름답고 신기한 천체들로 가득하다. 여러분을 다양한 우주로 안내할 예정이다.
유클리드 망원경의 관측 능력
빅데이터 활용으로 신속 분석
암흑물질 연구에도 큰 도움

우주는 망원경이 있어야 볼 수 있다. 우주의 본질은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한 자료를 분석해야만 알아낼 수 있다. 하늘은 넓고 관측할 대상은 많다. 그리고 분석해야 할 자료가 차고 넘친다.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는 빅데이터 과학의 선구자이다. 미국의 유명한 증권회사에 천문학 전공자가 많은 것도, 빅데이터의 최고 전문가가 천문학자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빅데이터 분석을 숙련된 천문학자가 담당했다. 우주 연구의 첫걸음은 하늘 사진에서 은하를 찾아내는 것이고, 그다음에는 모양에 따라 은하의 종류를 분류하는 것인데, 천문학자들은 여기에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 그런데 분류해야 할 은하의 수가 1만 개를 넘자, 천문학자 한 사람이 담당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인터넷이 발달된 이후에는 시민 과학이 활성화되면서 일반인들도 우주 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오늘날에는 빅데이터 연구에 인공지능(AI)이 필수 도구가 되고 있다.
유럽의 대표 우주망원경은 2023년 발사된 유클리드 망원경이다. 한번에 관측할 수 있는 영역이 허블망원경보다 200배 넓다. 한 영역에서 무려 2,600만 개의 은하를 발견할 정도다. 이 망원경이 매일 내주는 방대한 자료는 AI로 처리해야만 효율적으로 은하를 발견, 분류할 수 있다. <사진 1>은 이렇게 찾아낸 은하의 다양한 모습이다. 사진 속 각각의 은하는 각각 1,000억 개의 별을 품은 거대한 천체이며 우리 은하와 비슷한 규모다. 또 소용돌이 모양의 나선 은하가 많이 보이는데, 구부러지거나 휘어진 정도가 각양각색이다.
사진 맨 왼쪽에는 막대기처럼 가늘고 긴 모양의 은하들이 있는데, 소용돌이 모양의 나선 은하를 옆에서 본 모습이다. 나선은하가 원반처럼 얇은 은하라는 것을 보여준다. 소용돌이처럼 보이는 나선은하의 3차원 구조는 피자나 빈대떡과 비슷하다. 은하의 부분 중 밝게 보이는 곳은 별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은하 주위에 검게 보이는 부분도 빈 공간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존재한다.
은하는 질량이 태양의 1,000억 배나 되는 천체로, 매우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다. 중력은 물체뿐만 아니라 빛도 끌어당긴다. 그래서 은하 주위를 지나가는 빛은 강한 중력 때문에 휘어진다. 중력이 유리 렌즈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중력 렌즈’라고 한다. 먼 은하에서 나온 빛이 가까운 은하 주위를 지나서 우리에게 도달하면 고리처럼 보이거나 눈썹 모양처럼 보인다. 빈 포도주 잔의 바닥을 통해 물체를 보면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진 2>도 AI를 이용한 것인데, 유클리드 관측자료에서 찾은 중력렌즈의 신기한 모습을 보여준다. 각 사진의 중심부에는 은하가 있다. 그리고 은하 주위에는 고리처럼 원으로 보이는 것도 있고 눈썹 모양이 여러 개인 것도 있다. 고리처럼 보이는 천체를 ‘아인슈타인 고리’라고 하는데 뒤에 있는 은하가 앞에 있는 은하와 정렬이 됐을 때 생긴다. 아인슈타인은 1936년 ‘별 두 개가 시선방향으로 정렬되면 중력렌즈가 생길 수 있다’고 이론적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1937년, 괴짜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도 은하단같이 무거운 천체가 중력렌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력렌즈가 처음 발견된 것은 이후 수십 년이 흐른 1979년이며, 이는 은하단이 만들어낸 중력렌즈였다. 앞으로도 유클리드 망원경은 수년에 걸쳐 10만 개의 중력렌즈를 찾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은하와 중력렌즈가 빚어내는 모양은 상상력 풍부한 예술가의 작품보다 더 다양하다. 이들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감상해 보자. 예전에는 천체 사진을 통해 우주의 아름다움과 신비함만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하! 보이지 않는 저곳에 암흑물질도 있겠구나'라는 상상력을 더할 수 있게 됐다. 놀라운 점은 휘어진 천체를 분석하면 은하 질량을 잴 수 있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암흑물질의 공간분포까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저울이 없어도, 천문학자는 천체의 질량을 잴 수 있다’는 걸 독자들은 믿을 수 있을까?
이명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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