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 넘는 '좌표찍기'… 판사 절반 "외부 압력받았다"
정치인 등 사건 몰리며 외부 공격 증가한 결과
"형사 사건 부담 커... 재판할 때 부담 느낀다"
재판을 하면서 외부 압력을 느낀 적이 있는 판사가 절반 가까이 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외부 공격에 대한 판사들의 인식 조사는 처음으로, 판결을 문제 삼아 신상을 터는 '좌표찍기'부터 물리적 폭력이 현실화한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까지 판사를 향한 외부 공격이 심각해진 상황에 나온 결과라서 주목된다.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할 사건들이 사법부로 몰리면서 법관들을 보호할 실질적 방안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잇따르자, 법원행정처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23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법관에 대한 부당한 외부적 부담의 요인 분석과 법관의 보호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사건 재판을 하면서 외부 압력을 받은 적이 있다는 판사가 전체 조사 대상의 47.1%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14일부터 열흘 동안 전국 법관 69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압력 빈도는 1년에 한 번 미만(42.1%)이나 한 번 정도(25.6%)가 가장 많았지만, 반년에 한 번(14.0%) 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3.0%) 느낀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외부 압력으로 인한 부담은 특히 형사사건을 담당할 때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사건이 정치인 등 공인이 당사자이거나 사회적 이슈가 된 경우가 많아 미디어 노출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담 유형으로는 ①판결·법관에 대한 언론·정치권의 비난과 압박 ②신상공개·악성 댓글 ③신상 공개 집회·시위 ④신변에 대한 물리적 위협·공격 등이 꼽혔다.
판사에 대한 공격은 재판 부담으로 이어졌다. 외부 압력을 받았다는 판사의 56.5%는 "외부적 압력 때문에 실제로 재판에 부담을 느꼈다"고 답했다. 외부 공격으로 큰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판사는 97.1%에 달했다. 법관의 독립성을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직까지 고려하는 판사도 적지 않았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6월 이번 연구용역을 긴급 발주했다. 재판과 법관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과 언론 보도, 인터넷에서의 신상 공개 등 외부 공격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판사들의 인식을 정확히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려는 시도다. 법원행정처는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법관 보호 방안을 마련해 다음 달 14일 사법정책자문위원회(자문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자문위는 법원조직법상 명시된 자문기구로 대법원장이 내놓은 안건을 심의해 그 결과를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역할을 한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42315190001791)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42317200001721)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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