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도 넘겼는데…” 美 관세-中 저가공습에 철강-유화 ‘치명상’
포항-여수 산업단지 가보니
현대제철 2공장 사실상 멈춰… 배터리 소재 공장 백지화로 썰렁
석유화학업체 굴뚝 연기도 사라져… 하청사-주변 상권 줄줄이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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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철회한 산단 부지 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블루밸리산단 2차 조성 부지. 이곳은 포스코퓨처엠이 중국 최대 코발트 생산기업 화유코발트와 함께 추진하다가 철회한 전구체·니켈 원료 생산공장 건설 예정지였다. 포항=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던 배터리 산업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산업 전반이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인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라는 이중고로 지난해 유례없는 실적 부진을 경험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각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고 있다”며 “한국 업체가 그나마 선방하던 미국 시장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조금이 지속될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배터리 산업이 처한 이중고를 설명했다.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석유화학 업계 역시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10일 찾은 여수산단에서는 굴뚝의 연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퇴근 시간임에도 공장 주변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 자리 잡은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각각 8940억 원, 3002억 원의 적자를 내며 일부 시설의 가동률을 70% 아래로 낮췄다.
산단의 위기는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었다. 여수의 한 기계설비 유지보수 업체 직원은 “2∼3년 전과 비교해 발주가 50%는 줄었다”며 “적자로 공장을 돌리지 못하니 정비 발주도 끊겼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가에도 임대 딱지가 붙은 가게들이 속속 눈에 들어올 정도로 침울한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정모 씨(50)는 “여수는 솔직히 산단 때문에 먹고사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며 “매출이 반 넘게 줄어 당장 사람부터 줄이고 있다”고 했다.
● “제조업 버리는 방향으로 가선 안 돼”
배터리 업계 역시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와 전기차 캐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도 중국과 중동 기업들의 가격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구조적 침체에 직면한 제조업 3대 업종은 올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이라는 암초까지 만나 침몰 위기에 놓여 있다.
포항=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여수=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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