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망론, ‘트럼프’ ‘김문수’ ‘개헌론’ 세 변수에 달렸다
통상위기의 ‘대안’ 위상 갖고 ‘김문수’ 국힘 후보 확정시 단일화 시도
때릴수록 커지는 대망론, 지지율도 상승세…이재명 잡을 카드는 ‘개헌’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이젠 '비정치인의 시대'가 돼야 합니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타락과 불의가 얼마나 극심한지 깨닫게 됩니다. 단순히 권력을 개인의 영달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고 국민을 착취 대상으로 생각하는 자들이 지배하는 정치가 있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도자가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덕수 대행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대통령 후보 국민추대위원회)
'반(反)이재명 빅텐트' 결집 기류가 거세지면서 '한덕수 대망론'도 대선 정국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덕수 대행 본인도 물밑에서 측근들과 향후 변수에 따른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한 대행과 그의 주변 참모그룹이 생각하는 승부수는 세 갈래다. 우선 본인의 강점인 경제력·외교력을 바탕으로 ①한·미 통상협상을 타결시켜 '트럼프의 협상 파트너' 이미지를 굳히는 것이 당장의 과제다. 이후 ②국민의힘 본선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진행하고 ③'개헌론'을 무기로 꺼내 보수 진영은 물론 '반명 세력' 전체를 포섭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트럼프 통화'로 자신감 얻은 韓…'한·미 협상'으로 명분 노리나
취재에 따르면, 당초 출마 의사가 전혀 없었던 한 대행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가 이뤄질 무렵부터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대행에게 '대선 출마 의사'를 물어보면서 한 대행도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통상전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외교통'으로서 자신의 역할론과 책임에 대해 깊은 고심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추대위 관계자는 "외교 전문가는 이재명이 아닌 한덕수"라며 "이재명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외교는 더욱 방향성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행의 강점인 외교력을 입증할 첫 관문은 오는 24일 한·미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통상협의' 자리다. 이번 협상 의제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관세와 무역 불균형 문제 등이 핵심으로 꼽힌다. 여기에 조선 산업이나 에너지 협력은 물론, 주한미군 방위비를 비롯한 안보 의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한 대행은 22일 국무회의에서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상호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물꼬를 틀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한 대행 측은 조선 협력과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 그리고 비관세 장벽 문제 등 '트럼프 니즈(요구) 맞춤형' 협상 의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알려진다. 협상에 참여하는 안덕근 산업통장자원부 장관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가까운 알래스카에 안정적 LNG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로서는 여러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며 실사단 파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한 대행이 이번 양국 협상을 성공적으로 타결시킨다면 직전 미국과의 협상에서 빈손으로 물러난 일본과 대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한 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 대화 채널이 다시 마련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한 대행에겐 트럼프와 협상할 수 있는 유일 '파트너'이자 글로벌 통상위기의 '대안' 이미지를 굳힐 기회인 셈이다. 이 같은 포석을 바탕으로 정치권에선 '한덕수 대망론'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행도 본인 정치 인생에 찾아온 기회를 염두에 둔 듯 독자 행보가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취재에 따르면, 한 대행이 최근 진행한 미국 CNN·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인터뷰들은 오래 전 잡혔던 일정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특히 정부 실무진과의 소통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여 외신 인터뷰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또 지난 20일 통상적 대권 후보의 방문 코스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의 명성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하는 등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걸음도 활발하다.
'개헌론'으로 '反明' 집결시키고 7공화국 문 연다
정치권에선 한 대행의 출마 결심에 영향을 미칠 두 번째 변수로 오는 5월3일 발표될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추대위 측에선 한동훈·홍준표·안철수 후보의 경우 단일화 협상이 어렵다고 전망되는 만큼 '김문수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길 고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국민의힘 2차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한 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시사한 인물은 김문수 후보가 유일하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한 대행과 발을 맞춰온 바 있다.
만약 김문수 후보가 본선 후보로 선출된다면 한 대행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후보 단일화 협상을 이끌어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한 대행 측근들이 김문수 후보 경선 캠프를 지원하러 간 것이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수영 의원도 매일신문 유튜브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한 대행의 출마 의지는 90%다. 안 나가려면 진작 말했을 것"이라며 "한 대행이 큰 텐트를 치는 것이 우리 보수 우파들이 이재명이라는 저 포퓰리스트를 꺾고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원로들도 '반이재명 빅텐트' 형성의 일환으로 한 대행 출마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대행과 가까운 관계로 평가받는 헌정회 소속 한 원로는 시사저널 통화에서 "한 대행에게 계속 '가능성이 생겼을 때 출마하지 않겠다는 소리는 하지 말라. 가만히 있어보라'고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히도록 메시지를 보내 푸시(촉구)하고 있다"며 "지금 시점에선 한 대행이 득표력도 있고 '이재명 대항마'로서 적합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이 만약 출마 결심을 굳힌다면 이재명 후보에 대항할 필승 카드로 '개헌'을 꺼낼 가능성이 유력하다. 앞서 정치권에선 우원식 국회의장이 '선(先) 개헌-후(後) 대선' 화두를 던지며 개헌론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당초 적극적인 개헌론자였던 이재명 후보는 '내란 진압'이 먼저라며 개헌에 난색을 표했다. 이에 정대철 헌정회장을 비롯해 '개헌론'을 촉구했던 원로들은 이 후보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헌정회 소속 원로도 "이재명 후보의 개헌에 대한 태도에 배신감을 느꼈다"며 "한 대행은 이번 정부 국무위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 만큼 개헌에 대해 누구보다 열려있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추대위 관계자도 "지금의 정치 환경을 하나부터 백까지 바꾸기 위해선 한 대행의 등판이 절실하다"며 "우리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 수단으로 개헌이든 무엇이든 한 대행은 선봉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역설했다.
이미 한 대행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앞서 한 대행 지지율은 여론조사 등장 3일 만에 보수 2위로 올라섰다. 지난 14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대선 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9~11일 전국 유권자 1506명 대상, 무선 100% 자동응답방식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응답자의 8.6%가 한 권한대행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선호도 1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48.8%)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였지만, 보수 후보 중에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10.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
한 대행을 향한 이슈 집중력도 눈길을 끈다. 그는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 이재명 후보까지 앞지르고 대선 주자들 중 검색량 1등을 차지했다. 시사저널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튿날인 4월5일부터 20일까지 네이버 데이터랩 통계(일일 최대 검색량 100 기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 대행은 해당 기간 평균 검색량에서 37로 이재명(36), 김문수(35) 대선 후보를 누르고 1등을 차지했다. 카카오 데이터트랜드에선 한 대행이 59를 차지하며 이재명(47) 후보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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