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216> 우리가 실세다! 영화 ‘백수아파트’

방호정 작가 2025. 4. 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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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가 위대하고 위험한 백수였다

1000만배우 마동석이 제작에 참여한 이루다 감독의 저예산 장편영화 데뷔작 ‘백수아파트’를 감상하며 문득, 전설적인 킬러의 활약을 그린 영화 ‘존윅’이 떠올랐다. ‘백수아파트’ 역시 후반부에 살짝 액션이 펼쳐지긴 하지만 머리끄덩이 잡고 빗자루를 휘두르는 생활밀착형 액션은 ‘존윅’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두 영화는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려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백수아파트’의 주인공 ‘거울’이 그런 사람이다. 사소해 보이는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사사건건 꼬투리 잡고 돈 안 되는 남 일에 목숨 걸고 달려드는 시간 많은 동네 오지라퍼. 한마디로 백수다. 이름처럼 나와 내 친구들의 모습을 선명히 비추는 거울의 이야기에 격하게 몰입된다.

영화 ‘백수아파트’ 포스터.


이것은 우리들의 이야기다. 우리의 주된 업무는 남들이 보기엔 노는 것과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동네 산책하며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지역사회를 살피고, 민원을 넣고, 수다와 농담으로 교류하며 현 인류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며, 정보 수집을 위해 영화 유튜브 SNS에 집중하고, 미래를 위해 둥기둥기 기타 치며 노래를 짓고 부르며 춤추고 사진 찍고 그림 그리고, 공연과 전시를 찾고, 독서하고 글을 쓰며 흥청망청 밤낮없이, 또 열심히 노력한다.

‘놀고 있네’라는 오해를 받거나 무시당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가끔 집중해서 그냥 놀기도 한다. 다 먹고 놀자고 하는 짓이니까. 허나 누구든 선을 넘어 나와 가족, 친구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순간, 확 그냥 너도나도 존윅으로 돌변한다. 그것이 우리 스타일이다. 흥청망청 노는 듯 일하며 외세와 독재와 층간소음에 맞서 며 동네와 나라를 지켰다. 인구는 무서운 속도로 줄고 있고, 기름이라곤 참기름 밖에 나지 않는 분단된 이 땅에서, 수없이 다채로운 페널티를 안고서도 세계가 열광하는 K-컬처를 만든 것 또한 우리들이다.

영화 ‘백수아파트’는 정신없이 격동하는 세상 탓에 잠시 망각하고 있던 ‘사실은 우리가 실세였다’는 진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그간 힘들고 서러웠던 우리들을 힘껏 응원하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영화다. 수많은 존윅들로 가득한 동네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가치는 바로 ‘건강’과 ‘매너’라는 것을 잊지 말자. 행여 ‘건강’과 ‘매너’를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사실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재발견과 재평가가 시급하니 조속히 감상에 동참하길 바란다. 이게 다 우리 모두 잘되자고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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