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옥현진 대주교 "프란치스코 교황, 5·18 광주 어루만져"
"인권 수호 목숨 바친 젊은이 기억되길 기도"
"사회적 약자 보듬고 사회정의 실현 ‘큰 어른’"
팔리움 수여식서 인연…더 큰 봉사·희생 당부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는 23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수호한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하고 어루만졌다"며 "사회정의와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광주 젊은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하셨다"고 회상했다.
옥 대주교는 이날 본보와 단독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많은 이들이 희생한 비극적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바란다는 축복의 기도를 해주셨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팔리움(Pallium)을 수여 받으며 교황과 인연을 맺었다.
팔리움은 고위 성직자 가운데 교황과 지역 관구를 구성하는 관구장을 맡은 대주교의 제의 위에 걸치는 좁은 고리 모양의 어깨 장식띠로, 권위와 책임, 친교를 상징한다.
이는 관구를 사목하는 대주교로서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서약이자 교황청과의 일치를 보여주는 표시다.
옥 대주교는 "팔리움 수여 당시 교황께서는 '큰 십자가를 지닌 만큼 대주교로서 더 큰 봉사와 희생을 해야한다'고 당부하셨다"며 "또한 언제나 기도로서 하느님을 가까이 하고, 주교단과 사제단, 하느님의 백성인 신자들을 항상 가까이 하라고 거듭 강조하셨다"고 전했다.
옥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기 불과 얼마 전인 지난해 9월 한국 주교단의 일원으로 로마 교황청을 방문해 교황을 면담하고 K-십자가를 성물로 전달하기도 했다.
옥 대주교는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상처 받고 위로가 필요한 약자'를 끌어안은 '큰 어른'으로 기억했다.
교황은 2014년 방한 당시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북한 이탈 주민,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등 한국의 소외되고 상처받은 보통 사람들을 사랑과 관심으로 감싸 안으며 큰 울림을 줬다.
옥 대주교는 "교황께서는 언제나 친근함과 사랑, 때론 재치있는 유머로 사람을 따뜻하게 대해주셨다"며 "진정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큰 어른의 역할을 했다"고 기억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20년 3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천주교 광주대교구에 성하메시지를 보내 5·18로 상처받은 광주를 어루만졌다.
당시 교황청 국무성성이 보낸 교황의 공식 서신은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의 희생이 기억되길 기도한다"며 "또한 광주교회가 하느님이 부여하신 존엄성과 가족공동체 구성원 개개인 모두의 권리를 존중하며 생명을 보호하는 사회 질서를 형성하는 것을 돕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힘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가 평화와 화해를 이루는데 기여하고 사랑하는 한국 국민들 마음 속에 연대와 형제애를 증진하며 선과 진리, 정의를 향한 열망이 북돋아지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축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낸 이 성하메시지는 천주교 광주대교구청 문서고에 보관돼 있다.
옥 대주교는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을 받들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사회정의 실현이란 소임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는 "교황께서는 한국에 천주교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평신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씀하셨다"며 "이 땅의 젊은이들의 희생으로 이뤄낸 사회정의와 민주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나눔과 구원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은 26일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 앞 광장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교구청 성당 내에 분향소를 마련해 24일 오전 9시부터 26일 정오까지 운영한다. 또한 24일부터 26일까지 매일 오전 9시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리기 위한 추모 미사가 열린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