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협상 돌입한 일본, '미국 쌀 수입 딜레마'
참의원 선거 때 농민 표 이탈 우려
정부로선 '쌀값 진정' 조치도 필요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사용할 카드로 내놓은 '미국산 쌀 수입 확대' 방안이 같은 편인 여당과 관계 당국의 반대에 부닥쳤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통적인 지지층인 농민들의 민심 이반을 우려해서다.
23일 아사히신문,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 내에선 정부의 미국산 쌀 수입 확대 방안을 두고 반대 의견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일본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대책으로 쌀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물량(MMA)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농업 분야 진입 장벽이 높다'는 미국의 불만을 달래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 2인자인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수입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농업 분야 전문가인 스즈키 슌이치 당 총무회장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라며 회의론에 힘을 실었다.
에토 다쿠 농림수산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위화감을 느낀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달 말 열릴 예정인 미일 장관급 관세 협상과 관련해 "(우리) 부처 직원의 (협상) 참여는 협상 대상에 농수산품이 포함된다는 걸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인 만큼 (농림수산부 당국자의 협상 참여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정부·여당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건 올해 7월 이시바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격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다. 최근 이시바 정부 지지율은 20~30%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야 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전통 지지층 표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농촌 지역으로선 미국산 쌀 수입 확대가 달가울 리 없다. 아사히는 "정부가 쌀 시장을 '성역'으로 보호하고 시장 개방을 최소화한 건 자민당 지지 기반인 농가를 의식한 것"이라며 "수입 확대 시 농민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다만 "미국산 쌀 수입 확대야말로 지금 일본에 필요한 정책"이라는 찬성론도 적지 않다. 일본은 지난해 여름부터 이례적인 '쌀값 폭등'에 시달리고 있다. 13일 기준 5㎏짜리 쌀 평균가는 4,217엔(약 4만2,400원)으로 15주 연속 상승했다. '미국산 쌀 수입 확대안'은 대미 협상 카드인 동시에 쌀값 폭등을 잡을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가 미국은 물론 농가와 쌀값에 분노한 일반 국민까지 만족시킬 대책을 내놔야 할 처지가 됐다고 지적하며 "쌀 수입 문제를 둘러싼 의견 수렴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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