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탄파’ 안철수 생존 나비효과, ‘우클릭’ 이재명엔 악재?
정청래 ‘뻐꾸기’ 비판…물밑에선 “친윤보다 껄끄러워” 긴장감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놀랍더라. '나나땡'(나경원 나와야 땡큐)인데…."
23일 수도권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전날 발표된 국민의힘 대선 1차 경선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도 윤석열 정부 개국공신이란 점에서 심판받아야할 대상"이라면서도 "그나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후보라는 점에서 긴장할만한 상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대표적인 반탄(탄핵 반대)파인 나경원 후보가 찬탄(탄핵 찬성)파 안철수 후보에게 밀렸다는 결과가 나오자 민주당도 민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만약 국민의힘 경선에서 찬탄파 한동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약진할 경우 중도층을 사이에 둔 양당 주자의 경쟁이 예상보다 치열해질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안 후보가 적극적인 '좌클릭'에 나선 가운데 '우클릭'을 시도 중인 민주당 일각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민주도 놀란 '나경원 아웃, 안철수 생존'
전날 발표된 국민의힘 대선 1차 경선 결과,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가나다순) 후보 4파전으로 압축됐다. 당초 당내 기반이 두터운 나경원 후보가 안 후보보다 경선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다. 여론조사에서 타정당 지지층을 제외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적용된 것도 반탄파 나 후보에게 유리한 규칙이란 게 중론이었다.
실제 최근까지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보수층 내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민심이 압도적이었다. 이에 힘입어 보수 비주류 주자였던 반탄파 김문수 후보가 강력한 대권 후보로 발돋움했고, 반탄파 홍준표, 나경원 후보도 줄곧 범보수 대권 후보 지지율 조사 '빅4'에 들었다.
경선 직전(21일) 발표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1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 포인트) 결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50.2%)에 이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12.2%), 한동훈 후보(8.5%), 홍준표 후보(7.5%), 나경원 후보(4.0%), 안철수 후보(3.7%)순으로 나타났다(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6.6%,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나 후보가 탈락하자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예상 밖 반전'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무당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율 조사 합산 결과, '체제 전쟁'을 외친 나 후보가 '윤석열 탄핵'을 말한 안 후보에게 밀렸다. 반탄파 표심이 분산된 영향이 있다는 관측도 있으나, 찬탄파인 안 후보를 향한 보수 지지세도 적지 않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신주호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23일 KBC 라디오 《박영환의 시사1번지》에 출연해 "대부분 여론이나 언론에서 나경원 후보의 안착을 전망했지만 결과는 달랐다"며 "당내에서도 탄핵에 대해서 찬성하는 입장이 굉장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李에게 껄끄로운 후보"…安 '좌클릭'에 민주 긴장감
대선 무대의 조연으로 평가받던 안 후보가 '다크호스'로 부상하자 민주당도 즉각 안 후보에게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찬탄파인 안 후보 역시 '내란 공범'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 근거로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등을 겨냥해 "1년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을 것"이라고 저격했던 안 후보가 돌연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점을 언급했다.
22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막을 수 있다면 뻐꾸기라도 되겠다'고 한 안 후보 발언을 인용하며 "안철수는 부족한 사람일지언정 절대 새가 될 수는 없다"며 "안 후보가 이재명 막는 '뻐꾸기'가 된다면 내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 물밑에선 미묘한 긴장감도 감지된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비난하는 강성 보수 성향 후보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개혁 보수 성향 후보가 민주당으로선 보다 껄끄러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가 '좌클릭'을 시도할 시, 이재명 후보의 '우클릭'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실제 안 후보는 1차 경선 통과와 동시에 '중원 공략'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안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우리 약속합시다. 우리가 진정으로 시대를 바꾸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이재명을 이기고자 한다면 우리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며 김문수·한동훈·홍준표 후보를 향해 탄핵 사과·개헌 등을 약속하자고 제안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원들이 본선 경쟁력을 고려해 안철수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 후보가 본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맞붙으면 이 후보가 안심하고 선거를 치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안 후보가 경선 4강에 안착하며 온건 진보층까지 아우르는 중도 확장 가능한 후보로 어필할 기회를 얻게 됐다"며 "이 후보가 계속 언급하고 있는 AI(인공지능), AX(인공지능전화)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점도 안 후보의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바둑판의 전설, 이기고 지는 데 도리 없는 《승부》 - 시사저널
- [강준만 시론] 윤석열, 왜 자폭했을까? 그가 역사에서 살아남는 법 - 시사저널
- ‘탄핵 설전’ 속 한동훈에 집중 포화…“내란 몰이” “‘하야’ 기회 줬어야” “후보 그만둬
- 가족을 욕정의 제물로 삼은 광기의 연쇄살인마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 시사저널
- [단독] 尹 지지자 주축된 ‘국민수사대’, 민주당발 가짜뉴스 언중위 제소한다 - 시사저널
- 이치로가 우상이지만, 이정후는 그와 가는 길이 다르다 - 시사저널
- 활동 중단에 ‘혐한’ 인터뷰까지…뉴진스의 행보 괜찮나 - 시사저널
- ‘기름진 한 끼’ 후 찾아온 명치 통증, 담석이 보내는 경고 - 시사저널
- ‘김문수 회고록’ 나온다…‘노동 운동’부터 ‘계엄 반대’까지 가치관 담겨 - 시사저널
- “10분 늦을 때마다 10만원씩 이자가 더 쌓입니다”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