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총을 들고 은행에 가보자

한 남성이 올 2월 10일 부산 소재 은행에 들어가서 장난감 총을 진짜 총인 것처럼 위장해 은행을 털려고 시도하던 중 2분 만에 시민과 은행 직원에게 제압됐다.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의도로 특정한 행위를 한 사람이 어떠한 이유에서든 행위를 끝마치지 못했다거나 의도했던 결과를 발생시키지 못했다면 그 사람의 행동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여겨질 수 있을까? 우리 법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형법에는 범행의 기수와 미수라는 개념이 있다. 강도가 재물을 취득하는 데에 성공한 상황을 기수라고 하고, 재물을 강제로 빼앗아 오려다가 실패한 상황을 미수라고 한다. 예컨대 착수가 기수의 팔을 부러뜨리려는 마음을 먹고 폭행하였으나 옆에 있던 미수가 말리는 바람에 팔을 부러뜨리는 행위를 완성하지 못하였다거나 팔이 부러지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상해의 미수로 평가된다.
위 같은 행위를 그 결과만 두고 용인하기에는 불편한 마음이 든다. 나쁜 행동을 의욕하고 행동으로 시도했기 때문이다. 범죄 실현의 의사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외부에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나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결과 발생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결과가 발생될 개연성이 있다는 점에서 법이 이러한 행동을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형법 제25조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라고 하여 미수범 역시 처벌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장난감 총을 이용한 은행 강도 시도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수에 그친 범죄라도 그 행위 자체는 사회에 상당한 공포와 혼란을 야기한다. 피해자와 목격자들에게 가해진 정신적 충격은 실제 범죄가 완성되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미수범 처벌은 범죄 예방이라는 형사정책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범죄라 하더라도 처벌함으로써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범죄 시도 그 자체를 억제하여 사회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미수범은 기수범에 비하여 법익 침해의 정도가 덜하기 때문에 처벌에서도 달리 취급되어 형벌이 감경되거나 면제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는 사람이 발생하면 안 되듯 억울하게 기수범으로 처벌되는 사람도 없어야 한다.
어떤 범죄가 기수에 이른 것인지 미수에 그친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 범죄가 보호하려고 하는 법익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결정된다. 강도죄의 주된 보호법익은 재산권인데, 부수적으로 신체의 완전성 및 개인의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된 일인지 강도가 은행의 경비를 강화시키기 위해 잠깐 총을 들고 은행에 들렀다고 변명하더라도, 이에 겁먹은 은행 직원이 돈을 꺼내기 시작했다면, 강도 스스로 은행 직원에게 돈을 다시 넣으라고 요구하지 않은 이상 적어도 미수의 혐의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하듯, 은행은 총 들고 갈 곳은 아닌 것 같다. 강재규 법률사무소 진언 대표변호사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의대 증원' 최대 수혜는 충북대… 대전·충남 의대 정원 72명 늘어난다 - 대전일보
- 천안 목천읍서 주행 중인 4.5t 화물차 화재…인명피해 없어 - 대전일보
- 박범계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 민주당 대전시장 경선 재편 - 대전일보
- 李 대통령 "대전·충남 통합 잘 가다가 '끽'… 충북까지 통합 고민해야" - 대전일보
- "사채 빚 때문에"… 대전 아파트 주차장서 강도짓 40대 구속 - 대전일보
- 이정현 국힘 공관위원장 사퇴…"모든 책임 지고 물러날 것" - 대전일보
- '충북의 사위' 자처한 李 "대전·충남 등 지역 연합 넘어 통합이 바람직" - 대전일보
- 李 대통령, 충북서 타운홀 미팅… 청주공항 민간활주로 등 현안 언급 전망 - 대전일보
- 장동혁, 오세훈 공천신청 거부에 "공천은 공정이 생명…'사퇴' 이정현 만나 뵐 것" - 대전일보
- 충북 진천서 일가족 폭행·결박한 일당… 나흘 만에 긴급체포 -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