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인 42명 또 진실규명 좌절…남은 311명 ‘조사중지’ 처리

고경태 기자 2025. 4. 23. 18: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선영 위원장도 반대…3기 진실화해위로 넘겨질 듯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달 26일 오전 진실화해위에서 해외 입양됐던 김유리씨가 본인 사례를 발표하다 박선영 위원장에게 무릎을 꿇고 울먹이며 전원 진실규명을 요청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이 보류됐던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 42명이 다시 한 번 인권침해 인정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조사중지’ 처리됐다. 나머지 269명도 조사 기간 촉박으로 ‘조사 중지’로 결정돼 총 311명의 해외입양인이 차기 진실화해위에서나 진실규명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3일 진실화해위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진실화해위는 전날 열린 제107차 전체위원회에 지난달 25일 처리가 보류된 42건을 보완해 재상정했으나 여당 추천 위원들이 이전 전체위에서 보류 결정의 기준으로 삼았던 ‘기록의 부재’등을 이유로 또 일부 사건만 진실규명 결정을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이상훈 상임위원을 비롯한 일부 위원들은 전원 진실규명 의견을 밝혔고, 합의나 표결에 이르지 못한 채 조사 중지로 합의했다. 박선영 위원장도 42건 중 6건을 제외한 36건의 진실규명에 반대했다고 한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결과를 뒤엎기 힘든 ‘불능 결정’으로 결론이 날 것을 우려해 표결에 나서지 않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3기 진실화해위에 재상정하는 게 피해자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이날 안건으로 오르지 못한 269명에 대한 진실규명도 남은 진실화해위 조사 기간이 촉박해 조사 중지로 결정됐다. 진실화해위에 입양 인권침해 진실규명을 신청한 피해자는 367명에 이른다.

해외입양 사건은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정부가 국내 복지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으로 입양알선기관에 대부분의 입양 사무를 위임한 채 수십만 명의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내는 과정에서, 입법부실·관리감독의 해태, 행정절차의 미이행으로 입양인들의 인권을 침해한 사건이다. 정부는 1960년대부터 복지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서 거택구호(자택에 거주하면서 지원)와 시설보호 아동수를 줄이고자 했고, 1970년대 중반 추진했던 국내 입양 장려 정책이 실패하자 1980년대 초에는 해외입양의 연도별 인원제한을 해제했다. 보건복지부 통계 등에 따르면 1953년부터 2023년까지 국제입양된 아동은 16만9859명으로 비공식 통계까지 더하면 20만명으로 추산된다.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제102차 전체위에서는 해외입양 인권침해 피해 신청인 367명 중 일차로 98명에 대한 안건이 올라와, 이중 56명에 대해서만 진실규명이 이뤄졌다. 당시 42건이 보류된 것도 박선영 위원장을 포함한 여당 추천 위원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박선영 위원장은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국가폭력 피해자라는 것을 증명할) 자료가 부족해 더 찾아보자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물론 서류가 미비한 입양의 경우 자료 자체가 없을 수 있고 기아(버려진 아이)인 경우 의도적으로 자료를 파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치열한 논의 끝에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입양인 당사자들과 국내외 입양인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해외입양인들 대부분이 입양 알선기관에 의해 허위 및 조작된 서류를 기반으로 입양되었는데, 정보부족을 이유로 진실규명을 보류한 것은 모순된 결정”이라며 전원 진실규명 결정을 요구해왔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