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숨도 표정도 멈췄는데, 왜 이렇게 살아 있지"

■ 정승조 아나운서 ■
당신을 마주한 조각, 당신을 들여다보는 눈.
얼핏 보면 지나칠 수 있는 인간의 표정, 주름, 숨결까지 그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냅니다.
단순히 보는 걸 너머 느끼는 것에 가까운 감각을 선사하는데요.
현대 조각의 거장 '론 뮤익'이 전하는 이야기와 충격이 결코 작지 않은 이유입니다.
이를 느낄 수 있는 그의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습니다.
전시에선 조각 작품과 사진 연작, 다큐멘터리 필름 등 총 24점 소개하는데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회고전입니다.
특히 전시장은 조명, 공간 등 하나하나에 더욱 집중해서요.
론 뮤익이 보여주고자 한 ‘현실 너머의 진실’에 가까워지도록 설계됐다고 하는데요.
이번 회고전은 '조각을 보는 시간'이자 '인간을 다시 만나는 여정'이 될 겁니다.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국립현대미술관의 홍이지 학예연구사를 만나 MMCA '론 뮤익(Ron Mueck)'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 현대 조각의 거장인 '론 뮤익'의 무엇을 살펴보는 전시인가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현대 인물 조각 전시이자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의 개인전입니다.
1958년생인 작가는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1990년 후반 본격적으로 현대미술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새 작품이 공개될 때마다 놀라움을 일으키며 미술계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작된 작품이 총 48점으로 그 수가 매우 적은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론 뮤익의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주요 작품 10점을 선보임으로써 현대 조각의 미술사적인 변화와 흐름을 살피고요. 론 뮤익의 작품을 통해 예술과 예술가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할 때 중요한 지점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조각 작품이다 보니, 이를 감상하는 작품의 관람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회화나 사진 작품처럼 한자리에서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조각 작품을 중심에 두고 사방에서 작품을 보다 보면 새롭게 발견되는 장면과 생각이 이어집니다.
또한 작가는 한번도 인체 사이즈에 맞는 작품을 제작한 적이 없는데요. 언제나 실제보다 더 작거나 더 큰 스케일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스케일은 작업을 감상하는 방식과 거리에도 영향을 줍니다.
▮ 주요작 10점 중 주목되는 작품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5전시실 마지막에 있는 '매스'라는 작품입니다.
론 뮤익의 작품 중 유일하게 전시가 될 때마다 가변적으로 설치되는 대형 작품입니다.
유럽의 지하 무덤인 카타콤에서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고요.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되면서 14미터의 높은 층고의 공간과 공간 위쪽에 자리한 창문을 통해 우리가 땅 밑에 있다는 자각과 함께 압도적이면서도 기묘한 감각을 끌어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전에 국군병원이자 기무사가 자리했던 건축 이면의 역사성과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와 스토리가 생겨나는 주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대형 조각 전시인 만큼 각별히 신경을 쓴 점도 있을 텐데요. 조명 등의 연출도 궁금합니다.
이전의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와 다르게 대형 조각 작품을 가장 잘 보여주기 위해 전시장 조성부터 많은 노력과 디테일들이 들어갔습니다.
언뜻 하얀 공간으로 인식되지만, 완벽한 흰색을 찾기 위해 테스트를 여러 번 거쳤고요. 벽면의 굴곡이나 벽면의 글이 시선을 빼앗아 가지 않도록 없앴습니다.
이는 관객들이 작품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인데요.
시선에서 부차적인 정보를 없애기 위해 조명의 조도에도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언뜻 모른 채 지나실 수 있지만, 디테일들이 모여 완벽함을 이루는 것처럼 의식하고 보시면 '왜 다르지? 어떤 게 바뀌었지?'라는 생각의 끝에 이러한 디테일들이 있을 거라 봅니다.
▮ 론 뮤익의 조각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데요. 그의 '하이퍼리얼리즘'이 주는 메시지는 뭐라 보십니까?

우리에겐 익숙한 주변 모습이 오브제일 뿐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주는 순간, 새로운 질문이 생겨납니다. 작가는 기술적으로 뛰어나게 만들고 창작하지만, 겉모습과 첫인상에서 판단을 끝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작가는 극사실주의라는 하이퍼리얼리즘이란 정의에서 한정되는 것을 지양합니다.
매우 정교하고, 극도의 기술력으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표현력을 지닌 작가지만, 단순히 '진짜같이' 만드는 것이 작가의 목표가 아닌 만큼 단 한 번도 인간의 크기로 만들지 않았던 작가의 의도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관객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작품이 화제인데요.

우리나라 관객들은 미감(美感)이 높고요. 좋은 취향을 지녔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기에 작은 디테일도 잘 포착하시고요. 완성도가 높은 세심한 부분을 즉각적으로 알아차리십니다.
전시작 중 론 뮤익의 '어두운 장소'(2018)를 좋아해 주시는 듯합니다.
한 명씩 관람해야하는 특성상 의도하지 않게 줄이 길게 형성되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작가의 작업 중 관람 방식에 있어 정면성을 부여하고요. 보는 방식과 위치를 강제한 유일한 작업이기에 관람자와 작품 사이의 온전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작업이라 특별하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 전시를 준비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요.

작가는 언론 인터뷰나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지난해 말 영국 남단에 위치한 아일 오브 와이트 섬에 거주하는 작가를 만나러 갔던 기억이 무척 생생하고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그가 직접 사용하는 도구와 참고하는 이미지들을 제게 보여주었는데요. 창작의 과정 자체를 순순하게 즐기고 집중하는 작가의 모습에 많은 영감을 느끼고 감동을 받았지 싶습니다.
작가에 대한 힌트는 6전시실에서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를 꼭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아트홀릭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시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6전시실 지하에 있는 고티에 드블롱드의 영상 작품을 놓치지 말고 꼭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작가가 유일하게 긴 시간 동안 자신의 창작 전반의 촬영과 기록을 허락한, 고티에의 시선으로 론 뮤익이라는 작가와 그의 고독하지만 경이로운 조각 여정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입니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와 모습을 다루는 론 뮤익의 시선과 작품을 많은 분들이, 특히 미술관을 찾지 않는 분들도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 작가 소개
론 뮤익(1958년생, 멜버른, 오스트레일리아)은 독일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1986년부터 영국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영화와 텔레비전 분야에서 마네킹과 소품을 제작하던 그는 1996년, 작가 폴라 레고(Paula Rego)의 의뢰로 조각 '피노키오'를 만들며 본격적인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1년 후 '죽은 아버지'(1996–97)가 런던 왕립미술원에서 열린 Sensation: Young British Artists from the Saatchi Collection 전시에서 주목을 받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2001년에는 '소년'(1999)이 제4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되었다. 뮤익의 개인전은 북미, 유럽, 남미, 동아시아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을 순회하며 소개되었으며, 그의 작품은 캐나다 국립미술관(오타와), 빅토리아 국립미술관(멜버른), 테이트(영국), 휴스턴 미술관(미국),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등 다수의 공·사립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은 현대 예술의 다양한 분야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립 문화 기관이다. 재단은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을 비롯해 건축, 디자인, 패션, 철학, 과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전시, 라이브 퍼포먼스 및 아티스트 토크를 기획해 왔다. 또한 40여 년간 동시대 예술의 주요 작가들을 발굴하고, 예술가와 과학자들이 협력하여 오늘날의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 Fondation Cartier ⓒ MMCA ⓒ Ron Mueck / Photographer ⓒ Kiyong Nam)
■ MMCA '론 뮤익(Ron Mueck)'
-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 6전시실
- 공동 주최: 국립현대미술관,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 일정: 2025. 4. 11.(금) ~ 7. 13.(일)
- 관람 시간: 월,화,목,금,일 10:00-18:00 / 수,토 10:00-21:00
- 관람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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