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훈칼럼] 그럼에도, 아메리칸팩토리
美 조지아주에 공장 몰리는건
무노조 매력에 생산성도 높아
결국 제도도 한 국가의 실력

스톤마운틴에 올라봐야 지평선밖에 안 보인다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해발 514m 회색빛 돌산은 녹색 바다 한가운데 외롭게 떠 있는 섬처럼 보였다. 그곳에서 하루는 50분을 북동쪽으로 달려 SK 배터리 공장을, 또 하루는 2시간을 남서쪽으로 달려 현대모비스·기아 공장을 가봤다.
말 그대로 '깡촌'이었다. 고속도로 바로 옆, 거대한 공장 건물과 드넓은 주차장은 뜬금없어 보였다.
지난주 애틀랜타 세계한상대회에 출장 간 김에 틈틈이 찾아갔던 현지 공장 얘기다. 질문은 하나였다. '미국에서 제조업이 과연 수지 타산에 맞느냐.' 애틀랜타행 비행기 안에서 다시 돌려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를 보면서 더욱 궁금해졌던 터였다.
다큐멘터리는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GM 공장이 문을 닫자 1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인구 14만명 소도시에서 집을 차압당하고, 자녀에게 새 운동화 하나 못 사줄 정도로 삶이 힘들어진 중산층 얘기가 이어진다. 우울한 지역 분위기를 바꾸는 건 중국 기업이다. 차량용 유리제작 기업인 푸아오가 GM 공장 자리에 대신 들어서면서다.
거액을 베팅한 푸아오의 차오더왕 회장은 불만족스러웠다. 중국과 비교해 좀처럼 생산성이 따라오지 못했다. 불량품 비율도 높았다. 자동차를 만들던 미국 직원들이 차량유리 제작에 적응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미국인은 손이 크고 두꺼워서 손재주가 없다는 둥, 근로 의욕이 높지 않다는 둥 중국 직원들 불만도 커졌다.
중국 직원들을 곳곳에 배치해 노하우를 알려주고, 미국 직원들을 중국 본사 공장에 데려가 중국 직원들이 의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직원들과 크고 작은 오해와 충돌, 여기에 공장 내 산업안전 사고까지 늘자 미국 근로자들 사이에서 노조 설립 움직임이 나타났다. 노조가 생기면 문을 닫겠다던 차오 회장은 전문 컨설팅 업체까지 동원해 노조 결성을 부결시킨다.
조지아에서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같은 질문을 던져봤다. "한국 직원들과 비교할 때 미국 근로자들 생산성은 어때요?"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개개인으로 보면 한국 근로자가 월등하죠."
미국 근로자들은 업무 숙련도가 낮고, 이직률이 높아 인력 문제가 가장 크다고 한다. 최신 자동화 설비로 업무를 단순화해 생산성을 높여봤지만, 미세한 공정과 정밀한 검사 업무는 한국에서 온 직원들 몫이다. 비용이 매력적인 것도 아니고, 협력 업체까지 끌고 가야 할 정도로 제반 인프라가 갖춰진 것도 아니다. 언제 바뀔지 모를 관세 혜택 하나만 보기에는 선뜻 이해가 안 되는 게 미국 공장이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공장을 돌리는 이유가 궁금했다. 예외 없이 '무노조'를 1순위로 꼽았다. 노조가 강한 미국 중북부와 달리 '딥사우스'로 불리는 남부지역은 노조 무풍지대다. 경기 흐름에 따른 생산량 조정이나 근무제도 변경이 어렵지 않다. 현지 공장 관계자는 "업무 숙련도는 떨어지지만 근로 유연성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했다. 실제로 자동차 생산 라인에서는 한국보다 생산성이 50% 높게 나올 정도라고 했다. 3교대로 24시간 가동한다. 적어도 강력한 노조가 없는 미국 남부에선 제조업 공장을 세울 만하다는 얘기다.
트럼프 관세 전쟁의 출발점은 제조업이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역 상대국에 줄서기를 강요하는 전쟁이다. 군함 하나 수리도 못하는 미국의 현실은 그 절박함을 보여준다. 제조업을 내모는 국가와 제조업을 끌어오는 국가 간의 실력 차가 곧 드러날 순간이다. 한국엔 기회가 갈수록 없어 보인다. 거기엔 제도적 요인도 결정적이다.
[송성훈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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