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 화재 후 ‘농약 살포기’ ‘세차건’ 관심 늘어…모방범죄 우려도

백진우 인턴기자 2025. 4. 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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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농약 살포기’ 검색량 88배 늘어…‘중간고사’보다 많아
전문가 “특이한 범행 도구에 관심 집중될수록 모방 위험 커져”

(시사저널=백진우 인턴기자)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과학수사대원들이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봉천동 화재 사건에서 방화에 사용된 도구가 이목을 끌어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1일 경찰은 용의자가 농약 살포기를 화염방사기처럼 사용했다고 추정했다. 이에 '농약 살포기'와 '농약 분사기' 네이버 검색량은 이날, 전날보다 10배 이상 늘어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24세 이하 연령대에서는 약 88배 폭증해 중간고사를 앞두고도 '중간고사' 검색량을 넘었다. 22일 경찰이 범행 도구가 '세차건'으로 불리는 고압 분사기일 수 있다고 밝히자 '세차건' 검색량도 사고 전날보다 약 2배 늘었다.

21일 오전 8시경 60대 남성이 사제 화염방사기로 서울 관악구 봉천동 지상 21층 규모 아파트에 불을 질러 용의자가 사망하고 6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모방범죄를 걱정하면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사제 화염방사기에 주목했다. 한 이용자는 "(사제) 화염방사기를 만드는 방법이 알려져 버렸다"며 "유사 범죄가 일어날지 걱정된다"고 썼다. 농약 살포기를 방화에 쓰는 것을 어떻게 방지해야 하느냐는 게시글에는 "총기 규제 국가에서 화염방사기를 걱정해야 하다니"라는 댓글이 달렸다. "화염방사기 만들기 생각보다 간단하네" "(사제 화염방사기) 성능 좋네"라는 반응도 나왔다.

인터넷에는 예전부터 사제 화염방사기 제조법이 공유됐다. 구독자 144만명 규모의 한 유튜버는 7년 전 영상에서 "제가 오늘은 농약 통(농약 살포기)을 매고 화염방사병이 돼보겠다"며 분무 장치 앞 헝겊에 불을 붙이고 인화성 물질을 분사해 화염을 내뿜기도 했다. 지난 22일에도 또 다른 유튜버는 봉천동 화재를 언급하며 "농약 살포기와 화염방사기의 구조가 꽤 비슷하다"며 농약 살포기를 사제 화염방사기로 개조한 사례가 다른 영상들에 있다고 소개했다.

특이한 수법으로 관심을 모았던 범행이 모방범죄로 이어진 사례는 많다. 대표적으로 1982년 미국 시카고 지역에서 유통된 타이레놀에 사이안화칼륨을 누군가 몰래 주입해 7명이 숨진 '타이레놀 독극물 살인사건'이 있다. 사건 이후 한달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소 270건이 넘는 제품 변조 사례를 집계했다. 국내에서도 2023년 8월 최원종에 의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살인예고글 작성 범죄가 1년여간 146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화 사건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방범죄에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관심이 집중될수록 모방범죄 위험성은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이번 범행에는 특이한 도구가 사용돼 모방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호기심 있는 아이들은 어디서 한번 써보고 싶어서 산불이라도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범죄 수법에 대한 경찰 공표와 언론 보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교수는 "경찰은 범행도구를 일반 국민한테 밝힐 필요는 없었고, 언론은 방화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으면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환경에서 범죄보도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를 이끈 이완수 동서대 방송영상학과 교수도 "사제 화염방사기를 만들었다는 것과 농약 살포기를 사용했다고 밝히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라며 "결국 범죄 행위는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에 언론이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고 어떠한 형식으로 (기사를) 내보낼 것이냐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봉천동 아파트 방화 유력 용의자가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빌라 앞에서 아파트에 불을 내기 전 농약살포기 추정 도구를 이용해 불을 지르고 있다. ⓒSNS 사진 활용 Chat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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