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정치 유튜브' 보는 어르신 "미디어 중독, 높은 자살률과 관련"

정심교 기자 2025. 4. 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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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정치 성향이 짙은 유튜브 콘텐츠를 유독 즐겨보는 어르신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비슷한 정치 성향의 유튜브 채널을 돌려가며 시청하는 경우도 적잖다. 그런데 이런 '유튜브 홀릭'은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이 세계 1위인 것과 깊이 관련 있을 것이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소견이 나왔다.

23일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개최한 미디어아카데미에서 "노년층은 사회적 고립감이 심하고 우울할수록 스마트폰 중독 수준이 높게 나타난다"며 "이는 우리나라가 약 30년간 세계 노인 자살률 1위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노인계층 디지털미디어 중독의 숨겨진 역학'을 주제로 강연한 이해국 교수는 "50~79세의 중장년층은 외로울 때 유튜브를 이용하고, 이것이 몰입과 중독으로 쉽게 이어졌다"면서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유튜브의 정치·뉴스 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급했다.

실제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오대영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분야별 유튜브 콘텐츠 이용 정도를 5점 만점으로 했을 때 50~60대의 정치 콘텐츠, 뉴스 콘텐츠 이용은 각각 3.26점과 3.43점으로 10~20대의 2.98점, 2.96점보다 높았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3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개최한 미디어아카데미에서 노인의 유튜브 중독은 세계 1위를 달리는 한국 노인의 자살률과 관련 깊다고 추정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런 유튜브를 일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취해 시청한다면 디지털미디어 중독으로 의심할 수 있다. 특히 '유튜브 중독'을 부추기는 게 '추천 알고리즘'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교수는 "노인층은 젊은 층보다 상대적으로 정보 검색에 취약해,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을 덜 비판적으로 수용한다"며 "이 과정에서 노인층은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같은 영상, 뉴스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접하고, 이게 자체적 보상으로 작용해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연세대 정보대학원의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 연구에 따르면 노인층의 시간이 지날수록 보수 계정에선 보수 성향의 영상을 더 추천했고, 진보 계정에선 진보 성향의 영상을 더 추천했다. 이 때문에 우파든 좌파든 정치색이 강한 채널을 보다 보면 비슷한 채널에 노출되고, 이에 따라 확증 편향이 나타나기 쉽다는 것.

이 교수는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은 시청 시간, 사용자 반응을 고려해 콘텐츠를 추천하는데, 이는 노인이 몰입하기 쉬운 이미지·소리 중심의 영상, 공감대를 형성하는 브이로그도 포함된다"며 "이런 유튜브는 글보다 재미있고, 술·도박 중독자보다 돈도 덜 든다. 어르신들이 이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생리학적으로 '중독'과 밀접한 호르몬이 도파민이다. 중독은 뇌 속 '쾌감 중추'와 밀접하다. 1954년 캐나다 맥길 대학의 신경과학자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너는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를 연결한 쥐가 먹이도 거부하고 전기 스위치를 끝도 없이 누르는 것을 보고 쾌감 중추를 발견했다. 즉, 쾌락은 뇌 기능 중 하나다.

쾌락 중추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짜릿한 쾌감을 주는 행동을 기억하고 반복하게 만든다. 그런데 노화할수록 도파민 분비량은 줄어든다. 하지만 노인층에서 도파민이 줄어들어도 유튜브에 중독되는 건 별개라고 봐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나를 지지해주고, '사이다 발언' 등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보상이 유튜브 알고리즘 통해 노인에게 제공되기 때문"이라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계속하고 싶고, 돕고 싶고, 그 강도가 점점 세지면서 중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해국 교수에 따르면 노인은 전 연령대 중 디지털미디어의 콘텐츠 중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를 가장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정심교 기자

'노인들의 SNS 정치 커뮤니케이션 연구 - 카카오톡을 중심으로'란 주제로 연구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김은진 강사는 "정치적으로 세대 차를 극심하게 느끼는 일부 '성난 노인'은 카카오톡을 통해 논쟁을 벌이거나, 카카오톡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파했다"며 "이런 전파가 애국이자 의무라고 여겼으며, 전파 방법과 절실함은 종교 전도 활동과 비슷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균형 잡힌 디지털 미디어 생활을 위해 노인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활동이 많아야 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관련 예산은 늘기는커녕 오히려 삭감돼 충격적"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2023년까지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정부의 예산은 700억~900억원대였다. 하지만 지난해 대폭 삭감돼 279억원(디지털 배움터), 428억원(디지털 격차 해소 기반 조성)으로 줄었고, 올해도 증액 없이 유지되거나 추가 삭감될 예정이다.

그는 "노인의 디지털미디어 중독을 막기 위해 관련 예산을 확대해야 하며, 유튜브 자체적으로는 알고리즘을 추천할 때 주의·경고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기하게 하는 등의 제도적 마련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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