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0.1 기업 정리한다는데…청산 가치보다 낮은 기업 어디?

수년째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에서 국장은 호재에는 둔감하고 악재에 민감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일정 수준을 밑도는 기업은 퇴출해야한다는 정치권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PBR이 0.1~0.2배 수준에 머무는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는 관리종목 지정 등의 사유로 거래가 정지된 종목을 제외하고 54개사로 집계됐다. 이들 종목 중에서는 지주사주, 건설, 철강, 화학 관련주가 다수를 차지했다.
투자자들이 저 PBR주에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PBR이 일정 수준을 밑도는 상장사를 정리해야한다고 밝히면서다. 상장사 가치를 평가하는데 사용하는 지표 중 하나인 PBR은 주가를 BPS(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자기자본의 몇배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의미한다. 통상 PBR이 1배 미만인 경우 기업 청산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돼 저평가주라고 부른다.
지난 21일 이 예비후보는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내 17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만나 "시장 물을 흐리는 것은 반드시 정리해야한다"며 "PBR 0.1이면 이론적으로 10배 넘는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 M&A(인수합병)를 하든지 해서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예비후보 발언 이후 코오롱 그룹 지주사로 PBR이 0.2배 수준에 불과한 코오롱 주가는 지난 22일 전 거래일 대비 14% 상승한 채 마감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향후 정책적으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이 나온 덕택이다. 우선주인 코오롱우, 코오롱티슈진, 코오롱생명과학 등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저 PBR주는 앞서 지난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저평가)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한차례 주목을 받았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들이 주주들과 소통을 통해 스스로 저평가 해소를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비슷한 제도를 먼저 도입한 일본에서 저 PBR, 저 ROE(자기자본이익률) 기업들 반등폭이 다른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주사주는 일반적으로 모멘텀 부족과 지배구조 불투명성으로 시장에서 할인받는 경우가 많다. 건설, 철강, 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주는 장부상 자산은 많지만 경기에 민감한 사이클 산업인만큼 이익 변동성이 커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할인을 크게 받는다.
태영건설과 DMC미디어 등을 주요 자회사로 가지고 있는 지주사 티와이홀딩스는 PBR이 0.11배에 그친다. 마찬가지로 지주사인 동국홀딩스(0.13배), 성창기업지주(0.14배), 세아홀딩스(0.17배), DL(0.18배), 한솔홀딩스(0.18배), BGF(0.2배), 하림지주(0.2배) 등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건설주는 한신공영(0.11배), 동부건설(0.15배), 동양(0.15배), KCC건설(0.2배), 동원개발(0.2배)이 철강주에는 영흥(0.14배), 현대제철(0.16배), 영풍(0.17배), 동국씨엠(0.19배), 원일특강(0.2배) 등이 있다. 화학주는 롯데케미칼 PBR이 0.17배로 낮았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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