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예술적 비전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임석규 기자 2025. 4. 2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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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7일 GS아트센터 개관 공연…한국 무용수 5명
아메레칸 발레 시어터 공연 장면. 사진작가 에마 조던

지에스(GS)아트센터 개관 공연을 책임질 미국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진취적인 면모가 눈길을 끈다. 13년 만에 내한하는 이 발레단은 ‘발레계의 할리우드’로 불린다. 최고 기량의 스타급 무용수들이 많아서 얻은 별칭이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볼쇼이 발레단, 영국 로열 발레단에 버금가는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이다. 24일 개막 공연부터 27일까지 나흘간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여성과 유색 인종 안무가 작품들로 레퍼토리를 확장해 예술적 비전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전 재피 예술감독은 “예술감독과 안무가 등 예술적 리더는 주로 백인 남성 영역이었는데, 예술계는 더 큰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22년 취임한 그는 이 발레단 85년 역사에서 첫 여성 예술감독이다.

아메레칸 발레 시어터 공연 장면. 사진작가 에마 조던

이 발레단은 ‘다양성과 포용성, 이를 통한 혁신’을 내세운다. 실제로 19개국 출신의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지닌 무용수들이 포진해 있다. 앞서 흑인 여성 수석 무용수 미스티 코플랜드를 선임해 화제에 올랐다. 요즘의 시대적 감수성과 맞지 않는 고전 발레 작품의 장면과 스토리를 일부 수정하거나 관객에게 주의 문구를 고지하기도 한다. 지에스아트센터 관계자는 “이번 내한공연 계약서에도 다양성과 포용성에 관한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하더라.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진심임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수전 재피 예술감독(왼쪽에서 네번째)과 베리 휴슨 경영감독(마이크 잡은 인물)이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지에스(GS)아트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있다. 지에스아트센터 제공

이런 기조는 다양성 정책 폐지를 요구하고 나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충돌한다. 더구나 이 발레단은 2006년 미국 의회에서 공인받은 ‘미국 국립 발레단’이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베리 휴슨 경영감독은 “예술은 정치 위에 존재해야 하는 어떤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금처럼 전쟁과 인종 분열, 경제적 위기 등으로 점점 어두워지는 세상에 빛을 비추는 게 예술가와 예술기관의 사명입니다.” 그는 “정부는 바뀌지만,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예술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클래식에서 컨템퍼러리까지’란 주제를 내건 이번 공연은 무용계 혁신을 이끈 안무가들 작품을 집중 조명한다. ‘미국 발레의 아버지’ 조지 발란신이 1947년 이 발레단에서 초연한 ‘주제와 변주’, 트와일라 타프의 ‘인 디 어퍼 룸’이 대표적이다. 카일 에이브러햄의 ‘머큐리얼 손’과 제마 본드의 ‘라 부티크’ 등 지난해 신작 두편도 선보인다. 휴슨 감독은 “식당의 여러가지 다양한 맛을 조금씩 맛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메레칸 발레 시어터 공연 장면. 사진작가 에마 조던

이 발레단은 ‘경계 초월’과 ‘역동적인 융합’을 자신들의 ‘사명’으로 내걸고, “예술 형식의 경계를 허무는 데 헌신한 새로운 작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비전’에도 못 박았다. 재피 감독은 “고전과 컨템퍼러리 작품을 섞는 걸 좋아한다”며 “새롭고 혁신적인 작품을 고전과 함께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경계 없는 예술, 경계 없는 관객’을 내걸고 출범한 지에스아트센터의 모토와도 일맥상통한다.

아메레칸 발레 시어터 공연 장면. 가운데가 이 발레단 첫 동양인 수석무용수 서희. 사진작가 에마 조던

이번 공연을 위해 이 발레단 소속 수석무용수 20명 가운데 16명을 포함해 104명이 내한했다. 수석무용수 서희와 안주원, 솔리스트 한성우와 박선미, 코르드발레 서윤정 등 한국 무용수 5명도 무대에 오른다. 동양인 첫 수석무용수 서희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게 이 발레단의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재피 감독은 “한국 무용수들은 각자 개성은 다르지만, 기량과 예술성이 뛰어나고 무모할 정도로 진취적이고 열심히 하는 태도가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에스타워 5층에 자리 잡은 지에스아트센터는 강서구 마곡으로 옮긴 엘지아트센터 옛 공간을 320억원 들여 리모델링한 객석 1200석 규모 공연장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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