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내수소비 1990년대 이후 '계단식 하락세' 경고등

김소연 2025. 4. 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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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내수소비 추세 및 국제비교 연구'
인구·고용·산업 등 구조적 요인 누적 탓
GDP 중 내수소비 비중 2002년 이후 감소세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내수 부진이 1990년대 이후 계단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코로나19, 인플레이션 등보다는 인구, 고용, 산업 등 구조적인 요인이 누적된 결과여서 심각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의 내수소비 추세 및 국제비교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내수소비는 1996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이후 추세적인 하락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소비는 한국 경제를 뒤흔든 위기 때마다 한 단계씩 낮아졌다. 1988~2024년 경제에 큰 충격을 준 네 번의 사건을 기점으로 1988~1996년 9.1%였던 평균 소비 성장률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4.5%(1997~2002년)로 낮아졌다.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3.1%(2003~2007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4%(2008~2019년)로 더 낮아졌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1.2%까지 떨어져 낙폭이 커졌다.

자료=대한상의
소비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하락 추세다. 내수 비중은 2002년 56.3%를 기록한 후 내림세를 보여 2021년 코로나19 기간 중 47.1%까지 떨어졌다.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승용차·전자제품 확산 등을 업고 소비 비중이 증가해 2002년 독일, 일본 등과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우리나라의 내수소비 비중은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8위로 나타났다. 경제규모가 1조달러를 넘는 12개 국가 중에서는 1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보다 내수소비 비중이 낮은 국가는 이스라엘, 체코, 스웨덴, 룩셈부르크 등은 인구 1000만명로 내수시장이 작다.

구조적 요인이 내수부진 불러와

내수 부진의 원인은 인구, 고용, 산업 등 구조적인 요인이 거론된다. 첫손에 꼽히는 것은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와 고령층 소비성향 감소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00년 7%에서 2024년 20%까지 빠르게 증가한 반면 이들의 소비성향은 빠르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2006년 4분기 60세 이상의 평균소비성향은 81.3%였으나 2024년 4분기에는 64.6%까지 떨어져 세대 중 가장 낮았다. 평균소비성향은 소득에서 세금, 이자비용 등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로 얼마큼을 지출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가계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5%, 임대보증금까지 포함한다면 77.3%로 매우 높은 편이다. 여기에 가계부채와 그에 따른 이자 부담도 늘고 있다. 가계 신용은 2002년 말 465조원에서 2024년 말 1927조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산업 부문의 취업유발계수가 점차 하락하고 있는 점 역시 중장기 요인으로 꼽힌다.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최종수요 10억원이 증가할 때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취업자 수)는 2000년 15.4에서 2020년 6.3까지 떨어졌다. 특히 반도체, 화학 등 수출을 이끄는 산업들은 더욱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출 호조와 고용을 통한 내국인 소득 증가 간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자료=대한상의
공격적 경기부양 나서야

대한상의는 단기 해법으로 ‘공격적 경기부양’을 제안했다. 유사한 국내 사례는 1999년 추진한 ‘사이버코리아 21’이 있다. 당시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하에 있던 상황에서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전자상거래 육성에 나섰고, 그 결과 2000~2005년간 GDP가 연평균 5% 성장할 때 정보통신산업은 1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IT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통신업, 사업서비스업의 취업자 수는 61만9000명 증가해 전체 취업자 증가 폭(165만8000명)의 37%를 차지했다.

지금도 인공지능(AI) 기반 산업전환을 이루기 위해 데이터센터, 전력망 등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만큼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 부양과 미래산업 육성을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구조적 요인을 해소해나가는 중장기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상의는 주장했다. 우선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서비스산업의 집중 육성을 주문했다. 늘어나는 고령층의 소비여력 확충을 위한 대책, 해외 인구 유입을 통한 인구 감소 대응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그동안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단기 처방이 반복됐지만 소비 둔화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했다”며 “이제는 미래에 대한 선제 투자와 더불어 경제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소연 (sy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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