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연기하는 유해진…“전 영화가 참 좋아요”

안진용 기자 2025. 4. 2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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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해진

또 하나의 걸출한 검사 캐릭터가 탄생했다. 영화 ‘야당’(감독 황병국)의 마약 수사 전문 검사 구관희다.

그동안 수많은 검사 캐릭터가 있었다. 때로는 정의롭게, 때로는 악과 결탁하며 다양한 작품 속에 숨을 불어넣었다.

누군가는 “또 검사 이야기냐?”고 타박할 수 있다. 그런 걱정은 접어둬도 좋다. 구관희의 탈을 쓴 배우가 유해진이기 때문이다.

그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다름’을 연기하는 배우. ‘야당’에서도 유해진은 그 수식에 걸맞은 연기를 펼쳤다.

구관희는 출세에 눈이 먼 인물이다. 그래서 억울하게 옥살이한 이강수(강하늘)에게 마약 관련 정보원인 ‘야당’ 역을 맡기고, 그를 바탕으로 실적을 높이며 승승장구한다. 불법의 영역에 선 이강수와 합법의 영역에 있는 구관희의 야합이다.

지난 16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유해진은 “야망을 좇는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지만 실제로 야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러지 않을 것 같았다”면서 “전형적 연기보다 차이를 두려고 했다. 보편적이면서도 스페셜한 연기를 하는 것이 제 목표”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구관희의 대사 “너 야당 한번 해봐라”에서 시작된다. 그 때부터 두 사람의 모사가 출발한다. 이는 유해진의 대표작인 ‘부당거래’(2010) 속 “니가 범인해라”는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마치 출발선에 선 육상선수들이 “땅”이라는 신호와 함께 내달리듯, 유해진의 이 한 마디는 ‘야당’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는 “갈수록 배역이 겹쳐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하면 새롭게 해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기하는 것이 제 숙제”라고 설명했다.

영화 ‘야당’ 속 구관희

유해진은 크게 바꾸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저는 사람 사는 건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듯, 유해진이 연기하는 캐릭터와 완전히 다를 수는 없고, 검사라는 직업군에서도 전에는 전혀 없는 모습을 뽑아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어진 틀 안에서 어떻게 디테일을 바꾸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유해진은 매번 그 디테일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예능 ‘삼시세끼’는 특별히 연출된 게 없다. 다들 특별하지 않게 산다. 그런데 왜 재미가 있을까 고민해봐야 한다”면서 “각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 구관희 역시 또 다른 표현법을 가진 검사라고 생각하며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야당’은 마약이라는 소재 덕분에 기존 검사물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검사가 주요 키워드로 등장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대사는 가볍지 않게 들린다.

영화 속 설정과 현실이 맞닿아 있는 것에 대해 유해진은 “‘참 묘하네’, ‘시대와 맞물리네’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을 것같다. 근래에 찍은 작품이 아닌데 우연찮게 그렇게 보인다”며 “그래도 얽혀있는 관계들, 반전 효과 등이 나쁘지 않게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충무로가 배출한 스타다. 한국 영화 시장과 유해진의 성장은 비례했다. 그래서 최근 충무로의 침체기는 유해진에게도 숙제이자 슬픔이다. 그래서 그는 팬데믹 기간에도 ‘공조2’, ‘올빼미’, ‘파묘’ 등 다양한 작품을 극장에 걸었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개봉 1주일 만에 100만 고지를 앞두고 있는 ‘야당’에 이어 6월에는 ‘소주전쟁’을 공개한다.

“솔직히 전 참 영화가 좋다”고 운을 뗀 유해진은 “연극할 때는 정말 어려웠다. 돈도 벌면서 연기도 하고, 예술도 하고 싶었는데 그 모든 걸 충족하는 게 영화였다. 먹고 살게 해주지, 가끔 하고 싶은 얘기도 할 수 있다”면서 “영화와 다른 작품 출연 제의가 동시에 들어오면 전 영화를 우선하고 싶다. 저한테 영화만한 게 없다”고 속내를 밝혔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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